theCFO

실적 수렁 빠진 GC녹십자, 1월 미 FDA에 쏠린 눈

헌터라제 타격에 매출·영익 급감…1월 알리글로 허가 유일한 구원투수

정새임 기자  2023-11-02 08:39:15
글로벌로 확산되는 전쟁이 GC녹십자에도 타격을 입혔다. 수익성이 높은 희귀 치료제 '헌터라제' 매출이 주요 수출국인 러시아와 중동에서 급감했다. 불확실한 외부요인으로 당분간 헌터라제의 안정적인 매출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수렁에 빠진 GC녹십자가 기대는 곳은 미국 면역글로불린 시장이다. 내년 1월께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여부의 윤곽이 나온다.

◇수익성 높은 헌터라제 매출 급감…매출·영업이익 모두 감소

GC녹십자는 올해 3분기 연결기준 잠정 매출액 439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4597억원 대비 4.4% 줄어든 수치다. 같은기간 영업이익은 488억원에서 328억원으로 32.8% 줄었다. 당기순이익도 424억원에서 183억원으로 56.8% 급감했다.

통상 GC녹십자에게 3분기는 실적이 가장 좋은 시기다. 독감 백신이 본격적으로 접종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는 달랐다. 헌터라제의 수출 급감이 타격을 입혔다. 헌터라제 매출은 이번 분기 70% 가까이 줄었다.

GC녹십자 연결기준 3분기 매출·영업이익(자료: GC녹십자)

러시아-우크라이나 및 중동 전쟁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헌터라제는 선천성 희귀질환인 헌터증후군을 치료하는 약이다. 희귀질환인 만큼 환자 수가 적지만 높은 가격으로 수익이 높은 제품이다.

국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고시된 헌터라제 3ml 가격은 225만4200원으로 GC녹십자 의약품 중 가격이 가장 높다. 헤파빅(22만8160원)의 약 10배, 알부민(9만4334원)보다는 24배 비싸다. 헌터증후군은 평생 약을 맞아야 하기 때문에 일단 시장을 선점하면 꾸준히 고수익을 낼 수 있다.

높은 매출과 수익을 안겨준 헌터라제 매출이 주요국인 러시아·브라질·중동에서 감소한 탓에 전체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타격을 입었다. 전년 대비 판관비와 경상개발비 등 각종 비용을 10% 줄였지만 이익이 30% 넘게 축소됐다.

◇헌터라제 매출회복 시점 예측 힘들어…미국 허가여부에 촉각

당분간 불안정한 외부 요인으로 헌터라제를 통한 안정적인 매출은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헌터라제는 워낙 희귀병에 약값이 고가인 탓에 각 보건당국이 약이 소진되면 재구매를 하는 방식으로 수출이 이뤄진다. 백신처럼 특정 시기가 되면 구매하는 예측성이 떨어지는데다 전쟁이라는 극단적 상황까지 겹쳐 언제 다시 매출을 회복할 지 알 수 없다.

같은 맥락에서 러시아에 품목허가를 신청한 헌터라제 ICV 역시 어느 시점에 허가를 받고 매출을 낼 수 있을지 예측하기 어렵다. 헌터라제ICV는 기존 정맥주사(IV) 대신 머리에 디바이스를 삽입해 약물을 뇌실에 직접 투여하는 제형으로 중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다.

GC녹십자의 유일한 실적회복 희망은 미국 면역글로불린 시장에 있다. 미국 FDA는 오는 2024년 1월 13일(현지시간) GC녹십자의 대표 혈액제제 '알리글로'에 대한 품목허가 승인 여부를 결정짓는다.

알리글로는 혈액의 혈장에서 특정 단백질을 분리·정제해 만든 고농도 면역글로불린 제제를 말한다. 면역글로불린 함유 농도에 따라 5%, 10%로 나뉜다. 이번에 품목허가를 신청한 제품은 시장성이 더 크다고 알려진 알리글로10%다.

GC녹십자는 2015년부터 미국 시장을 두드렸으나 자료 미비 및 코로나19 등으로 허가받지 못했다. 이번이 세 번째 도전이다. 지난 4월 FDA의 GC녹십자 충북 오창 공장 실사가 이뤄졌고 7월 FDA에 품목허가신청서(BLA)를 제출했다. 이번만큼은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의지가 분명하다.

미국 허가에 매달리는 이유는 높은 시장성에 있다. 미국은 면역글로불린 시장이 14조원으로 세계 최대 규모다. 반면 작년 기준 면역글로불린 고농도 제품을 판매하는 기업은 7곳에 불과할 정도로 진입장벽이 높다. 알리글로 허가만 받으면 점유율을 조금만 차지해도 높은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GC녹십자 관계자는 "중장기적으로 알리글로 시장점유율을 3% 정도로 보고 있다"며 "2030년 시장이 131억달러(약 18조원)로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수요보다 공급이 부족해 지속적으로 품절이 발생하는 제품이어서 잠재적 시장성이 매우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