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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트벤처(JV)는 치밀한 경영전략의 산물이다. 기업은 원·부자재 매입처와 완성품 매출처 확보, 기술협력, 신사업 개척과 신규시장 진출 등 다양한 이유로 다른 기업과 손을 잡는다. 이 과정에서 유상증자로 투자금을 추가 투입하거나 배당 수취와 유상감자, 지분매각으로 투자금을 회수하는 등 자금의 이동도 다이내믹하게 전개된다. THE CFO가 주요 조인트벤처의 그룹 내 역할, 출자·회수 경과, 지배구조를 살펴본다.
SKC 화학사업의 조인트벤처 파트너로 나선 쿠웨이트 PIC(Petrochemical Industries Company)는 비즈니스모델 혁신 과정에서 백기사 역할을 했다. SKC는 물적분할한 SK피아이씨글로벌 지분 49%를 PIC에 매각하는 방식으로 SK넥실리스 인수에 따른 현금소요를 보강했다.
◇SK피아이씨글로벌 지분 49% PIC에 매각…SK넥실리스 인수 자금소요 보강 SKC가 2020년 2월 SK피아이씨글로벌을 자회사로 출범시킨 데는 사업적·재무적 측면의 두 가지 배경이 깔려있다. SKC는 2020년부터 모빌리티, 반도체, 디스플레이, 친환경 소재로의 비즈니스모델 혁신을 추진하면서도 프로필렌옥사이드(PO)에 대해서는 2025년까지 글로벌 생산량을 연 100만톤으로 늘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SKC는 1991년 국내 최초로 PO 상업생산에 성공했으며 2008년 과산화수소로 PO를 만드는 HPPO 공법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바 있다.
여기에 모빌리티 소재 사업의 핵심 포트폴리오인 KCFT(현 SK넥실리스) 지분 인수에 따른 재무적 소요가 겹쳤다. 글로벌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는 2018년 2월 KCFT를 설립해 LS엠트론으로부터 동박·박막 사업부문을 3000억원에 양수했다. SKC는 2년이 채 되지 않은 2019년 12월 KCFT 지분 100%를 1조2000억원에 사들였다.
KCFT 인수자금 소요에 대응하기 위한 포트폴리오 재편이 뒤따랐다. 먼저 2020년 3월 SKC코오롱PI(현 PI첨단소재) 보유지분(27.03%) 전량을 국내 PEF 운용사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PE)에 3035억원에 매각했다. SKC코오롱PI는 2008년 SKC와 코오롱인더스트리가 각각 폴리이미드(PI)필름사업부를 현물출자해 설립됐다. 이어 같은달 SKC가 프로필렌글리콜(PG)과 PO 중심의 화학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완전자회사로 출범시킨 것이 SK피아이씨글로벌이다.
SKC는 SK피아이씨글로벌 설립 직후 지분 49%를 5358억원에 매각하면서 조인트벤처로 전환했는데 파트너로 나선 곳이 쿠웨이트 PIC다. PIC는 쿠웨이트 국영석유공사 KPC(Kuwait Petroleum Corporation)의 완전자회사로 다운스트림 제품 생산능력을 확대하려는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
SK그룹은 KPC와 오랜 기간 파트너십을 이어오고 있다. KPC는 2005년 SK㈜ 지분 약 4%를 취득하기도 했으며 2016년 3월 SK가스의 프로필렌 제조 자회사 SK어드밴스드 지분 25%를 1163억원에 인수하며 파트너사로 나선 곳도 PIC였다.
◇폴리우레탄 원료사업 밸류체인 구축…SK피유코어 매각으로 계열화는 단절 SK피아이씨글로벌 출범으로 SK지오센트릭→SK피아이씨글로벌→SK피유코어로 연결되는 폴리우레탄(PU) 원료사업 밸류체인이 구축됐다. SK지오센트릭은 SK이노베이션의 완전자회사로 SK피아이씨글로벌에 PO 생산에 소요되는 프로필렌 등 원재료를 공급한다.
SK지오센트릭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13조9169억원) 중 4.9%(6854억원)가 SK피아이씨글로벌로부터 발생했다. 특수관계자만 따지면 SK이노베이션의 또다른 완전자회사 SK에너지(20.1%·2조7971억원) 다음으로 매출비중이 높다. 전체 매출처로 따지면 SK에너지, 태광산업(5.4%), 삼성물산(5.3%)에 이은 네 번째다.
SK피아이씨글로벌은 PO를 생산해 자체적으로 프로필렌글리콜(PG)을 제조하는 데 이용하거나 SK피유코어에 판매한다. SK피유코어는 폴리우레탄 원료인 폴리올(Polyol)을 제조하는데 이 폴리올의 원료가 PO다. SK피아이씨글로벌의 지난해 매출액(1조2377억원) 중 18.9%(2336억원)가 SK피유코어로부터 발생했다.
SK피유코어는 2015년 1월 SKC와 일본 미쓰이화학(Mitsui Chemicals)이 50%씩 합자해 미쓰이케미칼앤드에스케이씨폴리우레탄이라는 이름으로 출범했다. SKC의 3499억원 규모 현물출자 방식이었다. 지난해 7월 합작관계가 종결되면서 미쓰이화학 지분 50% 전량을 유상감자해 3658억원을 회수했다. 이번달 SKC는 SK피유코어 지분 100% 전량을 오는 12월 글랜우드PE에 4103억원에 매각하기로 결정하면서 SK그룹의 PU 원료 계열화가 단절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