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이미드(Polyimide) 전문기업 'PI첨단소재'는 지난해 글로벌 화학 소재 전문기업 '아케마(Arkema)'에 인수됐다. PI첨단소재는 SKC와 코오롱인더스트리가 각 사의 PI필름사업부를 출자해 50대 50 지분율로 설립한 합작사다. 이후 사모펀드 품에 안겼다가 아케마에 최종 편입됐다.
글로벌 기업 편입을 계기로 PI첨단소재는 지배구조와 이사회 구성에서 다양한 변화를 겪고 있다. 기존 국내 기준을 위반하지 않는 수준에서 운영했던 지배구조나 이사회 구성을 글로벌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과정이다. 아케마 편입 이후 기업 지배구조 보고서나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처음 발간하는 등 달라진 전략을 선보인 점이 대표적이다.
◇'평가 개선 프로세스·정보접근성'만 평균 3점↑
뒤늦게 개편에 돌입한 만큼 THE CFO가 평가한 PI첨단소재 이사회 점수는 총점 255점 중 122점으로 다소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사회는 △구성 △참여도 △견제 기능 △정보 접근성 △평가 개선 프로세스 △경영 성과 등 6가지 공통 지표(각 5점 만점)로 평가했다. 올해 5월 발표한 기업 지배구조 보고서와 지난해 사업보고서 등이 기준이다.
평균 3점을 넘은 항목은 '평가 개선 프로세스(3.1점)'와 '정보접근성(3.3점)'이 전부다.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를 기록한 평가 개선 프로세스 지표는 세부 평가 항목 총 7개 가운데 2개만 만점(5점)을 받았다. 만점인 세부 평가 항목은 △사외이사 평가 결과를 이사의 재선임에 반영하는가 △이사회 구성원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거나 사법 이슈에 연루된 사례가 없는가가 전부다.
PI첨단소재는 사외이사에 대해 이사회 및 교육 참석률 데이터를 수집해 참여도를 정량적 평가하고, 이력 및 전문성을 기반으로 기여도를 정성적으로 평가한다. 이를 통해 수집된 결과를 이사 재선임 과정에 중요 기준으로 사용한다.
다만 자기평가나 사외이사 상호평가, 외부평가 등이 별도로 진행되지 않아 '사외이사에 대한 개별 평가를 수행하는가'에 대한 문항에선 1점을 받았다. 이사회 평가 결과도 주주들이 파악할 수 있도록 사업보고서나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개하지 않고 있다.
정보접근성 측면에선 전체 7개 세부 평가 항목 중 3개를 만점으로 받았다. PI첨단소재는 홈페이지 투자정보 내 기업지배구조 페이지를 통해 이사회 운영 현황을 구체적으로 공개했으며, 그 내용도 비교적 상세히 드러냈다. 올해 5월 처음 공개한 기업 지배구조 보고서도 금융감독원 전자공시(DART) 및 홈페이지에 게시해 접근성을 높였다.
하지만 사외이사 후보 추천 경로가 이사회로 다소 단순한 편이며, 적자 전환한 2023년도부턴 향후 배당 계획을 구체적으로 명문화하고 있지 않다. PI첨단소재는 투자계획, 현금흐름, 재무 안정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중장기 주주환원 정책을 공표할 계획이지만 배당 기준일 이전에 예측가능성을 주주에겐 제공하지 않고 있다. 현금 배당 성향 50%를 목표하고 있다는 점만 밝힌 상황이다.
◇아케마 편입 전 개선점 多, 경영성과 1.6점 '미흡'
평가 개선 프로세스와 정보접근성을 제외하면 PI첨단소재 이사회를 평가하는 4가지 지표는 평균 3점 미만을 기록해 다소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케마 편입 이후 조금씩 개선되는 모양새이지만 2023년도 기준으로는 부족한 부분이 많은 상황이다.
우선 '구성' 지표에선 평균 2.3점을 받았다. 구성 지표의 세부 항목 9개 가운데 3개를 제외한 나머지 문항이 모두 저조했다. 이사 경력과 전문성을 관리하기 위해 공개한 BSM(Board Skills Matrix) 제작은 만점을 받았다.
여기에 글로벌 기업 아케마 추천 임원이 지난해 12월 이사회에 합류하면서 국적과 성별, 연령 등에서 다양성을 충족해 최고점을 기록했다. 전무급 임원이 수장인 전략본부가 이사회를 지원하는 조직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별도의 조직이 아닌 만큼 2점을 받는 데 그쳤다.
이를 제외하면 6개 세부 항목은 개선점이 많은 상황이다. 우선 PI첨단소재 이사회엔 감사위원회를 제외한 별도 위원회가 운영되지 않고 있다. 사외이사 후보 추천위원회도 없다. 이사회 의장도 대표이사가 아닌 이사로 선임할 수 있는 규정이 있지만 송금수 대표이사가 맡고 있어 2점에 그쳤다.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은 경우만 만점을 받을 수 있다.
이사회 구성원의 참여도를 평가하는 지표는 평균 2.4점을 기록했다. 지난해 PI첨단소재 이사회 참여도를 엿볼 수 있는 세부 항목 중 유일한 만점은 구성원들의 참석률로 전원 100%를 기록했다. 지난해 이사회는 총 10회 개최됐으며(4점), 안건은 평균 4일 전에 제공(3점)됐다. 이를 제외하면 감사위원회 개최 횟수 3회(1점), 기타 위원회 회의 없음(1점) 등이 낙제점을 받았다.
이사회를 견제하는 지표는 평균 1.7점으로 나타났다. 전체 9개 세부 항목 가운데 사외이사 3인으로만 꾸려진 감사위원회 구성만 유일한 만점을 기록했다. 외부 또는 주주로부터 이사 추천이 없거나 승계 정책 미비, 내부거래 이사회 내 미통제 등은 모두 1점을 받아 전체 평균을 낮추는 데 한몫했다.
지난해 적자 전환한 PI첨단소재의 경영성과는 가장 낮은 평균인 1.6점을 받았다. 투자 지표인 주가순자산비율(PBR)은 2.84배로 KRX300 평균 2.38배를 10% 이상 웃돌아 4점을 기록했다. 여기에 지난해 말 기준 부채비율이 64.47%로 KRX300 평균 91.96%보다 20% 이상 낮아 만점으로 집계됐다.
PBR과 부채비율을 제외하면 9개 세부 항목에서 모두 낙제점인 1점을 받았다. 1점을 받은 세부 항목은 배당수익률과 주가수익률, TSR, 매출성장률, 영업이익성장률, ROE, ROA, 순차입급/EBITDA 등 9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