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주주 전성시대'가 열렸다. 지금까지 투자 규모가 작은 소액주주를 소위 '개미'로 불렀지만 지금은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이들은 기업 경영에 크고 작은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기업들은 기업공개(IR), 배당 강화, 자사주 활용 등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한 정책에 힘주고 있다. 더벨이 기업의 주주 친화력(friendship)을 분석해봤다.
지난 3년간 SKC보다 시장의 기대를 더 모은 주식은 없었다. 반도체(SK엔펄스)와 이차전지 소재(SK넥실리스)라는 '핫한 산업'으로의 진출을 가장 활발히 꾀했기 때문이다.
주가는 기대와 달리 초라했다. 20만원을 노크하던 SKC의 주가가 지금은 7만8000원에 머물고 있다. 주가가 사업재편의 시도와 반대로 움직인 것인데, 회사가치가 개선되거나 주가가 오를 만한 이벤트가 많았음을 고려하면 의외의 결과가 아닐 수 없다.
◇3년 전 수준으로 회귀…시총 3조 붕괴
SKC 주가가 불안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올 4월까지 11만원을 넘어서며 서서히 올라가던 주가는 6개월 새 30% 넘게 급락했다. 시가총액(2조9200억원)은 3조원이 무너졌다.
같은 기간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등 다른 동박 회사 주식의 하락세도 상당했기 때문에 주가 부진을 SKC만의 일이라 볼 순 없다. 하지만 이 기간 비핵심사업 매각(SK피유코어) 추진, 포트폴리오 정리(SK엔펄스 기초소재사업), 반도체 후공정 진출(ISC 인수) 등 여러 '빅이벤트'를 지나왔다는 점에서 볼 때 SKC 주가는 특히 더 아쉬운 상황으로 판단된다.
관측 기간을 늘려서 보면 3년 전 주가 수준으로까지 하락했다. 무엇보다 이때는 SKC가 모빌리티, 반도체 중심의 '비즈니스 모델(BM) 혁신 2단계'에 막 시동을 걸던 시기였다. 실제로 이후에 추진된 일들을 살펴보면 SK바이오랜드(1205억원)·필름사업부(1조5950억원) 매각, SK솔믹스 완전자회사화, 반도체 사업 부문 통합 등의 굵직한 이벤트가 있었다.
종합하면 SKC가 그간 작심하고 승부수를 던졌지만 시장 반응은 뜨겁지 않다. 물론 주가가 오를 때도 있긴 했다. 이완재 전 대표 시절인 2021년 SKC 주가는 한때 20만원을 노크하기도 했다. 다만 당시엔 화학제품 스프레드 확대가 주가를 결정하는 요인이었다. 그러나 현재는 SM(스티렌모노머) 스프레드가 바닥을 찍을 만큼 업황이 좋지 않다.
그러다 보니 오늘날엔 투자자들의 이러한 관심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미래 사업으로 제시한 동박·반도체 소재 사업도 영업이익이 아직 수십억원대에 불과하다. 성장 사업의 먼 미래를 투자자가 확신하지 못하는 구조적인 문제가 형성돼 있는 셈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SKC의 사업재편 자체는 대단히 빠른 속도로 추진되고 있다"라며 "그러나 동박 시장이 공급 과잉 현실을 마주하고 있고 반도체 소재 쪽도 아직 크게 살아났다고 보긴 어려워 기업가치가 크게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주가 부양' 의지는 있는데…문제는 타이밍
그래도 다행인 점은 SKC의 '주가 부양' 의지다. 박원철 SKC 사장(사진)은 최근 SKC 주식 1244주를 장내 매수하며 책임 경영 의지를 시장에 보였다. 취득 평균 단가는 약 8만원으로, 총 1억원 규모다. 최두환 최고재무책임자(CFO)도 자사주 500주를 매입했다.
주주환원도 확대시켜 온 편이다. 가령 SKC는 배당금을 3년 전(2020년 결산)까지 주당 1000원을 지급하다가 지난해(2021년 결산)와 올해(2022년 결산)에는 모두 1100원으로 늘렸다. 배당총액은 각각 394억원, 373억원으로 이전에 비해 늘어나 있는 상황이다.
주가 부양을 위해 쓸 수 있는 카드도 아직 남아 있다. 예컨대 SKC는 지난해 이사회에서 자사주 189만3415주를 매입하기로 의결하고 올해 1월까지 1753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사들였다. 보다 적극적인 주주가치 확대를 위해 소각에까지 나설 가능성도 점쳐진다.
문제는 타이밍이다. SKC의 사업재편은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실적이 가시화되는 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현재 추진 중인 SK피유코어, SK엔펄스 파인세라믹사업 매각도 체질 전환 관점에선 긍정적이지만 그간의 사례처럼 주가에 바로 반영될 수 있을진 미지수다.
자칫 강도 높은 주가 부양책을 추진했다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주가를 마주할 수도 있다. 사업 실적의 개선 때까지 주주친화 움직임에 대한 의문 부호가 따라붙을 수밖에 없단 얘기다. 이에 주가부양·관리 방안 마련에 쉽게 속도가 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SK그룹 관계자는 "주가 부양은 대표이사(CEO)들의 성과 지표라 자사주 매입 등의 시도가 나온 것으로 본다"라며 "회사 차원에서 주가 부양에 나설 수도 있긴 한데 업황 침체 수준이 심해 큰 효과를 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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