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은 기업 재무 전략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 중 하나다. 유동성 진단 없이 투자·조달·상환 전략을 설명할 수 없다. 재무 전략에 맞춰 현금 유출과 유입을 조절해 유동성을 늘리기도 하고, 줄이기도 한다. THE CFO가 유동성과 현금흐름을 중심으로 기업의 전략을 살펴본다.
'2조8787억원'. 포스코퓨처엠의 올해 3분기 말 연결 기준 총차입금이다. 올해 초에는 2조원을 밑돌았으니 불과 10개월 사이 1조원쯤 불어났다. 작년 초만 해도 총차입금이 1조원을 간신히 넘겼다는 사실을 기억하면 증가 추세는 더욱 가파르게 느껴진다.
대규모 투자가 현금흐름의 부재 속에서 진행된 데 따른 결과다. 올해 상반기 포스코퓨처엠의 현금흐름표에 따르면 설비·부동산 등에 투자된 유형자산 취득액으로 5729억원의 현금이 빠져나갔다. 작년 같은 기간(3242억원)에 비해 2500억원이 증가했다.
이에 반해 포스코퓨처엠은 상반기 영업이익으로 724억원을 거뒀다. 지난해 상반기보다 10% 하락한 숫자다. 이번 3분기 영업이익 역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28% 감소한 371억원에 불과하다. 메탈가 하락으로 양극재 판매가가 힘을 받지 못한 여파다.
많은 차입을 일으킬 수밖에 없었던 배경이다. 현재도 양극재 포항1단계, 절강포화 2단계 등 에너지소재 분야에 대한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다만 영업에서 투자금을 상쇄할 현금을 만들지 못해 3분기 부채비율(133%)은 올 초 대비 약 30%포인트 높아졌다.
재무건전성에 대한 전망은 긍정과 부정이 반반이다. 일단 업계는 전기차 수요가 한풀 꺾인 상황에서 리튬·니켈 등의 메탈 가격 하락의 여파가 올해까진 계속될 것이라 본다. 당분간도 영업활동을 통해 현금흐름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는 관측이다.
다만 주요 고객사인 얼티엄셀즈(GM·LG에너지솔루션 전기차 배터리 합작사)의 가동률 상승이 빠르게 이어지고 있다. 이익률이 기존 제품보다 높은 하이니켈 양극재가 납품되는 터라 일부 증권 업계는 출하량 확대에 따른 수익성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단발성 이슈긴 해도 포스코퓨처엠은 현재 자본 확충도 준비하고 있다. 앞서 회사의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윤덕일 기획지원본부장은 내부 행사에서 "늦어도 내년까지 조단위 증자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규모 증자로 부채비율 등을 낮출 수 있다.
재무지표 악화에 따라 폭등하던 주가는 현재 주춤한 상태다. 올해 중순까지 이차전지주(株), 포스코퓨처엠을 향한 시장의 관심은 극에 달했다. 다만 상반기 내내 실적이 부진해지자 이 회사 주가는 올해 중순 50만원대에서 현재 30만원대로 떨어졌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일시적인 부진이기는 하다"라며 "리튬 가격의 반등 시점과 미국 얼티엄셀즈향 출하량 증가가 실적과 주가에 중요한 계기가 될 전망"이라고 점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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