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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항만공사가 짊어진 '북항'의 무게

박동우 기자  2023-10-20 07:10:15
기업은 돈을 버는 조직이다. 충분한 이익을 남길 수 있는지 꼼꼼하게 따지고 투자한다. 과다한 비용이 드는 건 아닌지 여부도 살핀다. 공기업도 '기업'이다. 공공의 편익 증진에 기여하는 사업을 차질없이 수행하려면 탄탄한 수익성과 재무 안정성을 확립해야 한다.

부산항만공사는 '북항 재개발'의 무게를 짊어진 공기업이다. 북항 재개발은 '무역항' 지위를 잃은 공간에 문화와 상업이라는 키워드를 녹여 다시 조성하는 프로젝트다. '아시아 최대 규모'라는 국제여객터미널과 아름다운 경치를 자랑하는 친수공원은 북항을 상징하는 건축물이다.

2008년 첫 삽을 뜬 이래 계획은 수시로 바뀌었다. 마리나 접안 부두를 구축하고 노면전차 선로도 부설한다. 오페라하우스도 만들고 해양 레포츠 시설도 짓는다. 2019년에 막을 내리려던 1단계 사업은 2027년까지 늦춰졌다.

들어가는 돈은 비탈길을 구르는 눈덩이마냥 늘어났다. 10년 전 2조원으로 추산했던 1단계 사업비는 이제 2조9000억원까지 불어났다. 부산항만공사가 책임지는 금액은 2조2000억원으로 전체 사업비 가운데 80%를 차지한다. 후유증이 생길 수밖에 없다. 1조8000억원이던 총차입금이 5년새 3조원까지 증가했다.

1단계 사업이 '현재진행형'인 가운데 2단계 사업이 닻을 올린다. 230만㎡나 되는 부지에 아파트단지부터 컨벤션센터, 산업시설까지 채우는 밑그림이 녹아들었다. 정부와 부산시가 깃발을 들고 부산항만공사가 보조를 맞춘 모양새다. 예상 총사업비는 4조원. 여기서 국비 3000억원을 제외한 3조7000억원을 어디서, 어떻게 확보할지는 숙제로 남는다.

짐이 무거울수록 여럿이 나눠 들어야 한다. 부산항만공사는 '분담' 전략을 택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한국철도공사(코레일), 부산도시공사를 끌어들여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2단계 사업시행자로 나선 건 부산항만공사와 부산시가 전부다. 컨소시엄에 참여한 여타 기업들은 사업에 등판할지 결론을 못 내렸다.

"수익성이 담보되지 않아 컨소시엄 참여 기업들의 투자 심사가 지연되고 있다"는 부산항만공사 관계자의 하소연이 와닿았다. 1단계 사업처럼 2단계 프로젝트 역시 지금 전망한 수준보다 투입 자금이 더 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다른 기업들이 북항 재개발 사업시행자 참여를 주저하는 건 당연해 보인다.

2단계 사업에 투자하면 충분한 회수 성과를 창출할 수 있음을 입증해내야 한다. 부지를 분양하고 주요 시설을 건립해 운영하는 비용과 편익을 한층 정밀하게 산출하는 게 중요해졌다. 공기업도 '기업'이다. 부산항만공사가 재무 안정성을 확립하는 첫 단추를 채우는 건 북항 재개발의 무게를 나누는데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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