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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 공기업 재무점검

부산항만공사 수익성 변수 '북항부지 판매'

②민간에 용지매각 5년간 '3000억' 확보, 분양원가 부담 '이익률 하락' 역효과

박동우 기자  2023-10-12 15:58:01

편집자주

공기업은 재벌그룹에 못지않은 덩치와 경제 및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한 곳이지만 반대로 방만경영, 빚쟁이 시한폭탄이라는 부정적 인식도 같이 갖고 있다. 효율성보다 공공성이 더 강한 조직인 탓에 민간기업과 같은 궤도에서 보기 어렵다. 그러나 이들의 재무상황은 시장 안정성과도 직결되는 만큼 면밀히 살펴볼 필요도 있다. 규모 면에서 독보적인 대형 공기업들 위주로 재무상태를 점검해 봤다.
부산항만공사의 수익성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는 '북항 재개발 부지 판매'다. 그동안 토지에 기반시설을 조성한 뒤 구획을 나눠 민간사업자에 순차적으로 매각해왔다.

최근 5년간 북항 부지를 처분하면서 3000억원을 확보했다. 하지만 90%를 웃돌 정도로 높은 분양원가율은 연간 이익률을 낮추는 역효과를 초래했다. 앞으로도 용지를 계속 민간에 매각해야 하는 만큼 분양원가를 낮추는 과제가 중요하게 부각될 전망이다.

◇1단계사업 면적 30% '유치시설용지' 구획

부산항만공사가 역점을 기울이는 북항 재개발 사업은 단순히 도로, 항구 등 기반시설을 구축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새롭게 조성한 부지를 민간에 분양하는 과제까지 이행하는 게 관건이다. 일반 기업에 부지를 처분해 수익을 추가로 실현하는 취지도 반영됐다.

민간 분양을 염두에 둔 유치시설용지 규모가 34만1000㎡다. 1단계 사업을 계기로 조성한 부지 면적 112만8000㎡ 가운데 30.2%를 차지한다. 유치시설용지의 면면을 살피면 △상업업무지구 △정보기술(IT)·영상·전시지구 △복합도심지구 △해양문화지구 등으로 나뉜다.


북항 부지에 쇼핑몰, 국제회의장, 호텔, 리조트, 공연장, 공동주택 등이 들어서는 밑그림은 1단계 사업의 지향점이었다. 민간자본 6조4802억원을 유치해 상부시설을 조성하는 로드맵을 수립한 배경과 맞물렸다. 2012년에 상업지구 D-1블록 부지 1만6419㎡를 협성르네상스에 매각하는 계약을 맺으며 첫발을 뗐다.

여세를 몰아 2018년에는 상업업무지구 D-2블록 용지 1만6195㎡를 동원개발 컨소시엄에 처분하기로 결정했다. D-3블록 토지 1만3241㎡는 부산오션파크(한국투자증권 컨소시엄)에 넘겼다. 지금까지 부산항만공사는 총 16만5000㎡ 규모의 용지를 매각했다.

민간사업자들은 부산항만공사로부터 매입한 부지에 숙박시설이나 주거용 건물을 짓는 계획을 세웠다. 협성르네상스는 2021년 1028실 규모의 레지던스 '마리나G7'을 완공했다. 부산오션파크와 동원개발 역시 오피스텔, 생활형 숙박시설 건립을 추진 중이다.

◇분양수익 대비 원가 비중 90% 웃돌아

토지를 팔아 얻은 대금은 매출 증대에 기여했다. 2018년부터 5년간 실적 추이를 살피면 분양수익을 인식한 시기는 2020년과 2021년이다. 2020년에 거둬들인 분양수익은 841억원으로 연결기준 매출액 3969억원의 21.2%를 차지했다. 특히 2021년에는 분양수익이 전년대비 3배 가까이 불어난 2430억원을 기록했다. 덕분에 매출 역시 42.4% 증가한 5653억원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북항 부지 분양은 '이익률 하락'이라는 반작용을 불러왔다. 2019년 49.3%였던 매출총이익률이 2020년 38.2%, 2021년 27.1%로 계속 낮아진 대목이 방증한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 역시 36%에서 17.9%로 2년새 18.1%포인트 하락했다.


토지공급사업 비용 부담이 다른 사업과 견줘 상대적으로 과중했기 때문이다. 2020년 부산항만공사의 분양원가율은 82.5%였다. 당시 수익을 841억원 인식한 반면 원가는 69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듬해인 2021년 분양원가는 2318억원으로 분양수익 2430억원 대비 95.4% 수준이었다.

용역부문 원가율이 최근 5년간 50%대를 유지한 대목과 대조적인 모양새다. 용역사업은 임대료와 항만시설 사용료를 확보하는데 방점을 찍었다. 임대료는 부두 운영 업체와 배후부지 입주사로부터 거둬들이는 금액이다. 항만시설 사용료는 △화물 입출항료 △접안료 △정박료 등이 포함되는데 부산항을 이용하는 해운선사와 화주에게서 수취한다.


부산항만공사는 2027년까지 진행하는 북항 재개발 1단계 사업 추진계획을 감안해 부지 분양에 한층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해양문화지구 등 나머지 유치시설용지 17만6000㎡를 민간에 공급하는 구상을 그렸기 때문이다. 이달 초에는 토지 처분을 촉진하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해양수산부, 부산광역시 등과 '북항 1단계 투자유치 공동협의회'도 발족했다. 용지 공급 활성화와 맞물려 분양원가율을 낮추는 과제가 대두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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