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부는 기업을, 기업은 기업집단을 이룬다. 기업집단의 규모가 커질수록 영위하는 사업의 영역도 넓어진다. 기업집단 내 계열사들의 관계와 재무적 연관성도 보다 복잡해진다. THE CFO는 기업집단의 지주사를 비롯해 주요 계열사들을 재무적으로 분석하고, 각 기업집단의 재무 키맨들을 조명한다.
HMM 인수에 도전장을 내민 하림그룹이 어떤 계열사를 중심으로 지분 인수를 시도할지 업계의 관심이 모인다. 자금력으로만 따지면 팬오션이 유력하지만 지배구조 상으로는 하림지주가 직접 HMM의 지분을 보유하는 것이 이상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하림그룹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집계한 재계순위 27위 그룹으로 이번 HMM 인수 후보인 세 그룹(하림·LX·동원) 중 자산 규모가 가장 크다. 공정위가 집계한 하림그룹의 자산 규모는 약 17조1000억원이다. LX그룹(11조2000억원)과 동원그룹(8조9100억원)을 앞선다.
하림그룹은 공정거래법 상 지주회사 체제로 HMM 인수를 위해 국내 계열사들이 공동으로 자금을 출자할 수 없다. 또 HMM을 품는 회사는 HMM의 지분을 적어도 30% 보유해야 한다. 만약 HMM이 하림그룹 지주사의 자회사의 손에 들어가게 된다면 HMM은 자회사(하림지주의 증손회사)의 지분을 100% 보유해야만 한다.
하림그룹은 지주사 하림지주 산하에 △팬오션 △하림 △제일사료 △선지 △팜스코 △엔에스쇼핑 등 국내 자회사들을 여럿 보유 중이다. 해외 종속기업은 대표적으로 미국내 지주회사인 △HARIM USA, LTD.가 있다. 미국 관계기업으로는 곡물터미널업을 영위하는 △EGT, LLC 등이 있다.
하림그룹은 HMM 인수전에 나설 기업을 포함해 HMM 딜 관련 프로세스에 대해 '함구령'이 내려진 상태다. 업계에 따르면 HMM 인수전을 위해 하림그룹은 팬오션을 인수할 때 손을 잡았던 사모펀드인 JKL파트너스와 한번 더 손을 잡았다. 사모펀드와 컨소시엄을 이룰 회사로는 하림그룹에서 덩치가 가장 큰 자회사인 '팬오션'이 꼽힌다.
HMM의 자산총계는 상반기 말 연결 기준 26조6440억원이다. 팬오션의 올해 상반기 말 연결 기준 자산총계는 7조8225억원으로 HMM의 약 3분의 1 수준이지만 하림그룹 자산총계의 약 절반 수준을 차지하는 대형 계열사다.
현금성자산은 상반기 말 별도 기준 6314억원으로 하림그룹 단일 계열사 중에서는 보유 현금성자산이 많은 편이다. 다만 최소 5조원으로 거론되는 HMM 지분을 떠안을 수 있는 자금력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인수금융을 비롯해 재무적 투자자(FI)까지 자금력을 총동원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가 예측하는 그림은 특수목적법인(SPC) 설립이다. 팬오션과 FI가 각각 SPC에 출자하고 SPC가 인수금융을 일으켜 HMM 지분을 인수하는 것이다. 이후 HMM이 보유한 현금성자산을 이용해 인수금융을 상환하는 방식(차입매수·Leveraged Buy Out:LBO)을 택할 것으로 바라본다.
이렇게 될 경우 하림그룹 지배구조도 상 팬오션 아래에 HMM이 배치된다. 두 회사의 자산총계와 영위 사업, 해운업계 지위 등을 고려했을 때 HMM이 팬오션이 아닌 하림지주 하에 HMM이 배치되는 것이 이상적이라는 업계 의견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하림그룹이 HMM 지분을 가져간다면 팬오션이 HMM을 지배하는 구조가 아닌 하림지주가 팬오션과 HMM을 동등한 위치에서 지배하는 병렬적 구조가 이상적일 것"이라면서 "다만 하림지주의 자금 여력이 녹록지 않을 경우 팬오션이 전면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하림지주는 올해 상반기 말 기준 별도 기준 현금성자산으로 737억원만을 보유 중이다. 확실히 팬오션보다는 자금력이 약하다.
SPC로의 출자 주체가 하림지주일 경우 하림지주에서 일종의 차입을 일으켜 SPC에 출자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하림지주는 공정거래법 상 지주회사로 별도 부채비율 200%를 넘으면 안된다는 행위제한 요건을 지켜야 한다.
올해 상반기 말 별도 기준 하림지주의 부채총계와 자본총계는 각각 1조801억원, 1조4843억원이다. 별도 부채비율은 72.8%로 200%에는 아직 한참 못미치지만 HMM 지분 인수가가 워낙 크기 때문에 하림지주가 인수 주체로 나설 경우 부채비율 변동성은 예측하기 힘들다는 것이 업계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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