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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특정 분야에서 사람을 찾는 데는 이유가 있다. 안 하는 일을 새롭게 하기 위해, 못하는 일을 잘하기 위해, 잘하는 일은 더 잘하기 위해서다. 기업이 현재 발 딛고 있는 위치와 가고자 하는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단서가 이 리크루팅(채용) 활동에 있다. THE CFO가 기업의 재무조직과 관련된 리크루팅 활동과 의미를 짚어본다.
생활용품 제조사 락앤락이 '주가 관리'에 시동을 걸었다. 최근 IR(Investors Relations)에 특화된 전문인력 영입을 추진하고 있다. 분기마다 어떤 방식으로 투자자들과 접촉할 것인지 계획을 세우고 이행하는데 방점을 찍었다.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입성 이래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주가를 둘러싼 위기의식이 고조됐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락앤락은 대규모 배당, 감자 등 잇달아 주가 부양책을 단행했다. IR 전문가 충원을 계기로 주주가치 제고 방안이 추가로 도출될지 관심이 쏠린다.
◇ '3만원→6000원' 6년새 주가 급전직하 주방 생활용품 제조에 특화된 기업 락앤락은 2010년 코스피에 상장했다. 올해까지 13년간 흐름을 살피면 단연 주가가 높았던 시점이 2017년 12월 5일로 당시 종가 기준 3만1000원을 기록했다. 이후 주가는 하락을 거듭했고 올해는 6000원선 아래까지 낮아졌다.
락앤락 주가 흐름이 부진한 건 생활용품 사업의 성장성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인식과 맞닿아 있다. 최근 5년새 유통사와 가구업체들이 자체 브랜드(PB) 상품을 선보이면서 업계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원자재 값이 급등한 탓에 락앤락의 영업손실이 2018년부터 계속 이어지는 대목도 영향을 끼쳤다.
자연스레 주가 향방이 대주주의 투자금 회수 전략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부상했다. 홍콩계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는 2017년 8월에 6293억원을 투입해 창업주 김준일 회장 일가가 소유한 지분 63%를 사들였다. 당시 책정한 주당 거래가격은 1만8000원이었다.
주가 우상향을 촉진키 위해 그동안 락앤락은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수립해 실행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배당'이다.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에 인수된 이래 처음으로 지난해 분기 배당을 실시했다. 주당 1653원을 책정해 830억원을 주주들에게 집행했다.
올해 8월에는 유상감자를 단행하는 결정도 내렸다. 주식 총수를 5020만444주에서 4332만6411주로 687만4033주 소각하는데 방점을 찍었다. 이달 17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주식 거래를 정지한 뒤 유상소각대금 400억원을 주주들에게 나눠줄 예정이다.
◇NDR 기획, 해외 상장사 커리어 중시 주가 부진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락앤락은 최근 IR 전문가 물색에 나섰다. 12년 이상의 경력을 갖춘 부장급 실무진 확충을 염두에 뒀다. 새로 합류하는 인력은 분기마다 IR 계획서를 작성하고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NDR(Non-Deal Roadshow)도 기획해야 한다.
글로벌 상장사에서 IR 업무를 수행하거나 이사회 운영에 관여한 경험을 자격 요건으로 명시한 점이 눈길을 끈다. 해외 선진기업들의 노하우를 체득해 주주 관리, 최고 경영 의사결정 기구 운영에 적극 반영하겠다는 취지다. 이사회에 포진한 구성원의 면면을 살피면 외국계 회사 근무 경력을 갖춘 인물들이 두드러지는 대목도 영향을 끼쳤다.
올해 9월 임시주주총회를 계기로 선임된 김동하 기타비상무이사는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상무로 재직 중이다. 그는 과거 크레디트스위스에서 IB(투자은행)부문 애널리스트로 활약했다. 최현 기타비상무이사 역시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임원으로 스탠다드차타드은행에서 근무한 이력이 존재한다.
락앤락에서 근무할 IR 전문인력은 최고재무책임자(CFO) 역할을 수행하는 박남기 경영관리본부장(상무)과 긴밀히 호흡을 맞춰야 한다. 박 본부장은 1973년생으로 동국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에서 경영학 석사(MBA)를 취득한 인물이다. 아모레퍼시픽그룹 전략유닛 그룹기획디비전 상무, 이니스프리 사입기획디비전장 등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