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공기업은 재벌그룹에 못지않은 덩치와 경제 및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한 곳이지만 반대로 방만경영, 빚쟁이 시한폭탄이라는 부정적 인식도 같이 갖고 있다. 효율성보다 공공성이 더 강한 조직인 탓에 민간기업과 같은 궤도에서 보기 어렵다. 그러나 이들의 재무상황은 시장 안정성과도 직결되는 만큼 면밀히 살펴볼 필요도 있다. 규모 면에서 독보적인 대형 공기업들 위주로 재무상태를 점검해 봤다.
한국가스공사가 올 상반기 운전자본에 잠겨 있던 현금이 돌면서 영업활동현금흐름을 개선했다. 원료비 미수금이 늘어난 금액보다 매출채권 회수 규모가 커서 운전자본 부담이 경감됐다. 지난해보다 액화천연가스(LNG) 판매량이 감소하면서 매출채권 잔액을 줄였지만, 추후 회수해야 할 원료비 미수금 증가 폭은 3조원대를 유지했다.
가스공사는 올 상반기 연결 기준 영업활동현금흐름으로 5조1614억원이 들어왔다. 영업활동현금흐름 유입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8125억원)보다 4조3489억원 늘었다. 별도 기준으로도 영업활동현금흐름이 전년 동기 대비 4조2473억원 증가한 4조5594억원을 기록했다.
수익성은 지난해보다 떨어졌지만 운전자본에 묶이는 현금이 줄면서 영업현금 창출 규모가 커졌다. 올 상반기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92% 감소한 727억원이다. 같은 기간 별도 기준으로는 당기순손실이 1048억원 발생했다.
매출채권을 대거 회수하면서 운전자본 부담이 줄었다. 올 상반기 연결 기준 매출채권 회수액은 6조8560억원이다. 이밖에 △재고자산 감소(1조8315억원) △기타비금융자산 증가(-3조4398억원) △매입채무 증가(-1조3642억원) 등이 당기순이익에 가감돼 영업활동현금흐름 유입으로 이어졌다.
LNG 판매량이 줄면서 매출채권 잔액이 감소했다. 가스공사의 올 상반기 LNG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0% 줄어든 1846만2000톤이다. 지난해 말 연결 기준 11조3104억원이었던 매출채권 장부금액은 올 상반기 말 4조4714억원으로 감소했다.
계절성 영향도 있었다. 가스공사는 동절기(12월~3월)에 난방 수요가 집중돼 대체로 4분기와 1분기에 매출채권이 쌓이고, 2분기에 회수하는 흐름을 보인다. 천연가스 도매사업자인 가스공사의 매출처는 소매사업자인 지역별 도시가스 회사와 대량 수요처인 한국전력공사의 발전자회사와 민자발전사 등이다. 최대 납기일이 검침 완료(월말 공급량 기준)후 익익월 이내라 매출채권은 대부분 단기로 잡힌다.
원료비 미수금은 지난해부터 지속해서 운전자본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가스공사는 원료비 미수금을 기타비금융자산으로 계상한다. 올 상반기 기타비금융자산 증가액(3조4398억원)은 대부분 원료비 미수금 증가분(3조3355억원)이다. 지난해 상반기에도 원료비 미수금 3조7692억원이 추가로 쌓였다.
원료비 미수금은 가스공사가 원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LNG를 공급하면서 인식한 금액이다. 가스공사는 원료비연동제에 따라 원가보다 낮은 가격에 LNG를 공급하면 보장된 가격과 실제 공급가 차이를 미수금으로 계상한 뒤, 추후 정산단가를 요금에 반영해 회수한다.
가스공사는 지난해부터 누적된 미수금을 줄이지 못했다. 도시가스 도매요금 인상 폭이 LNG 수입단가 상승 추세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미수금이 늘었다. 지난해 미수금이 9억원가량 발생해 연말 누적액은 12조207억원을 기록했다. 올 상반기 말 누적 미수금은 15조3562억원이다.
다가오는 동절기에도 영업활동현금흐름을 창출하려면 운전자본 부담을 통제해야 한다. LNG 수요가 늘어나는 4분기와 1분기에 매출채권을 줄이기는 어렵다. 미수금을 적게 인식하려면 정산손실(판매수입-발생원가)을 줄여야 하지만, 이는 도시가스 요금을 조정해야 가능한 일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최소한의 수준에서 도시가스 요금 인상을 결정했다. 지난해 기준원료비 인상(2.74원/MJ) 등을 포함해 총 네 차례 민수용 도시가스 요금을 인상했다. 지난 1분기에는 동절기 국민 부담을 고려해 동결했다가 5월 민수용 요금을 1.04원/MJ(정산단가 0.7원/MJ 포함) 인상했다. 민수용 원료비 정산단가는 지난해 △5월 1.23원/MJ △7월 1.9원/MJ △10월 2.3원/MJ이 요금에 가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