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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er Match Up남양유업 vs 매일유업

'경영안정 vs 경영공백' 지배력 차이 원인은

②[지배구조]2000년대 초 오너2세 경영 본격화, 선제적 지주사 전환 나선 매일유업

서지민 기자  2023-10-13 08:26:33

편집자주

'피어 프레셔(Peer Pressure)’란 사회적 동물이라면 벗어날 수 없는 무형의 압력이다. 무리마다 존재하는 암묵적 룰이 행위와 가치판단을 지배한다. 기업의 세계는 어떨까. 동일 업종 기업들은 보다 실리적 이유에서 비슷한 행동양식을 공유한다. 사업 양태가 대동소이하니 같은 매크로 이슈에 영향을 받고 고객 풀 역시 겹친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태생부터 지배구조, 투자와 재무전략까지. 기업의 경쟁력을 가르는 차이를 THE CFO가 들여다본다.
안정적인 지배구조는 중장기적 경영목표를 세우고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게 함으로써 기업의 빠른 성장을 가능하게 한다. 남양유업과 매일유업이 1960년대 낙농 불모지에서 유가공 산업을 견인할 수 있었던 힘도 창업주의 막강한 지배력에서 비롯됐다.

홍두영 남양유업 명예회장과 김복용 매일유업 선대회장은 비슷한 시기 장자승계 원칙에 따라 2세에게 경영권을 물려줬다. 김정완 회장은 2000년, 홍원식 회장은 2003년 승계 절차를 마무리하고 최대주주에 올랐다.

이후 20여년이 흐른 현재 매일유업은 선제적 지주사 전환으로 오너 지분율을 당시보다 더 늘리면서 확고한 경영 안정성을 구축했다. 반면 다소 늦게 지배구조 개선에 눈을 돌린 남양유업은 수년째 경영권 분쟁이 이어지는 등 사실상 경영 공백 상태에 빠져 있다.

◇김정완 매일유업 회장, 지주사 전환 과정서 현물출자 활용 지분율 확대

김복용 선대회장은 일찌감치 장남인 김정완 회장을 후계자로 선택했다. 김 회장은 1997년 매일유업 사장으로 승진하며 2세 경영을 본격화했고 2000년 최대주주 자리에 올랐다. 2001년 기준 김 회장의 매일유업 지분율은 14.18%였으며 김 선대회장(5.47%), 어머니 김인순 명예회장(5.37%) 등이 뒤를 이었다.

2006년 작고한 김 선대회장은 아내에게 5만6900주, 3남1녀에게 각각 동등하게 16만9145주를 상속했다. 당시 김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의 지분율은 51.51%에 달했으나 김 회장 개인이 보유한 지분은 15%를 조금 웃돌아 안정적 지배력을 유지하기엔 충분하지 않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 회장이 지분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쓴 방법이 바로 지주사 전환이다. 매일유업은 2017년 지주 부문과 유가공 사업부문을 인적분할하여 매일유업을 신설하고 지주사 명칭을 매일홀딩스로 변경했다. 당시 매일홀딩스가 보유한 매일유업 지분율은 7.31%로, 지주사 행위제한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현물출자 유상증자를 단행해 매일유업 지분을 추가로 취득했다.


이 때 김 회장과 어머니 김인순 명예회장은 매일유업 주식을 매일홀딩스에 넘기는 대신 매일홀딩스 신주를 취득했다. 반면 이 둘을 제외한 오너일가는 현물출자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김 회장의 매일홀딩스에 대한 지분율은 기존 15.93%에서 38.27%로 뛰어올랐다. 특수관계인 지분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안정적인 지배력을 확보하게 된 셈이다. 선제적으로 지배구조 개선에 나서 오너 2세 경영체제를 정비한 것으로 분석된다. 오너십 강화와 사업 분리로 인한 전문성 강화는 곧 경쟁력 제고로도 이어졌다.

향후 오너 3세 김오영 씨는 어떤 방법으로 승계를 이뤄낼지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김 회장의 장남인 김오영 씨는 2014년 신세계그룹에 사원으로 입사해 신세계백화점과 신세계프라퍼티를 거쳤고 2021년 매일유업에 합류해 경영수업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김오영 씨의 매일홀딩스와 매일유업 지분율은 0.01%로 미미한 수준이다. 아버지 김 회장의 지분을 사들이거나 추후 증여받기 위한 세금 재원 등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오너리스크가 초래한 경영 공백 장기화…미래 전략 수립 '난항'

남양유업은 오너 일가가 확고한 지배력을 구축한 상태로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필요성이 적었다. 남양유업은 100% 자회사로 음식료 제조사 건강한사람들과 부동산 임대업을 하는 금양흥업을 두고 있으며 2014년부터 투자 목적의 사모단독펀드도 보유 중이다.

창업주 2세 홍원식 회장은 2003년 모친 지송죽 씨로부터 2.79%, 2008년 홍두영 명예회장으로부터 7.63%를 증여받고 2013년 차명으로 갖고 있던 주식 26.57%를 실명 전환하면서 51.68%라는 과반의 지분을 단독으로 보유하고 있다.

홍 회장의 지배력은 2013년 대리점 갑질 사건으로 남양유업 불매운동이 벌어지면서부터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후 계속해서 병역비리, 공장 건설 리베이트 등 오너리스크가 불거지며 남양유업에 대한 소비자들의 이미지가 급격히 악화된 상황에서 2021년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억제에 효과가 있다는 주장이 허위 광고로 판명되면서 소비자 신뢰가 완전히 무너졌다.

홍 회장은 2021년 5월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불가리스 논란에 사과한 후 지배구조 쇄신 의지를 밝혔다. 오너 리스크 해소를 위해 경영권을 자식에게 물려주지 않을 것이며 오너 일가가 회장직에서 사퇴하겠다는 발표였다.

이후 홍 회장은 본인 지분을 포함한 회사 지분 53.08%를 매각하는 주식매매 계약을 한앤컴퍼니와 체결했지만 약 4개월만에 매각 의지를 번복해 계약 해지를 통보했고 이후 한앤코와 소송전이 벌어졌다.

홍 회장은 한앤코가 제기한 주식양도소송 1심과 2심에서 패소했다. 대법원의 최종 판결에서도 홍 회장이 패소할 경우 한앤코는 남양유업의 새 대주주가 된다. 대법원은 지난달 ‘쟁점에 관한 재판부 논의‘에 들어간 상태다. 주심 대법관이 내용을 검토하는 단계로 판결 시기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법적 다툼이 길어지면서 남양유업 경영에는 공백이 생긴 상황이다. 이광범 대표가 2021년 사의를 표명한 뒤 김승언 경영지배인의 비상경영 체제가 2년째 이어지고 있다.

남양유업은 코로나19 팬데믹과 저출생으로 인한 유업계 위기를 겪고 있어 미래 전략 수립이 시급한 상황이다. 성장동력 발굴과 공격적 투자 등 고강도의 체질개선이 필요한 시점에 경영 공백이 생기면서 쇄신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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