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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 공기업 재무점검

LH, 한창 줄인 미매각 토지…경기불안에 다시 '들썩'

①10년간 71% 감축, 금리인상·주택경기 침체 도래…공공택지 연체액 1조 돌파

원충희 기자  2023-10-10 10:25:47

편집자주

공기업은 재벌그룹에 못지않은 덩치와 경제 및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한 곳이지만 반대로 방만경영, 빚쟁이 시한폭탄이라는 부정적 인식도 같이 갖고 있다. 효율성보다 공공성이 더 강한 조직인 탓에 민간기업과 같은 궤도에서 보기 어렵다. 그러나 이들의 재무상황은 시장 안정성과도 직결되는 만큼 면밀히 살펴볼 필요도 있다. 규모 면에서 독보적인 대형 공기업들 위주로 재무상태를 점검해 봤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자주 비판 받는 부분 중 하나는 미매각 토지다. 용지 미매각에 따른 비용부담과 개발사업 무산 등으로 땅을 묶어두면서 추가 금융비용이 발생하는 탓에 방만경영의 근거처럼 사용되고 있다. 때문에 LH는 미매각 토지 정리에 심혈을 기울였다.

2012년 30조원으로 정점을 찍었던 미매각 토지는 2013년부터 총력판매를 통해 작년 말 8조7000억원 수준까지 감소했다. 이는 부채감축에도 기여했다. 다만 올들어 부동산 경기 불황에 수도권에서도 미매각이 속출하자 다시 증가세로 돌아설지 시선이 쏠리고 있다.

◇2013년 기점으로 10년간 31.5조→8.7조 감축

LH는 국토교통부 산하 준시장형 공기업으로 2009년 10월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를 합병해 출범했다. 토지은행과 도시개발, 공공주택 공급 등의 주요사업으로 영위하고 있다. 작년 말 기준 총자산 213조6488원의 대형 공기업이다.

여느 공기업이 그렇듯 LH도 부채이슈에 묶여있다. 출범 당시 빚만 134조원이 넘었다. 토지공사는 토지매각 수익, 일명 땅장사로 짭짤한 곳이었으나 서민 대상 저가 임대주택 보급 등으로 인해 빚덩이 된 주택공사가 합병되면서 부채를 떠안았던 탓이다

다만 LH는 막대한 부동산 자산을 가진 땅부자이기도 하다. 시설물 수준인 게 아니라 전국 각지에 있는 토지와 아파트 단지 등 범용성 좋은 자산이다. 이를 매각하는 식으로 부채를 갚았다. 물론 땅이라는 게 매각 공고했다고 해서 그냥 팔리는 게 아닌 만큼 아직 팔리지 않은 미매각 토지가 있다. 이는 매년 시즌 때마다 LH를 비판하는 구실이 된다.


LH의 미매각 토지는 2007년부터 부동산 경기침체로 인해 크게 증가해 2012년 말에 31조5204억원 수준으로 정점을 찍었다. 이에 LH는 2013년 판매목표 관리제 시행 등 총력판매 노력으로 작년 말 8조7074억원까지 줄였다. 토지매각 대금은 부채감축에 기여했다.

꾸준히 늘던 부채는 2013년 말 142조원으로 피크를 찍었다가 감소세로 돌아선 것도 이때부터다. 2019년 말에는 126조6000억원까지 줄었는데 여기에는 부채감축 노력과 더불어 미매각 토지 총력 정리가 기여했다.

◇작년 11월부터 공공택지시장 '꽁꽁'…연체도 급증

LH가 취급하고 있는 공공택지는 아파트 같은 공동주택과 더불어 주상복합 및 상가 등 각종 상업시설 등을 짓기 위해 조성된 용지다. LH가 조성해 공급하고 건설사와 시행사가 입찰에 참여해 낙찰 받는 구조다. 민간개발 택지에 비해 가격이 저렴, 일단 당첨되면 로또로 취급된다.

그러나 작년 하반기부터 올해까지 상황이 어려워졌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LH 공동주택용지 분양은 신청기업이 없어 미매각되는 사례가 지난해 11월부터 나타나고 있다. 당장 자금 조달에 대한 어려움도 있지만 착공하더라도 현금유입이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 시장에 팽배하기 때문이다. 주택 업황이 회복되려는 시그널이 포착되고 있지 않은 게 요인이다.

2~3년 전 금리가 지금처럼 오르지 않을 때는 LH의 공공택지 입찰 경쟁률이 수백 대 1을 넘었다. 일각에선 당첨 확률을 높이기 위해 수십 개의 페이퍼컴퍼니 등 자회사 명의를 동원할 정도였다. 그러나 지금은 중도금과 잔금을 내지 못해 확보한 공공택지를 반납해야 되는 업체들이 늘고 있다.

LH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택지지구 내 공공주택용지를 분양받고 납부대금을 연체한 사업장은 총 46개 필지, 연체금액은 총 1조1336억원으로 전년 동기(1894억원)대비 6배 이상 늘었다. 향후 납부해야 할 미납금까지 포함시 2조9028억원에 이른다. 사업장당 최대 연체금액은 1413억원, 수백억원 단위로 연체된 사업장 역시 40곳이 넘는다.

LH의 택지는 공기업의 특성상 납부대금이 밀렸다고 해서 무조건 계약이 해지되지 않는다. 해약 후 재매각 절차를 거쳐야 하는 탓에 가급적 계약 상황을 유지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그럼에도 해약 후 반납된 토지 소유권은 공급계획 수립·승인과 공급방침 결정, 가격사정, 공고 등의 절차를 다시 거쳐 매각 공고된다. 반납된 토지가 많아질 공산이 커지면 미매각 토지 부담도 같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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