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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사 자본재분배 성적표

수익 부진 자체 브랜드, 자금지원 부담

[F&F홀딩스]⑤자체 브랜드 확장 과제…순손실 누적에 출자 지속

이민호 기자  2023-09-25 15:29:36

편집자주

지주사의 주요 역할 중 하나가 그룹 각 계열사에 대한 자본재분배다. 지주사는 재무건전성 우위 계열사로부터 배당수익과 상표권사용수익 등을 수취해 이를 재원으로 유상증자나 사채인수 등 방법으로 열위 계열사를 지원한다. 하지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 무리한 자본재분배는 우위 계열사까지 망가뜨리고 지주사의 재무건전성도 악화시킬 위험이 있다. THE CFO가 각 그룹 지주사의 자본재분배 형태와 이에 따른 재무지표상 변화를 점검해본다.
F&F그룹의 주요 과제 중 하나는 라이선스 브랜드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자체 브랜드를 확장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초기 지분투자에 나선 브랜드가 '듀베티카(Duvetica)'와 '이세(IISE)'다.

하지만 이들 브랜드는 여전히 수익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영업손실이 이어지면서 F&F홀딩스에 자금지원 부담을 지우고 있다.

◇라이선스 브랜드 의존…자체 브랜드 육성 선택 아닌 필수

F&F그룹은 '엠엘비(MLB)'와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Discovery Expedition)' 등 해외 라이선스 브랜드를 앞세워 성장해왔다. 하지만 해외 브랜드는 라이선스 계약을 주기적으로 갱신해야 하는 데다 브랜드 사용료를 부담해야 한다.

F&F그룹은 계약상 비밀유지 사항이라는 이유로 라이선스 계약기간과 브랜드 사용료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MLB는 1997년부터,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은 2012년부터 라이선스 계약을 이어오고 있는 만큼 만만찮은 브랜드 사용료를 부담해온 것으로 보인다.


F&F그룹은 패션사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자체 브랜드를 확보할 필요성을 절감했다. 이 때문에 곳간에 현금이 쌓이기 시작한 2010년대 중반부터 자체 브랜드 확보에 막대한 투자를 집행하고 있다. F&F그룹은 2018년 5월 자체 에슬레저(Athleisure) 브랜드 '스트레치엔젤스(Stretch Angels)'를 론칭했지만 큰 재미를 보지는 못하고 있다. 이후 자체 브랜드 확보 수단의 무게중심은 기존 패션 브랜드 인수로 옮겨간 상태다.

다만 2021년 5월 지주사 체제 전환 이후 미국 골프용품 브랜드 '테일러메이드(TaylorMade)'(5580억원)나 미국 테니스웨어 브랜드 '세르지오 타키니(Sergio Tacchini)'(830억원) 등 해외 브랜드 인수를 책임진 곳은 사업회사인 F&F였다.

이 때문에 지주사인 F&F홀딩스는 자체 브랜드 확보에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F&F가 국내와 중국 사업을 앞세워 우수한 현금창출력을 자랑하고 있지만 F&F홀딩스는 배당금수익과 임대수익 등 한정된 영업수익원에 여전히 의존하고 있는 탓이다.

◇듀베티카·이세 영업 부진…지주사 지원 부담

그럼에도 F&F홀딩스는 일부 자체 브랜드에 대해서는 꾸준히 출자로 힘을 보태고 있다. 지주사 체제 전환 이전에 F&F그룹에 인수된 기업들이다. 인적분할 때 F&F홀딩스 자회사로 남겼기 때문에 F&F홀딩스가 직접적인 지원 책임을 지는 형태다.


듀베티카인터내셔널(Duvetica International)이 대표적이다. 2018년 5월 이탈리아 패딩 브랜드 '듀베티카' 인수를 위해 자본금 49억원을 출자해 설립했다. 애초 자본금과 함께 대여금도 제공했지만 2020년 해당 대여금 전량인 76억원을 출자전환하면서 성장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이후로도 듀베티카인터내셔널에 대한 출자는 이어지고 있다. 2021년 53억원, 지난해 51억원에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31억원을 출자했다.


또다른 사례로는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이세' 사업을 책임지는 이세아시아가 있다. 2020년 22억원으로 지분을 처음 취득한 이후 지난해 12억원을 추가 출자했다. 지분율은 최초 37%에서 51.6%로 늘어난 상태다. 현금출자 외에 8억원의 대여금도 제공하고 있다.

다만 이들 브랜드 사업은 수익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 듀베티카인터내셔널은 당기순손실이 이어지면서 2021년부터 자본잠식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이세아시아도 당기순손실이 이어지면서 2021년에는 지분가치 일부인 7억원을 상각하기도 했다. F&F홀딩스가 두 자회사에 대한 추가 출자를 지속하는 것도 부진한 영업실적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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