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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업 확대·자회사 인수' 투자계획 쌓였다…엄기민 CFO 역할은

매출액 목표 달성까지 2년…남은 기간 자금조달 해법 찾아야

허인혜 기자  2023-09-25 08:01:04
KG모빌리티는 아직 해낸 일보다 해내야 하는 일이 많은 곳이다. 곽재선 회장은 21일 미래전략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대한민국 자동차 회사의 존재 이유를 분명히 보여주겠다'고 했다. 중견 3사 중 하나인 뜨뜻미지근한 회사로만은 남지 않겠다는 각오다.

체급을 올릴 때 가장 중요한 조건은 무게인 터, KG모빌리티의 미래 계획을 한 마디로 축약하면 규모 확대다. 실제로 내놓은 계획들도 산적해 있다. 자동차 라인업 확대와 전기차·하이브리드 동시 개발, 에디슨모터스 인수다. 모두 적잖은 돈이 드는 계획이다. 돈의 흐름을 좌우할 최고재무책임자는 경영지원부문장과 사업지원본부장을 겸하는 엄기민 CFO(최고재무책임자)다.

◇유입 많았지만…'인수·확대·개발' 돈 쓸 일 많다

KG모빌리티의 현금및현금성자산은 인수대금 유입에 따라 늘었다. 2021년 546억원이던 현금성 자산은 KG모빌리티 인수 후인 지난해 3분기 말 843억원으로 불었다.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는 1049억원까지 확대됐다.

올해 1분기 현금및현금성자산은 줄었지만 단기금융상품이 크게 늘어 실질적인 유동성에는 영향이 없었다. 올해 상반기 말을 기준으로 현금및현금성자산은 691억으로 줄었지만 단기금융상품이 1727억원까지 껑충 뛰었다.

곳간은 전에 없이 윤택해졌지만 문제는 나갈 일이 쌓여있다는 점이다. KG모빌리티는 전격적인 재도약을 선언했다. KG모빌리티가 세운 규모 확대 전략은 크게 세 가지다. '토레스'라는 단일 히트작에 기댄 매출을 확대하려면 라인업 확보가 필수다. 자동차 세대교체 구간에 접어든 만큼 전기차 개발에도 매달려야 한다. 하반기 하이브리드 차량 개발 계획도 추가됐다.

전기버스 등 상용차 사업 확대를 노리고 뛰어든 에디슨모터스 인수도 확정적이다. 에디슨모터스 인수에만 550억원 투입돼야 한다. KG모빌리티는 이중 10%를 선납한 상태다. 495억원이 남았다.

◇아직은 토레스뿐…2025년까지 '3배' 판다는 KG모빌리티

제조 기업의 기본적인 현금창출구는 매출이다. 외부 조달도 주요 조달처지만 상환 부담이 가중되고, 모기업의 지원사격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결국 지속가능하고 안정적인 현금조달을 위해서는 매출액 확보가 필수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매출을 늘리려면 잘 팔아야 한다. KG모빌리티는 토레스를 잘 팔고 있다. 문제는 토레스만 잘 팔린다는 것. 밋밋한 라인업이 문제다. 티볼리, 코란도, 렉스턴 등을 보유하고 있는데 토레스 외에는 과거에 인기를 끌었던 왕년의 스타다. 유동성 위기 탓에 신차 출시 사이 간격이 길었던 탓이다.

KG모빌리티의 매출액 흐름을 보면 2020년 2조9501억원, 2021년 2조4293억원으로 줄었다가 2022년 3조4234억원으로 늘었다. 토레스가 지난해 7월 출시된 만큼 토레스 효과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올해다. 토레스의 신차 효과가 급격히 사라지고 있어서다. 3월 판매량 6595대로 최대치를 기록한 뒤 4월 3553대로 급락했다. 5월 2468대, 6월 2907대, 7월 1442대, 8월 1592대다. 반짝 스타로 끝났던 티볼리의 전철을 밟기 전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등의 라인업 확대가 요구된다. 계주봉을 이어받을 후속작도 급하다.

KG모빌리티가 제시한 비전이 그대로 이행된다고 가정해도 라인업 확대로 매출액이 성장하기까지는 약 2~3년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KG모빌리티는 2025년까지 완성차 생산 22만대와 KD(반제품·반조립을 뜻하는 말로 부품을 수출해 현지에서 차량을 조립) 10만대를 더해 연간 32만대 판매를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연간 판매량이 11만4000대, 내수와 수출을 합친 합계 매출액은 3조4244억원으로 규모로만 단순 계산하면 전년대비 약 3배의 매출액을 올리겠다는 의미다. 약 10조3000억원이다.

◇'믿을맨' CFO 배치, 곽재선 인사에 담긴 믿음


그 사이 필요한 자금은 어디서 충당해야 할까. 우선 KG그룹의 인수 투자계약에 따른 미투자금액이 아직 남아있다. 약 1500억원 규모다.

KG그룹에서 나온 자금들을 배치하는 건 CFO의 역할이다. 엄기민 CFO다. 엄 CFO가 KG그룹의 전략실장 출신인 데다 곽재선 회장이 KG그룹과 KG모빌리티에 모두 몸담고 있는 총괄회장인 점을 감안하면 조달 방식도 곽 회장과 엄 CFO가 함께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KG모빌리티는 올해 4월 경영개선계획 추진 공시를 통해 재무구조 개선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우선 미투자분 1505억원은 올해 내에 추가투자를 완료한다는 목표다. 유상증자, 전환사채, 신주인수권부사채 등의 조달 방법을 열어두고 고심 중이다.

현금보유량을 축소하는 한편 단기금융상품을 늘린 점도 CFO의 전략으로 읽힌다. 단순히 보유만 하고 있는 자금을 금융투자로 선회해 추가 수익을 벌어들이고 있다. 외부 조달이나 매출액 확보와 비교하면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자금 운용 전략이 전에 비해 적극적으로 변화했다는 신호다.

자금확보와 운용이 어느때보다도 중요한 상황에서 엄 CFO를 배치한 건 그만큼 믿음이 확실하다는 이야기다. 엄 CFO는 1992년 KG케미칼에 입사한 뒤 30년 이상 KG그룹에 몸담아 왔다.

2005년 KG케미칼 전략팀장에 오르며 전략과 경영지원 부문의 경력을 시작했다. 내부 감사와 기업가치 평가 등의 자격증을 보유하는 등 KG그룹 내에서는 재무통으로 꼽힌다. 2022년 7월 KG모빌리티 인수단장을 거친 뒤 그대로 KG모빌리티의 일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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