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식품의 믹스커피 시장 지배력은 공고하다. 이를 토대로 매년 조 단위 매출을 올리고 있으며 이는 회사가 수년째 유지 중인 무차입 기조의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회사채 발행과 같은 시장성 조달 대신 수익성 기반의 현금창출을 통해 운영 자금 등을 확보하고 있다.
◇안정적인 수익성, 에비타 마진율 12% 국내 커피류 시장 규모는 3조원 규모다. 세부적으로는 볶은커피와 조제커피(믹스커피), 액상커피 등으로 구분된다. 이중 믹스커피의 경우 동서식품이 85%~90%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시장 선점 효과와 품질, 브랜드 경쟁력 등이 맞물렸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 평가다.
믹스커피 등을 앞세운 동서식품의 시장 지배력은 수익성 제고로 이어졌다. 매출의 경우 지난 2011년에 1조5000억원 규모를 기록한 이후 10년 넘게 유지하고 있다. 2022년 말 기준으로는 전년 1조5451억원 대비 4% 증가한 1조6109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1591억원과 1342억원이었다.
영업활동을 통한 수익창출능력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인 EBITDA 마진율은 수년 동안 15% 내외를 유지했다. 최근 5년 중에는 2020년 한 때 16%를 기록하기도 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은 13.5% 수준이었다.
다만 작년 말 기준으로는 EBITDA 마진율과 영업이익률에서 각각 12%와 9.9%를 기록해 예년 대비 소폭 하락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2022년의 경우 환율과 에너지, 원부자재 가격 상승 등의 여파로 수익성 제고의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풀이된다.
동서식품의 경우 커피류 제품이 강점이기는 하지만 시리얼과 비스킷 등의 식품 영역에서도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특히 시리얼의 경우 코로나19 발병 이후 건강식과 식사대용 간편식 등의 수요가 늘고 있어 동서식품은 관련 부문 확대 등을 통한 수익성 제고에 역량을 모으고 있다.
시리얼 중에서도 귀리 등 곡물과 견과류를 뭉쳐 만든 그래놀라 제품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2021년 말 기준으로 국내 그래놀라 시장 규모는 약 780억원으로 전년 대비 21% 증가했다. 이중 동서식품의 '포스트 그래놀라'는 약 55%의 점유율을 차지하기도 했다. 동서식품의 경우 지난 2008년 국내 최초로 그래놀라를 넣은 시리얼을 출시한 이후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이상한 CFO '무차입 기조' 컨트롤 동서식품의 안정적인 수익성은 회사의 재무 정책에서도 엿볼 수 있다. 수익성 기반의 현금창출이 원활한 만큼 회사 운영 등에 필요한 자금의 대부분을 내부 자금으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규모 투자가 아니더라도 회사채 발행이나 장단기 차입금 등을 통해 사업 확대 등의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지만 동서식품은 이를 자체 현금으로 충당하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 2022년 말 기준 동서식품의 현금성자산(금융상품 포함)은 7148억원 규모다. 순영업활동현금흐름(NCF)은 연간 2000억원 내외를 기록하고 있다. 이처럼 풍부한 현금성자산은 동서식품이 무차입 기조를 유지하는 토대가 되기도 했다.
동서식품의 경우 은행권을 통한 대출이나 차입금, 회사채 발행 등이 없다. 2004년부터 2018년까지 차입금은 0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2019년부터 차입금이 생기기는 했지만 관련 금액은 회계기준 변경으로 리스부채가 계상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리스부채를 포함하더라도 차입금의 규모는 크지 않다. 지난해 말 기준 총차입금은 112억원에 불과했다. 관련 금액은 전액이 리스부채였으며 세부적으로는 유동부채가 62억원이었고 비유동부채가 50억원이었다. 결과적으로 동서식품은 차입금보다 현금성자산이 많기 때문에 순차입금은 마이너스(-)7036억원을 기록했다.
동서식품의 이러한 무차입 기조는 현재 회사의 최고재무책임자(CFO) 이상한 재무전산 부사장이 컨트롤하고 있다. 이 CFO에 관한 정보는 외부에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1983년 동서식품에 입사해 줄곧 재무와 회계 등 재무파트에서 활약한 인물인 것으로 알려졌다. 약 40년 동안 동서식품에서 근무한 인사며 회사의 내부회계관리자도 함께 맡고 있다.
이 CFO가 향후 재무관리 계획 등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동서식품의 무차입 경영은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 평가다. 시장 지배력을 통한 안정적인 수익 창출력을 갖추고 있는 만큼 외부자금을 조달할 필요성이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