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그룹이 지주사 동서의 경영지원부문장을 윤세철 부사장에서 오너 3세인 김종희 부사장으로 변경했다. 또한 김종희 부사장이 동서 주식 매입을 통해 지배력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내부를 장악하면서 승계 발판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동서의 조직은 크게 경영지원·식품사업·포장사업·다류사업 등 총 4개 부문으로 구성된다. 그중에서 경영지원부문은 기획·내부회계관리·관리·경리·법무·전산·구매·구매SCM·수출을 산하에 두고 사업 전반을 지원하고 있는 조직으로 위치한다.
이러한 경영지원부문을 이끄는 수장이 올해 윤세철 부사장에서 김종희 부사장으로 변경됐다. 올해 1분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윤세철 부사장의 담당 업무가 기존 경영지원부문 총괄에서 구매·수출·제조부문 총괄로 변경됐다.
윤세철 부사장을 대신해 김종희 부사장이 경영지원부문장으로 선임됐다. 1976년생인 김종희 부사장은 김재명 명예회장의 장손으로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과를 졸업한 후 2014년부터 동서의 임원 현황에 이름을 올렸다.
이때부터 그는 줄곧 경영지원부문 기획관리 총괄 업무로 경력을 쌓았고 올해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직책도 부문장으로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오너 3세 중에서는 김종희 부사장이 유일하게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중이다.
그를 보좌하고 있는 임원은 박복기 전무로 보인다. 1960년생인 박복기 전무는 동서에서 줄곧 기획 업무에 전념했던 인물이다. 전북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그는 2010년에 기획관리부장에서 기획관리담당 이사를 거치면서 승진을 해왔다.
김종희 부사장이 2014년부터 경영지원부문 기획관리 총괄 업무를 맡으며 임원 명단에 이름을 올렸을 때 박복기 전무도 나란히 동일 업무를 맡아왔다. 더군다나 김종희 부사장이 올해 현 직급으로 승진하면서 박복기 전무도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했다.
현재 박복기 전무는 경영지원 총괄을 수행하면서 김종희 부사장과 호흡을 맞추고 있다. 동서 측은 최고재무책임자(CFO)라는 직책을 두고 있지는 않지만 공시 담당은 박복기 전무가 맡고 있고 이를 포함한 지원 업무를 김종희 부사장이 총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기반으로 김종희 부사장은 사내 입지를 더욱 넓혀나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동서 주식을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매입하면서 지분율을 높이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그의 지분율은 지난해 말 12.59%에서 올해 7월 13.24%로 높아졌다.
동서의 지분은 크게 김재명 명예회장의 장남인 김상헌 전 동서 고문(16.94%) 과 차남 김석수 동서식품 회장(18.62%)으로 구성된다. 개인 지분으로 보면 차남 김석수 회장이 장남 김상헌 전 고문보다 더 많은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다만 김상헌 전 고문은 부인과 자녀의 지분까지 더해 최대주주로서 위치하고 있는 형태다. 김상헌 전 고문과 부인 한혜연 씨(3.61%), 장녀 김은정 씨(3.76%), 차녀 김정민 씨(3.61%)에 장남 김종희 부사장 지분까지 모두 합산하면 41.16%에 달한다.
이를 보면 김종희 부사장은 부친 김상헌 전 고문의 지분을 그대로 넘겨 받으면 30.18% 지분율로 올라 동서의 최대주주에 오를 수 있다. 다만 작은 아버지 김석수 회장과 부인 문혜영 씨, 장남 김동욱 씨, 차남 김현준 씨 합산 지분 25.48%를 무시할 수는 없다.
김종희 부사장으로서는 부친에게 지분 증여를 받는다고 가정하더라도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주식을 더욱 확보할 필요성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선제적으로 주식을 매입해 승계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동서 관계자는 "오너 일가가 주식을 매입하는 것은 개인적인 사정이기 때문에 자세한 사항까지 파악하기 힘들다"며 "김종희 부사장이 이끄는 경영지원부문은 인사·총무·재무 등을 포함한 지원 업무를 모두 맡고 있는 조직이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