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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장사 재무분석

동서식품, 줄지 않는 재고 '운전자본' 부담 가중

③원재료 가격상승 직격탄, 수익성 약화로 '현금창출력' 위축

박규석 기자  2023-09-21 15:19:00

편집자주

비상장사는 공개하는 재무정보가 제한적임에도 필요로 하는 곳은 있다. 고객사나 협력사, 금융기관 등 이해관계자들이 거래를 위한 참고지표로 삼는다. 숨은 원석을 찾아 투자하려는 기관투자가에겐 필수적이다. THE CFO가 주요 비상장사의 재무현황을 조명한다.
동서식품의 운전자본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수년 전부터 재고자산이 늘기 시작하더니 지난해에는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관련 금액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원가 부담은 수익성에도 영향을 미쳤고 결과적으로는 현금창출력 저하로 이어지게 됐다.

믹스커피 등 커피류 제품 판매가 사업의 중추인 만큼 주요 원재료는 당연히 커피 원두다. 하지만 2022년의 경우 국제 커피 원두 가격과 환율 상승 등이 맞물리면서 원재료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실제 지난해 커피 원두 수입가격은 연초 1㎏당 5785원였지만 10월 7401원까지 증가하면 정점을 기록했다. 12월 기준으로는 6058원이었다.

◇원두 가격 상승 직격타...수익성 뒷걸음

동서식품의 2022년 말 기준 매출은 1조6109억원이다. 전년 1조5451억원 대비 4% 증가한 수치로 작년에 단행한 제품 가격 인상 등의 효과였다. 다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1년 새 각각 24%와 18%씩 줄어든 1591억원과 1342억원을 기록해 이익창출력 측면에서는 유의미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의 경우 2021년 2456억원에서 지난해 1974억원으로 줄었다. 동서식품이 2012년부터 2000억원에서 2400억원 사이의 상각전영업이익을 유지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눈에 띄는 변화다.


상각전영업이익이 줄어든 만큼 EBITDA마진(EBITDA/매출액) 또한 감소했다. 최근 5년 동안은 15% 내외를 유지했지만 2022년 말에는 전년 15.9% 대비 3.6% 포인트(P) 감소한 12%를 기록했다. EBITDA마진은 영업활동을 통한 수익창출력을 가늠하는 지표로 관련 수치의 하락은 곧 수익성이 약화됐다는 의미다.

이러한 수익성은 높아진 커피 원두 등 원부재료 가격과 환율의 영향이 컸다. 이들은 매출원가가 증가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는 2022년 동서식품의 매출이 전년 대비 4% 증가했음에도 영업이익은 오히려 감소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매출원가만 놓고 보면 2021년에는 9421억원 규모였지만 지난해에는 이보다 16% 증가한 1조946억원을 기록했다.

수익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동서식품은 현재 캡슐커피 시장 공략에 역량을 모으고 있다. 원재료 가격 상승 등의 여파를 해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조제커피(믹스커피) 시장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필요도 있기 때문이다.

조제커피는 동서식품이 80%~85%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는 영역이다. 다만 시장 규모가 점차 줄고 있어 동서식품에게는 반갑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 2017년에는 연간 1조원에 달했지만 2018년에 8500억원으로 줄었고 2020년에는 7800억원까지 축소됐다.

반면 캡슐커피 시장은 매년 커지고 있다. 2018년 1000억원 규모였지만 2020년에는 1980억원까지 증가했다. 2022년 기준으로는 약 4000억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확산된 홈카페 문화 등이 캡슐커피 시장의 성장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게 업계 평가다.


◇늘어난 재고자산...'잉여현금흐름' 음전환

원재료 가격 상승은 운전자본에도 영향을 준다. 통상 원재료 가격 상승기에는 원료 등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재고자산이 늘어난다. 최근 5년 새 재고자산이 점진적으로 증가하고 있던 동서식품 입장에서는 부담이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었다.

실제 동서식품의 재고자산은 2018년 1589억원 이후 증가세다. 2020년부터는 1800억원 규모를 유지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원재료 가격이 급격하게 상승한 결과 2022년 말 기준 재고자산은 전년 1802억원 대비 821억원(46%) 증가한 2623억원을 기록했다. 재고자산이 2000억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 2011년 2195억원 이후 처음이다.

재고자산이 늘면서 현금창출력을 나타내는 영업활동현금흐름(NCF)은 2021년 1818억원에서 지난해 344억원으로 크게 감소하기도 했다. 같은 기간 자본적지출(CAPEX)과 배당 지급액 등을 제한 잉여현금흐름(FCF)도 음수로 돌아섰다. 잉여현금흐름은 보유중인 자산을 유지하거나 확장하는데 필요한 금액을 제외한 이후에도 회사가 만들어 낼 수 있는 현금흐름을 의미한다.


2022년 말 기준 동서식품의 잉여현금흐름은 마이너스(-)1230억원이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이 감소한 가운데 재고자산이 늘면서 운전자본투자 금액 또한 증가했기 때문이다. 배당금과 자본적지출도 영업활동현금흐름에 영향을 주지만 2022년의 경우 예년 수준의 금액이 사용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들의 영향은 크지 않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운전자본투자 금액의 경우 2021년 165억원 규모였지만 작년에는 1339억원까지 늘었다.

일반적으로 재고자산이 증가하면 현금성자산은 감소한다. 자체적으로 보유한 현금이 부족할 경우에는 외부 조달을 통해 자금을 마련하기도 한다. 동서식품의 경우에는 내부 현금을 활용했다. 현금성자산이 풍부한 가운데 오랫동안 유지해온 무차입 기조를 유지하기 위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이에 동서식품의 현금성자산(금융상품 포함)은 2021년 8469억원 규모에서 2022년 7148억원으로 감소하게 됐다.

동서식품 관계자는 "재고자산의 경우 국제 원두 가격과 환율 상승으로 금액이 늘었지만 지속적으로 개선 중에 있다"며 "아울러 올해 초 발매한 캡슐커피를 앞세워 관련 시장 진출을 통한 장기적인 성장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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