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총계 2조원'은 상장사의 이사회 운영에 있어 중요한 기점이 되는 기준점이다. 이사회의 구성부터 운영에 대한 상법과 자본시장법 등 법적인 규제가 적용되기 시작한다.

이사회와 관련한 상법과 자본시장법 규정은 최근 사업연도 말 별도법인의 자산을 바탕으로 적용여부가 결정된다. 올해들어 별도법인 기준 자산총계 2조원을 넘긴 효성화학은 내년을 기점으로 이사회에 대한 규정을 적용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 효성화학의 별도 자산총계는 지난해 말 1조9226억원에서 올 상반기 말 2조2535억원으로 확대됐다.

◇기본적인 요건 충족한 효성화학 이사회

상법상 자산 2조원을 넘긴 상장사는 사외이사를 3인 이상 둬야 하며 이사회의 과반수를 사외이사로 구성해야 한다. 여기에 더해 소위원회로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와 감사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는 규정도 있다.

효성화학은 ㈜효성으로부터 인적분할된 2018년부터 상법에서 자산총계 2조원 이상을 보유한 상장사에 요구한 사항을 준수해왔다. 사외이사는 줄곧 3명이었다. 효성화학의 사내이사가 2명으로 유지되온 만큼 이사회 과반수를 사외이사로 채워야 한다는 조건도 충족한 상태다.

출범 당시부터 이사회에 사추위와 감사위원회가 설치돼 운영되고 있는 상태이기도 하다. 2018년 ㈜효성의 인적분할로 출범한 효성그룹 계열사들은 모두 이사회에 경영위원회·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감사위원회 등 총 3개 소위원회를 두고 있다. 자산 2조원을 넘기지 않은 계열사도 마찬가지다.

상법에 대한 대비는 모두 완료된 상태지만 내년부터 적용될 것이 유력한 자본시장법에는 아직 준비를 마치지 못한 상황이다. 2020년 개정된 후 2년간의 유예를 거쳐 시행된 자본시장법 제165조20에 따르면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인 상장사는 이사회 이사 전원을 특정 성(性)으로만 구성해서는 안 된다. 현재 효성화학의 이사회는 전원 남성으로 구성돼 있다.

◇임기제한 앞둔 사외이사만 2명, 바빠진 사추위

특히 효성화학 사외이사 중 2명이 내년 중 임기가 만료된다. 현행법상 상장사 사외이사의 임기는 최장 6년으로 제한된다. 2018년 6월 효성화학 출범 당시부터 이사회에 있었던 이창재 사외이사와 편호범 사외이사는 최장 2024년 6월까지 사외이사 직책을 수행할 수 있는 셈이다.


자산 2조원이 넘는 상장사의 경우 사추위의 추천을 받은 자 중에 사외이사를 선임해야 한다. 효성화학의 경우 이미 사추위를 운영 중인 만큼 이 조건 자체가 지키기 어려운 사안은 아니다.

다만 내년 사외이사 2명의 임기 만료를 앞둔 만큼 사추위의 부담이 가중될 가능성은 크다. 여성 사외이사를 선임해야 하며 2개 이상의 다른 기업에서 이사·집행임원·감사로 재임중인 인물을 사외이사로 뽑아서도 안된다. 이와 더불어 경영진으로부터 투명성과 독립성, 회사에서 필요로 하는 전문성을 갖춘 인물을 사외이사로 선임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효성화학의 사추위는 대표이사인 이건종 부사장과 이창재 사외이사, 송옥렬 사외이사 3인으로 구성돼있다. 이창재 사외이사가 사추위의 대표위원으로 이름을 올려두고 있다.

효성화학 사추위는 분야별로 구축된 사외이사 후보군 중 회사가 필요한 역량을 갖춘 동시에 법적인 결격 요건이 없는 인물을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한다. 후보 확정을 위한 요건으로 전문성·독립성·사회적 지명도·청렴도를 기준으로 평가하고, 여기에 더해 이사회 구성과 다양성 및 경영환경을 고려한다는 계획이다.

효성화학은 "이사회의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한 정책은 현재 마련되어 있지 않다"면서도 "다양한 배경과 전문성을 동시에 갖춘 이사들로 이사회를 구성하여 당사의 경쟁력을 보다 강화시키기 위하여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효성화학 이사회 전문성·다양성 살펴보니

이에 따라 효성화학 사추위는 새로 선임할 사외이사를 물색할 때 전문성에 더해 이사회의 다양화 측면도 살펴봐야 할 전망이다. 사내이사인 이건종 부사장과 이천석 부사장은 효성화학 사업에 대한 높은 이해와 경영·기술 분야의 전문가로 지목된다. 이건종 부사장의 경우 글로벌 경영 감각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이천석 부사장은 마케팅·영업과 관련된 경력을 쌓은 경험이 있다. 지난 3월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돼 임기가 상대적으로 많이 남아있는 송옥렬 사외이사는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인 법률 전문가다.

내년으로 임기가 만료될 것으로 예상되는 편호범 사외이사는 회계 전문가, 이창재 사외이사는 법률 전문가다. 이에 따라 회계와 법률 전문가가 빠지게 되는 상황이 된다. 송 사외이사가 이미 법률 전문가로 분류되는 만큼 다른 역량을 갖춘 전문가들로 이사회가 채워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효성그룹에서 이사회 역량 구성표(BSM·Board Skill Matrix)를 공개한 ㈜효성의 경우 역량 구성을 경영·리더십, 경제·산업, 인수합병·자본시장, 영업·마케팅, 연구개발·산업기술, 회계·재무, 법률·공공정책, 환경·사회공헌, 리스크관리·ESG전략, 글로벌 비즈니스 등으로 나눠놨다.

현재 효성화학은 베트남 등 해외로 사업을 확장 중이다. 올 상반기 기준 연결 부채비율이 8927%로 재무관리가 시급한 상황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효성이 나눠놓은 이사의 역량 구분을 따른다면 새로운 사외이사가 필요로하는 역량은 회계·재무 혹은 리스크관리·ESG전략, 글로벌 비즈니스 역량 등이 될 것으로 점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