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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증으로 채무상환' SK이노, 신용평가업계 시각은

순차입금 규모 축소 전망, 신용등급엔 '긍정적'

김슬기 기자  2023-09-11 13:45:18
SK이노베이션이 유상증자 규모를 확정지었다.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SK이노베이션으로 총 1조1433억원의 자금이 유입되면 향후 재무구조 개선과 투자가 동시에 이뤄질 예정이다. 물론 주주 관점에서 채무상환이 이뤄지는 부분에 대한 실망감도 존재한다.

신용평가업계에서는 이번 유상증자가 신용등급에는 긍정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SK이노베이션의 투자 규모 자체가 크기 때문에 당장 신용등급 상향 가능성을 높이진 않지만 대규모 자금 확충으로 크레딧 리스크 하방을 막았다는 데 의미가 있다.

◇ 오는 10월 신주 상장, 1조1433억 유입

SK이노베이션은 오는 10월 5일 총 819만주의 신주 상장을 마칠 예정이다. 모집 확정가액은 13만9600원으로 결정됐고 총 1조1433억원의 자금이 회사로 유입될 예정이다. 이는 지난 6월 이사회에서 결정됐고 당초 계획된 1조3019억원에 비해 12% 줄어든 규모다.

SK이노베이션은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형태로 유상증자를 진행한다. 현재 SK이노베이션의 최대주주는 SK㈜로 34.9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대주주가 배정 물량(239만여주)의 100%에 대해 청약하기로 했다. SK㈜의 출자금액은 3345억원이다.

9월 11일 우리사주조합 청약이 이뤄지고 11~12일 양일간 구주주 청약이 이뤄지면 남은 물량에 대해 14~15일에 일반공모청약이 진행된다. 다음달 5일에는 신주상장이 이뤄진다. SK이노베이션의 주식은 9371만여주에서 1억190만여주로 늘어나게 된다.


해당 유상증자를 이번에 조달한 자금을 활용, 타법인증권취득자금과 시설자금, 채무상환자금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타법인증권취득자금에 4092억원, 시설자금으로 4185억원, 채무상환에 3156억원이 배정됐다.

시설자금은 SK그룹이 추진 중인 친환경 에너지 연구개발(R&D) 시설인 'SK그린테크노캠퍼스'에 투입된다. 이는 경기도 부천시 대장 도시첨단산업단지에 위치하며 SK이노베이션, SK에너지, SK지오센트릭, SK온, SKC, SK머티리얼즈, SK E&S 등 7개사가 입주할 예정이다.

◇ 일부 채무상환, 크레딧 관점에선 '긍정적'

일반적으로 유상증자는 주주입장에서 주식가치를 희석시키기 때문에 그다지 긍정적인 이벤트는 아니다. 다만 향후 성장을 위해 과감하게 투자하는 것이면 상황이 달라진다. 이 때문에 주주들은 채무상환이 아닌 신사업 투자를 더욱 선호하지만 채권자 입장은 다르다.

오히려 크레딧 관점에서 대규모 유상증자 자금 중 일부가 채무상환에 쓰인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해석된다. 차입부담을 줄이고 향후 순차입금이 줄어드는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SK이노베이션의 핵심계열사인 SK온의 배터리 분야 투자에 대한 부담은 변수일 수 있다.


현재 국내 신용평가사 3사 모두 신용등급 및 전망을 'AA0, 안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2020년 9월 한국신용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가 신용등급을 'AA+, 부정적'에서 등급을 하향 조정했고 2021년 4월 한국기업평가도 동일하게 변경했다. 유가 급락과 정제 마진 부진으로 인한 영업손실과 재무안정성 저하 등이 조정 이유로 꼽았다.

각 사의 등급 조정 지표를 보면 '순차입금/EBITDA(상각 전 영업이익)'가 모두 포함되어 있다. 2022년말 기준 순차입금은 16조원대, EBITDA는 5조7000억원대로 해당 배수는 2.8배다. 한국기업평가는 해당 배수가 2배 미만이고 차입금의존도가 27.5% 이하일 경우 등급을 상향할 수 있다고 봤다.

나이스신용평가는 해당 배수가 2.5배 이하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면 등급 상향이 가능하다고 봤고 5배를 초과하면 하향 조정을 검토할 예정이다. 한국신용평가는 해당 배수가 3배 미만을 유지하면 상향, 7배 초과하면 하향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한국기업평가 관계자는 "채권자 관점에서 보면 증자를 통해 채무상환 능력이 확대된다"며 "배터리 중심으로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데 투자 규모 자체가 정유화학보다 더 크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벌어들이는 현금으로 부족할 수 밖에 없고 차입을 늘리는 것보다는 유상증자가 보다 등급 측면에 더욱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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