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가 CJ CGV 유상증자 미청약 신주인수권증서를 모두 현금화하지 못했다. 기관투자자 수요가 처분 물량에 못 미쳤기 때문이다. 예정보다 증자 참여 규모를 늘리고도 자회사에 실권주 부담을 지웠다.
지난 6일 CJ가 보유하던 CJ CGV 유상증자 신주인수권 134만8759주가 소멸했다. CJ CGV 최대주주인 CJ가 청약에 참여하지 않아 발생한 실권주다. CJ가 배정받은 물량(3260만6215주) 중 4%가 일반 공모 청약으로 넘어갔다.
CJ CGV 유상증자 구주주 청약 결과 발생한 실권주와 단수주는 총 791만7643주다. 구주주 청약률은 89.4%(6678만2357주)였다. 오는 12일까지 구주주 청약에서 발생한 실권주 일반 공모 쳥약을 진행한다.
CJ는 CJ CGV 유상증자 신주인수권 배정 물량 중 55%(1798만5611주)만 청약했다. 납입금액은 1000억원이다. 당초 유상증자 참여 금액을 600억원으로 책정했다가 지난 22일 이사회에서 400억원을 증액했다. 대주주 책임론을 의식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CJ가 배정 물량을 100% 청약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던만큼 실권주를 줄이기 위한 전략도 폈다. 유상증자 실권주는 CJ CGV에 현금 유출 부담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구주주 청약과 일반 공모 청약에서 최종 실권주가 발생하면 주관사(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신한투자증권)가 잔액인수한다. 이때 CJ CGV는 주관사에 잔액인수 금액 9%를 실권수수료로 지급해야 한다.
CJ는 구주주 청약률을 높이기 위해 신주인수권 물량을 받아줄 기관투자자를 찾았다. 미청약 물량(1462만604주)를 모두 소화할 수요가 몰리지는 않았다. CJ는 지난달 17일 신주인수권 미청약 물량 중 91%(1327만18345주)만 기관투자자에게 장외매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처분단가는 290원, 총 매각대금은 38억원이다.
신주인수권 거래 가격에 프리미엄이 붙지는 않았다. 처분단가가 이론가격보다 낮았다. 이론상 신주인수권 가치는 구주 거래 가격에서 신주 발행가를 제한 금액이다. 지난달 17일 CJ CGV 종가(8310원)에서 신주 확정 발행가(5560원)를 뺀 가격은 2750원이다. CJ는 이론가격보다 약 90% 할인한 가격으로 신주인수권을 기관투자자에게 매도했다.
CJ로부터 CJ CGV 신주인수권을 사들인 기관투자자는 타임폴리오자산운용, 미래에셋증권 등이다.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은 지난달 16일 신주인수권 600만주를 약 17억원에 장외매수했다. 이 중 350만주를 다시 장내매도해 약 9억원을 확보했다. 처분단가는 취득단가보다 낮은 248원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약 2억원을 들여 신주인수권 65만주를 장외매수했다.
CJ는 CJ CGV 유상증자 대금을 치를 현금성 자산을 들고 있지 않았다. 지난 상반기 말 별도 기준으로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167억원이었다. 차입을 일으켜 증자 대금을 만들었다. CJ는 영업수익 등으로 확보한 자기자금 300억원과 KDB산업은행 등에서 단기로 차입한 700억원을 합해 총 1000억원을 납입했다. 차입 만기는 1개월이다.
CJ는 별도 사업을 영위하지 않는 순수 지주사다. 계열사 배당금이 주 수익원이다. 올 상반기 별도 기준 영업활동현금흐름(1186억원) 중 74%가 자회사 등에서 수취한 배당금(879억원)다. 지난해 영업활동현금흐름(1341억원)도 78%가 배당금 수취액(1050억원)이다.
CJ는 지주사에 현금을 유보하지 않고 곧바로 재분배하는 재무 전략을 펴고 있다. 지난해 말 별도 기준 현금성 자산(1599억원)과 올 상반기 들어온 영업활동현금흐름(1186억)은 단기차입금 상환(1750억)과 배당금 지급(839억) 등 재무활동현금흐름(-2633억원)으로 빠져나갔다.
CJ 관계자는 "CJ CGV 유상증자 구주주 청약률을 높이기 위해 청약 의사가 있는 기관투자자에게 신주인수권을 장외매도했다"며 "이번에 늘린 단기차입금은 만기 때 보다 나은 조건으로 차환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