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과 삼양식품은 모두 지주회사 지배를 받지만 그 색깔은 사뭇 다르다. 농심홀딩스는 순수지주회사인 반면 삼양라운드스퀘어(옛 삼양내츄럴스)는 사업형으로 별도 사업을 영위한다. 농심홀딩스가 계열사 배당에 의존하지만 삼양라운드스퀘어는 자체 사업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면에서도 대조를 이룬다.
농심의 경우 고 신춘호 명예회장 세 아들인 신동원 농심 부회장, 신동윤 율촌화학 부회장, 신동익 메가마트 부회장이 사업분리로 각 계열사를 경영하는 형태를 띤다. 순수지주사 성격을 띨 수밖에 없는 이유다. 지주사가 그룹 경영 방향을 설정하는 게 아닌 각 계열사가 주도한다. 반면 삼양식품의 지주사는 그룹 차원의 전사 전략을 좌우한다.
◇
'영업수익=배당수익' 순수지주사 농심홀딩스 농심그룹 지주회사인 농심홀딩스는 순수 지주사다. 2003년 7월 농심을 인적분할해 설립됐다. 지주회사업 이외 별도 독립된 사업은 없다. 핵심 계열사 농심 지분 32.72%를 쥐고 있다. 또 포장 계열사 율촌화학 지분 31.94%를 보유한다.
올해 반기 누적 영업수익은 218억원이다. 100% 배당금 수익이다. 작년 동기대비 17억원 증가했다. 주력 농심이 작년 결산배당으로 1주당 배당금을 4000원에서 5000원으로 늘린데 따른 것이다. 계열사 배당으로 연간 200억원 안팎의 영업수익을 기록한다.
이사회는 농심그룹 오너일가들이 지배해왔다. 20
19년 말 이사회에는 고 신춘호 명예회장과 세 아들 신동원 회장, 신동윤 부회장, 신동익 부회장이 모두 포함돼 있었다. 사외이사는 2명으로 이사회 견제 기능이 취약한 구조였다.
신동익 부회장이 2020년 이사회에서 빠진 자리는 농심가 맏딸 신현주 농심기획 부회장이 차지했다. 신현주 부회장은 2020년 3월 3년 임기로 사내이사에 신규 선임됐는데 임기 만료로 물러났고 재선임에 성공하지 못했다.
올해 6월 말 기준 이사회에 오너일가는 신동원 회장과 신동윤 부회장이 남았다. 계열사 지배력을 기준으로 둘은 이사회에 남은 것으로 분석된다. 농심홀딩스와 지분관계로 얽혀 있는 농심과 율촌화학 오너만 이사회에 있는 셈이다. 신동익 부회장의 메가마트와 신현주 부회장의 농심기획은 농심홀딩스 지배를 받지 않는다. 게다가 농심기획 지분 90%는 농심이 쥐고 있다.
과거 오너가 일원이 4명이 배치된 점과 비교하면 현재 지주사 지배력은 감소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여전히 외부 시선은 이사회 지배구조 개선이 필요하다고 평가한다. 한국ESG기준원에 따르면 작년 농심홀딩스의 지배구조(G) 부분 등급은 'C'다. 취약한 지속가능경영 체제를 구축하고 있고 체제 개선을 위한 상당한 노력이 필요한 상태라는 의미다.
◇'
그룹 중추' 투자형 지주사 삼양라운드스퀘어 삼양라운드스퀘어의 재무제표는 농심홀딩스와 꽤 다르다. 작년 영업수익과 영업이익은 각각 328억원, 243억원이다. 손익계산서에는 2021년 없던 '발전업 수입'과 '브랜드 로열티'가 각각 2억원, 8억원 생겼다. 배당금 수익만 있는 농심홀딩스와 대조된다.
삼양라운드스퀘어는 태양광 발전사업자로 전력거래소를 통해 한국전력에 전력을 공급한다. 오너 3세 전병우 삼양식품 이사의 개인기업 아이스엑스가 흡수합병된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합병 전 아이스엑스는 발전업을 영위했다.
삼양라운드스퀘어는 그룹 차원에서 지주사 기능을 강화하는 동시에 순수지주사가 아닌 투자형 지주사로 가닥을 잡았다. 작년 사업부문을 떼어내 삼양식품에 넘긴 이후 지주사 성격도 변모했다. 식품 제조·가공업, 부동산임대업, 상품중개업, 음식점업, 축산물판매업 등 기존 사업목적이 삭제됐다.
빈자리를 지주회사 기능의 사업목적과 라면사업 이외의 신사업이 채웠다. 지난해 4월 지주사업, 자금조달·투자사업, 지적재산권 관리·라이센스업, 친환경 에너지발전업, 해외투자업, 식품·제약산업 기술 연구사업, 제약산업 제품개발 등이 추가됐다. 건강기능식품(건기식), 바이오 등을 신성장 동력으로 두루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양라운드스퀘어 이사회는 오너 3세 전병우 이사가 유일하게 오너일가로 배치돼 있다. 장재성 전 삼양식품 대표와 문용욱 상임고문이 사내이사로 있다. 둘은 삼양식품의 혁신을 이끈 핵심 인물로 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