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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지배구조의 핵심인 이사회.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의 대행자 역할을 맡은 등기이사들의 모임이자 기업의 주요 의사를 결정하는 합의기구다. 이곳은 경영실적 향상과 기업 및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준법과 윤리를 준수하는 의무를 가졌다. 따라서 그들이 제대로 된 구성을 갖췄는지, 이사를 투명하게 뽑는지, 운영은 제대로 하는지 등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이사회 활동을 제3자 등에게 평가 받고 공개하며 투명성을 제고하는 기업문화가 아직 정착되지 않았다. 이에 THE CFO는 대형 법무법인과 지배구조 전문가들의 고견을 받아 독자적인 평가 툴을 만들고 국내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평가를 시행해 봤다.
삼양식품 이사회는 경영성과 측면에서는 우수한 점수를 받은 반면 평가개선 프로세스와 정보접근성 측면에서 비교적 아쉬운 점수를 받았다. 이사회가 적절히 기능하고 있는지 자체적으로 평가하고 개선하는 절차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분석이다. 또한 주주들에게 주요 경영사항을 전달하려는 노력도 더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평가개선프로세스 항목 5점 만점에 2.1점
THE CFO가 진행한 '2024 이사회 평가'에 따르면 삼양식품 이사회에 대한 6가지 평가 항목(구성·참여도·견제기능·정보접근성·평가개선프로세스·경영성과) 중 평가개선프로세스 항목은 5점 만점에 2.1점으로 비교적 낮은 점수를 기록했다. 이는 삼양식품 이사회 평균 점수(3.18점)를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삼양식품 이사회는 아직 이사회를 대상으로 하는 별도의 평가 체계를 갖추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삼양식품은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통해 "당사는 투명하고 독립적인 이사회 운영을 도모하고 의사결정과정의 합리성, 투명성,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이사 전원이 평가하는 이사회 평가 규정 도입을 지속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라고만 밝혔다.
사외이사 개별평가도 실시하지 않고 있다. 삼양식품은 "당사는 공시대상기간 동안 사외이사 개별평가를 실시하지 않아 평가결과가 재선임 여부에 반영되고 있지는 않다"면서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저해하지 않는 수준에서 사외이사가 직무에 더욱 충실할 수 있도록 유인하는 취지의 평가규정 및 평가지표를 검토하고 있다"라고 했다.
이사회 전반에 대한 자체적인 평가가 이뤄지지 않다보니 이사회 개선 활동도 한계가 있는 모습이었다. 구체적으로 이사회 평과결과를 기반으로 하는 개선안을 마련하기 어려웠다. 또한 사외이사 재선임 여부를 결정할 때도 개별 평과결과를 반영할 수 없었다. 삼양식품 이사회의 평가개선프로세스 점수가 낮아진 배경이다.
◇정보접근성 항목도 2점으로 낮아
삼양식품 이사회는 정보접근성 항목에서도 5점 만점에 2점이라는 저조한 점수를 기록했다. 일단 삼양식품은 배당을 포함한 중장기 주주환원정책을 명시적으로 수립하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주주들은 사전에 주주환원정책에 대한 안내도 받지 못하고 있다. 주주환원정책에 대한 주주들의 예측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의미다.
또한 사외이사를 결정하는 과정에 대한 정보도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양식품 이사회는 정무식 사외이사를 위원장으로 하는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두고 있기는 하지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어떤 경로로 사외이사 후보를 선정하고 추천하고 있는지는 공개하고 있지 않다.
아울러 삼양식품 이사회는 사업보고서에 주요의결사항을 공개할 때도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사회에서 의결한 의안명만 밝히고 있을 뿐이다. 예를 들어 이사회에서 어떤 경영 사항이 보고됐는지 상세하게 설명하는 것이 아닌 단순히 '주요 경영사항 보고' 등으로 압축해 게시하고 있다.
다만 삼양식품 이사회가 기업 지배구조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제고하기 위해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대외적으로 공개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또한 기업의 지배구조 상태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주는 지배구조핵심지표 준수율은 46.7%로 평균 수준인 것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