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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지배구조의 핵심인 이사회.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의 대행자 역할을 맡은 등기이사들의 모임이자 기업의 주요 의사를 결정하는 합의기구다. 이곳은 경영실적 향상과 기업 및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준법과 윤리를 준수하는 의무를 가졌다. 따라서 그들이 제대로 된 구성을 갖췄는지, 이사를 투명하게 뽑는지, 운영은 제대로 하는지 등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이사회 활동을 제3자 등에게 평가 받고 공개하며 투명성을 제고하는 기업문화가 아직 정착되지 않았다. 이에 THE CFO는 대형 법무법인과 지배구조 전문가들의 고견을 받아 독자적인 평가 툴을 만들고 국내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평가를 시행해 봤다.
삼양식품 이사회의 강점은 출중한 '경영성과'다. 대표 제품인 '불닭볶음면'의 해외 진출을 성공시키며 가파른 실적 개선을 이뤄냈다. 주요 수익성 지표인 자기자본이익률(ROE) 증진으로 주가까지 치솟은 상태다. 차입금이 적지 않다는 점과 배당수익률이 낮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크게 흠잡을 곳이 없다는 평가다.
◇'경영성과' 평가 점수 5점 만점에 4.3점
THE CFO가 진행한 '2024 이사회 평가'에 따르면 삼양식품 이사회에 대한 6가지 평가 항목(구성·참여도·견제기능·정보접근성·평가개선프로세스·경영성과) 중 경영성과 항목은 5점 만점에 4.3점으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는 삼양식품 이사회 평균 점수(3.18점)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삼양식품 이사회의 경영성과 평가는 △경영 △재무건전성 △투자 3대 지표를 기준으로 이뤄졌다. 구체적으로 삼양식품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1조1929억원을 달성하며 전년대비 31.2% 성장했다. 1조원대 매출은 1961년 창사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2013년 매출(3027억원)을 감안하면 10년 사이 4배 가까이 커졌다.
일등공신은 단연 이사회 구성원인 김정수 대표이사다. 그는 과거에는 삼양식품 창업자 고 전중윤 명예회장 며느리이자 전인장 삼양식품 회장의 부인으로 유명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불닭볶음면' 성공신화를 써낸 경영인으로 전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불닭볶음면은 2012년 4월 삼양식품이 내놓은 강렬한 매운맛을 특징으로 하는 볶음라면이다.
김 대표는 과거 서울 명동에서 매운 볶음밥을 먹기 위해 길게 줄을 늘어선 사람들을 목격한 뒤 매운 볶음라면의 성공을 예감했다. 불닭볶음면 소스를 개발하기 위해 1200마리의 닭과 2톤(t)에 달하는 매운 소스를 투입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그렇게 탄생한 불닭볶음면은 단숨에 매운맛의 대명사로 자리 잡았고 해외에서도 입소문을 탔다.
삼양식품 이사회의 또하나의 성과는 불닭볶음면 해외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2000억원 넘는 현금을 투입해 연면적 7만152㎡의 밀양공장을 신축한 일이다. 밀양공장이 2022년 5월부터 가동되면서 삼양식품 생산실적은 눈에 띄게 늘었다. 밀양공장 준공 전인 2021년 생산실적은 4714억원이었지만 2023년은 8938억원으로 89.5% 늘어났다.
삼양식품 해외 매출이 급증한 배경에도 밀양공장이 있다. 2021년 삼양식품 국내 매출은 2534억원, 해외 매출은 3885억원이었다. 하지만 2023년 국내 매출은 3835억원, 해외 매출은 8093억원으로 눈에 띄게 증가했다. 특히 국내 매출 증가율(51.3%)보다 해외 매출 증가율(108.2%)이 높았다. 이사회의 밀양공장 신축 판단이 적중한 셈이다.
◇ROE 20% 넘기면서 주가 고공행진
삼양식품은 수익성도 고공행진하고 있다. 지난해는 1475억원으로 전년대비 63.2% 증가했다. 영업이익이 1000억원선을 넘어선 것도 사상 처음이었다. 자연스럽게 순이익을 자기자본으로 나눈 자기자본이익률(ROE) 증진도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삼양식품의 ROE는 24.5%로 우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우수한 ROE는 주주들의 투자금을 효과적으로 운용해 높은 순이익을 낸다는 의미인 만큼 주가 상승 요인이다. 실제로 삼양식품 주가는 3년 전인 2021년 11월까지만 하더라도 7만원 수준이었지만 지난 6월엔 장중 최고 71만8000원으로 무려 10배가량 올랐다. 시가총액 기준 30년 만에 농심을 제치며 라면업계 대장주로 거듭났다.
높은 주가 덕분에 대표적인 투자 지표인 주가순자산비율(PBR)은 지난해 말 기준 2.85배로 나타났다. 올해는 주가 급등으로 4배를 넘어서고 있다. PBR이 높다는 것은 시장에서 기업의 순자산에 비해 기업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는 뜻이다. 또한 주주들의 배당소득과 주식평가이익을 기반으로 산출하는 총주주수익률(TSR)도 76.6%로 우수했다.
재무건전성 지표도 비교적 우수한 편이었다. 기업의 채무상환 능력을 나타내는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이자비용)은 지난해 말 기준 12.08배로 안정적이었다. 삼양식품이 매년 부담해야 하는 이자비용 대비 영업이익이 크다는 뜻이다. 아울러 차입금 감당 능력을 나타내는 순차입금/EBITDA 역시 0.56배로 안정적이었다.
물론 아쉬웠던 점도 존재했다. 우선 차입금 부담이 없지는 않았다. 지난해 말 기준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은 2410억원인 반면 총차입금(단기차입금+유동성장기차입금+장기차입금)은 3075억원에 달했다. 총차입금을 총자산과 비교하면 차입금의존도는 26.28%로 높은 편이었다. 부채비율은 102.9%으로 집계됐다.
또한 주당배당금과 주가를 비교해 산출한 배당수익률도 0.97%에 그쳤다. 지난해 말 삼양식품 주가는 20만원을 상회했지만 주당배당금은 2100원에 불과했다. 올해는 주가가 급등한 만큼 배당수익률은 더 하락할 공산이 있다. 다만 삼양식품은 실적 성장에 발맞춰 매년 배당총액을 확대하고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