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과 삼양식품은 호실적에 힘입어 지난해 1주당 배당금을 늘리는 등 나란히 배당 규모를 확대했다. 삼양식품은 중간배당을 처음 도입했다. 두 기업 모두 주주친화 정책 강화 기조를 외치고 있는 모습이다.
다만 두 기업은 시장의 예측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중기 배당 정책은 구체화하지 않은 상태다. 주주가치 제고라는 목표 속에 배당성향을 점차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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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년 만에 '주당 배당금 4000원' 공식 깨트린 농심 농심은 1981년부터 연속 배당을 기록 중이다. 작년 결산 배당으로 보통주 1주당 5000원을 지급했다. 작년 기준 배당금 총액은 2021년보다 58억원가량 증가한 289억원이다. 지난해 결산배당 확대는 가격 인상 카드를 활용하며 수익성 방어에 나섰고 매출 증가 등 성과를 낸 게 동력이 됐다. 농심은 작년 9월 제조원가 부담에 대응하기 위해 라면과 주요 스낵제품 가격을 각각 평균 11.3%, 5.7% 인상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농심은 19년(2004~2021) 동안 1주당 배당금 4000원(액면배당률 80%)을 연속 지급했다. 2022년 결산배당은 1주당 1000원 증액한 셈이다. 수익성보다는 주주환원에 대한 고민이 반영된 결정으로 알려졌다. 실제 작년 영업이익 규모는 전년보다 증가했으나 순이익률은 3.71%로 0.03%포인트 감소했다. 순이익은 배당의 원천으로 기능한다.
순이익 가운데 주주에게 돌아가는 배당금의 비율인 배당성향(연결)은 작년 24.9%를 기록했다. 전년(2021)보다 1.7%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20년 가까이 1주당 배당금이 4000원으로 고정돼 있어 배당성향은 순이익 규모에 따라 들쑥날쑥한 편이다.
최근 10년(2013~2022) 중 2014년, 2019년 배당성향은 각각 35.6%, 32.6%로 30%를 웃돌던 때도 있다. 반면 2015년~2016년, 2020년 각각 19.7%, 11.6%, 15.6%로 10%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10년 평균 배당성향은 24.1%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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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배당 도입 삼양식품 삼양식품은 2013년부터 연속 배당을 이어오고 있다. 작년 배당 규모는 105억원이다. 2021년(75억)보다 30억원 증가한 수치다. 불닭면으로 사세를 급격히 키운 가운데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주주환원을 늘리기 시작했다.
최근 10년 배당 총액은 불닭면 수출이 증가하기 시작한 2016년부터 늘었다. 그해 10억원을 처음 돌파해 11억원을 기록했다. 2017년~2018년 19억원, 30억원의 배당 총액은 2020년~2021년 60억원, 75억원으로 증가했다. 2021년에는 전년보다 순이익 규모가 감소했음에도 배당 총액을 늘렸다. 지난해 배당 총액은 105억원이다. 작년 1주당 배당금은 1400원으로 10년 전과 비교하면 14배가 됐다.
배당 확대로 오너일가도 혜택을 받았다. 삼양라운드스퀘어(옛 삼양내츄럴스)는 작년 10월 중간배당으로 삼양식품에서 28억원을 받았고 결산배당으로 30억원을 수령했다. 그룹 지주사인 삼양라운드스퀘어는 자기주식 27.9%를 제외하고 김정수 부회장과 배우자 전인장 회장, 장남 전병우 이사가 나머지 72.1%를 보유한다.
배당성향은 농심과 비교하면 낮은 편이다. 지난해 13.0%를 기록했다. 코스피 상장사의 2022년 평균 배당성향은 35.4%로 차이가 크다. 불닭면이 흥행하기 시작한 2016년부터 작년까지 삼양식품의 평균 배당성향은 9.5%다.
기업 규모 증가와 함께 주주친화 정책 측면에서는 이제 갓 발을 뗀 것으로 평가된다. 작년 2월 70억원 규모 자사주 매입을 진행했다. 창사 후 처음이다. 또 중간배당 계획을 시장과 공유했다. 지난해부터 2년 연속 중간배당을 한다. 연 2회 배당이다. 식품업계에서 중간배당을 도입한 건 선제적인 행보로 평가된다.
다만 두 기업은 중기 배당정책을 설정한 상황은 아니다. 식품업계에서 CJ제일제당과 대상 정도가 있다. 대상의 경우 올 상반기 중기 배당정책을 공개한 바 있다. 별도 재무제표 기준 지분법 손익과 일회성 비경상 손익을 제외하고 당기순이익의 30% 수준 주주환원을 지향한다는 계획이다. 농심과 삼양식품도 주주환원의 예측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진일보한 배당정책이 요구된다.
농심의 경우 중간배당을 당장 고려하지는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농심 관계자는 "주주친화 쪽으로 나아가는 방향성만 있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배당성향 확대하는 쪽으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힘쓰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