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은 주식에 투자하기 유난히 위험한 달이죠. 그밖에도 7월, 1월, 9월, 4월, 11월, 5월, 3월, 6월, 12월, 8월, 그리고 2월이 있겠군요." 마크 트웨인의 저서 '푸든헤드 윌슨(Puddnhead Wilson)'에 이런 농담이 나온다. 여기에는 예측하기 어렵고 변덕스러우며 때론 의심쩍은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주가의 특성이 그대로 담겨있다. 상승 또는 하락. 단편적으로만 바라보면 주식시장은 50%의 비교적 단순한 확률게임이다. 하지만 주가는 기업의 호재와 악재, 재무적 사정, 지배구조, 거시경제, 시장의 수급이 모두 반영된 데이터의 총합체다. 주식의 흐름에 담긴 배경, 그 암호를 더벨이 풀어본다.
◇How It Is Now
국내 증시는 금융주의 무덤으로 익히 알려져 있습니다. 상장된 7개 은행금융지주의 평균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3배에 불과하죠. 금리 상승 수혜를 입고 순이익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지만 요지부동인 주가 탓에 은행금융지주 IR 담당자들과 투자자들은 냉가슴을 앓고 있습니다.
예외적으로 최근 수년간 주가 상승세를 타고 있는 금융주가 있습니다. JB금융지주가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2019년 3월 28일 5550원이었던 주가가 6일 종가 기준 1만40원으로 올랐습니다. 4년 반 만에 80.9% 상승한 셈이죠. 이 기간 김기홍 JB금융지주 회장이 회사를 이끌었습니다.
금융권과 투자업계 관계자들은 JB금융지주 주가 약진의 핵심 요인으로 김 회장의 경영 역량을 꼽습니다. 지난해 JB금융지주 2대 주주로 합류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의 이창환 대표도 "김기홍 회장을 믿고 투자했다"고 평가할 정도죠.
무엇보다 순이익 확대가 김 회장의 업적으로 꼽힙니다. 그의 취임 직전해인 2018년 순이익은 2415억원에 그쳤습니다. 취임 첫해인 2019년 순이익을 1000억원 이상 늘려 3419억원을 기록했고 2020년 3635억원, 2021년 5066억원, 2022년 6010억원으로 성장가도를 달렸습니다. 취임 전과 비교해 연간 순이익 규모가 2배 이상 늘어나면서 주가도 탄력을 받았습니다.
기존 은행금융지주의 성장 공식을 따르지 않은 김 회장의 전략이 빛을 발했습니다. 보통 은행금융지주는 자산 규모가 커질수록 과당 경쟁으로 수익성 낮은 대출 성장에 주력합니다. JB금융지주는 경쟁사 대비 강점이 있는 중저신용자 대상 중금리 대출에 집중했고 외형 성장에도 불구 수익성 지표 개선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JB금융지주 자기자본이익률(ROE)은 지난 2분기 말 13.8%로 업계 최고 수준입니다.
은행금융지주 안정성 척도인 자본비율도 개선되면서 주가 펀더멘털이 탄탄해졌습니다. JB금융지주 보통주자본비율(CET1)은 2분기 기준 12.34%로 지방금융지주 최고 수준입니다. 비율만 놓고 보면 4대 은행금융지주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수준입니다.
김 회장 재직 기간 다른 은행금융지주의 주가 추이를 보면 JB금융지주의 선전은 더욱 두드러집니다. 신한지주(-15.1%), 우리금융지주(-11.8%), DGB금융지주(-9.5%)는 마이너스(-)를 기록했습니다. BNK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는 각각 2.1%, 11.3% 올랐습니다. KB금융이 33.3% 올랐으나 JB금융지주의 상승률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Industry & Event
금융권 화두인 주주환원 정책이 주가에 미친 영향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금리 인상 수혜를 입고 역대 최고 수준의 실적을 낸 상장 은행금융지주는 일제히 배당 성향을 높였습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자사주 매입과 소각에 나서고 있습니다. 자사주 소각은 주가 상승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수 있는 주주환원책입니다.
KB금융, 신한지주, 하나금융지주는 선제적으로 자사주 매입과 소각을 단행한 바 있습니다. 우리금융지주는 지난 4월 지주 전환 후 최초로 1000억원 규모의 매입·소각을 마쳤습니다. 지방금융지주 중에서는 BNK금융지주가 상반기 총 230억원을 매입·소각했고 DGB금융지주는 200억원을 매입한 상태입니다.
JB금융지주는 자사주 매입·소각에 보수적인 기조였습니다. 올해 얼라인파트너스와 표대결이 펼쳐진 정기 주주총회 현장에서 자사주 매입·소각을 진행하라는 요구가 빗발쳤으나 김 회장은 시기상조라고 답했습니다. 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던 시기였고 금융 당국이 경기대응완충자본(CCyB) 적립 의무 부과를 예고했다는 점을 감안했습니다.
김 회장은 지난 7월 26일 있었던 상반기 경영실적 발표 때 3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전격적으로 발표했습니다. 이는 지방금융지주 중 가장 큰 규모입니다. 전년도와 비슷한 6000억원 안팎의 순이익을 낼 경우 총주주환원율을 5%포인트 높일 수 있는 금액입니다. 앞서 얼라인파트너스가 요구했던 총주주환원율 3%에 해당하는 자사주 매입·소각보다 주주환원 규모가 큽니다.
마찬가지로 상반기 경영실적 발표 때 공개된 핀테크 기업 핀다와의 전략적 파트너십 체결도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JB금융지주는 핀다의 지분 15%를 인수했는데 핀다 역시 JB금융지주 지분을 인수하기로 합의했습니다. 핀다가 JB금융지주 지분을 장내에서 매수하면 신성장 동력 뿐만 아니라 수급 측면에서도 호재라는 평입니다.
◇Market View
수익성, 주주환원, 신사업 3박자가 맞아 떨어지면서 증권가에는 JB금융지주 주가에 대한 긍정적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JB금융지주의 2분기 실적 발표 이후 나온 15개 리포트 중 11개가 Buy(매수) 의견을 냈습니다. Hold(보유) 의견은 3개, 중립은 1개였습니다.
특히 하나증권은 한달 만에 목표 주가를 높여 잡았습니다. 하나증권은 지난 7월 27일 2분기 실적을 기반으로 한 JB금융지주 목표주가를 1만500원으로 책정한 바 있습니다. 지난달 31일에는 1만1500원으로 1000원(9.5%) 오른 목표주가를 새로 제시했습니다.
하나증권은 핀다의 지분 매수와 JB금융지주의 자사주 매입이 맞물려 수급 여건이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리라 봤습니다. 또 3분기 추정 순익 1650억원으로 컨센서스인 1500억원을 웃돌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조달금리 상승세가 미미해진 것과 대손비용 확대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점도 목표주가 상향 요인으로 꼽았습니다.
◇Keyman & Comments
JB금융지주 주가가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려면 내년 정기 주주총회까지 남은 반년 남짓한 기간이 분수령입니다. JB금융지주는 주주환원 정책을 놓고 얼라인파트너스와 표대결을 벌인 끝에 승리한 바 있죠. 내년에도 갈등 국면을 재현하지 않으려면 김 회장을 필두로 경영진이 수립한 위험가중자산(RWA) 성장 및 주주환원 전략 성과를 입증할 필요가 있습니다.
김 회장이 로드맵을 깔았다면 이젠 그의 키맨들이 활약할 때입니다. 송종근 JB금융지주 부사장(사진)의 어깨가 무겁습니다. 송 부사장은 경영기획본부장으로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고 있습니다. JB금융지주가 사상 처음으로 자사주 매입에 나서는 만큼 주주환원 정책 밑그림을 다시 그려야 합니다.
재무 전략을 수립해 RWA를 확대하고 수익성 개선을 이끌어 내는 것도 송 부사장의 몫입니다. 올초 얼라인파트너스는 RWA 성장률을 낮추고 재원을 배당에 투입할 것을 요구했으나 JB금융지주는 고성장 기조를 이어가겠다고 맞불을 놓았죠. 올해 주주를 납득시킬 수 있는 순이익을 내 배당 재원을 마련해야 합니다.
송 부사장은 더벨과 통화에서 "주주환원 정책은 이익 성장에 맞춰 배당을 늘리는 것, CET1비율 12% 초과시 자사주 매입을 적극 검토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발표했고 상반기 실적 발표 때 원칙에 따라 환원책을 공개했다"며 "상반기에는 리스크 관리에 초점을 맞춰 RWA 성장률이 제한적이었다면 하반기에는 좀 더 성장폭이 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올들어 핀테크 제휴가 잇따라 가시화되면서 박종춘 JB금융지주 전무도 키맨으로 부상했습니다. 박 전무는 미래성장본부장을 맡아 핀테크와 합작을 주도하고 있죠. 핀다와 지분 제휴를 맺고 고객 저변을 확대할 기회를 마련한 인물이 박 전무입니다. 광주은행과 토스뱅크의 공동 대출 프로젝트도 업계 최초 사례로 큰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박 전무는 더벨에 "핀다와의 제휴가 수급을 개선하는 데 역할을 하는 측면이 있지만 이에 개의치 않고 전략적 협업을 통해 시너지를 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인구 감소와 관련된 지방은행의 한계를 극복하는 데 있어 중요한 제휴이고 보여주기식이 아닌 진정성 있는 협업을 하자는 게 CEO의 의지"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광주은행과 토스뱅크의 공동 대출은 말 그대로 새로운 형태의 대출로 성장과 직결되는 사업"이라며 "금융 당국의 상품 판매 허가가 떨어지길 기다리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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