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 단기성 차입금을 줄이기 위한 용도로 공모채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오는 11일 최대 5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계획중으로 조달자금은 전액 기업어음(CP)과 회사채 차환에 활용한다.
3~6개월물의 CP를 3년~10년 만기의 회사채로 차환하는 구조다. 2년 새 2배 가까이 불어난 단기차입금 비중을 낮추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향후 SK이노베이션 유상증자를 비롯한 자회사 자금 수혈을 고려한 조치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CP 3~6개월물 차환…단기차입금 비중↓
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SK㈜가 오는 4일 공모채 3000억원을 발행하기 위한 수요예측 절차를 밟는다. 만기구조는 3년물 1000억원, 5년물 1000억원, 7년물 500억원, 10년물 500억원으로 나눴다.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최대 5000억원까지 증액 발행 한도를 열어뒀다.
이번 공모채의 가산금리 밴드는 '-30~+30bp'로 확정했다. 이날 기준 나이스C&I에 따르면 SK㈜의 개별민평금리는 4.384%~4.491% 수준이다. 4.3~4.5%대 금리로 발행을 마칠 것으로 보인다.
SK㈜는 분기별로 회사채 시장을 찾는 이슈어 중 하나다. 'AA+, 안정적'의 우량 등급으로 이슈어의 선호도도 높다. 굳건한 수요층을 확보한 만큼 조 단위 수요를 모으곤 했다.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 나이스신용평가 등 신용평가 3사는 이번 공모채에도 'AA+,안정적'을 부여했다.
SK㈜는 공모채로 조달한 자금을 전액 차환에 사용할 예정이다. 오는 9월과 10월 만기가 도래하는 기업어음(CP) 4000억원, 그리고 11월 만기를 맞는 공모채 1000억원을 상환한다는 입장이다. 증액 발행 시에도 모두 채무상환에 활용한다.
3~6개월 만기의 CP를 장기물인 공모채로 차환해 만기 구조를 장기화하는 전략을 택한 셈이다. SK㈜는 차입 규모가 해가 갈수록 커지며 부채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사업 규모 확장에 따른 결과라는 게 시장의 평가다.
그 중에도 1년 안에 상환해야 하는 단기 차입금(사채 포함)을 크게 늘려왔다. 지난해 말 기준 단기차입금 규모는 5조원을 넘어섰다. 이에 총차입금 대비 단기차입금 비중은 44.9%로 절반에 육박했다. 불과 2년 전인 2020년 말 기준 단기차입금은 1조8272억원으로, 비중도 25.3%였으나 2배 가까이 상승한 셈이다.
◇SK이노 유증 참여…계열사 대규모 투자 대비 '만기 장기화'
올 들어 SK㈜는 만기가 상대적으로 긴 장기차입금의 비중을 늘리고 있다. 상반기 기준 단기차입금 비중은 39.1%로 전년 말(44.9%)보다 소폭 하락했다. 지난해 말 이후 반년만에 8000억원 가까이 줄였다.
장기차입금은 만기가 짧은 단기차입금에 비해 자금 조달에 대한 이자율이 낮은 것이 특징이다. 앞으로 이어질 대규모 투자에 필요한 자금을 선제적으로 조달하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SK㈜는 주로 계열사에 자금을 출자하고 증자, 대여하면서 채무 부담이 늘었다. 최근에도 유상증자 참여 계획을 밝혔다.
SK㈜는 SK이노베이션의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한다고 공시했다. 이번 유상증자는 총 1조3000억원 규모로 신주 819만주를 발행한다. 기존 주주들에게 우선인수권이 있다. 우리사주엔 신주의 20%(163만8000주)가 우선 배정된다.
SK㈜는 SK이노베이션의 지분 34.9%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이에 240만주를 배정받았다. 발행예정가(15만8900원)를 고려하면 38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이번 유상증자로 지분율은 34.5%로 소폭 변동될 예정이다.
이렇듯 대규모 투자를 늘리면서 신용평가사도 재무안정성을 주시하고 있다. 신용평가 3사는 △순차입금 의존도 △자회사 신용도 등을 등급 조정 트리거로 제시한 상황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신규 사업투자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면서 투자자금 소요가 발생하고 있다"며 "자회사 신용도 뿐 아니라 차입금 의존도를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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