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이슈어'(Big Issuer)인 SK㈜가 회사채 유통시장에서의 내재등급(BIR·Bond yield Implied Rating)과 실제 유효 신용등급 간 차이가 나고 있다. 매년 조 단위 조달을 진행하는 SK㈜는 신용평가사로부터 AA+ 등급으로 평가받았지만 유통시장에서는 AA0로 한 노치(notch) 낮다.
SK㈜가 현재 공모 회사채로 발행한 잔액만 7조원 이상이다. SK㈜의 경우 장기물 조달도 활발하게 해왔던 터라 신용등급과 내재등급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평이다. 핵심 계열사인 SK하이닉스에 대한 우려도 있기 때문에 향후 추이에도 주목해야 한다.
◇ SK㈜, 채권평가 3사 모두 AA0로 평가 채권평가업계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으로 SK㈜의 BIR은 AA0로 집계됐다. 나이스P&I, KIS자산정보, 한국자산평가 3사 모두 동일했다. KIS자산평가에서는 올해 2월 24일까지 SK㈜의 BIR을 AA-로 봤으나 27일부터는 AA0로 조정됐다. 나이스P&I는 2022년 1월부터 지금까지 줄곧 AA0였다.
BIR은 발행사의 신용 상태를 채권 유통시장 수익률과 스프레드를 기반으로 평가한 등급이다. 발행사의 채무 상환능력이 해당 채권의 수익률과 스프레드에 반영돼 있다고 가정하며 신용등급 조정 전 선행지표로 여겨진다. 유통시장에서는 신용평가사가 매기는 실제 등급보다 더 현실적인 지표로 보기도 한다.
BIR는 최근 발행이 없거나 유통 종목 수가 적은 발행사를 평가할 때는 적합하지 않지만 SK㈜의 경우 회사채 시장에서 적지 않은 자금을 조달했다. 현재 미상환 채권 잔액은 7조500억원이다. 올해 9월과 11월 각각 2600억원, 1000억원 규모의 채권을 상환해야 한다.
현재 국내 신용평가사 3사가 평가한 SK㈜의 신용등급 및 전망은 AA+, 안정적이다. 신용평가사들은 그룹 내 지주회사로서의 공고한 위상, 안정적인 배당·상표권 수익, 우수한 재무 융통성 등을 고려했다. 다만 신규투자 등에 따른 재무 레버리지 추이는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봤다.
◇ BIR·신용등급 차이 이유는 신용등급보다 BIR이 낮다는 것은 유통시장에서의 SK㈜ 채권가치가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에 비해 BIR를 활용하는 경우는 많지 않지만 등급간 차이가 클 경우에는 향후 등급 하향 가능성도 존재한다. 나이스P&I는 SK㈜의 BIR을 주의1단계로 봤다.
크레딧업계에서는 그간의 조달형태와도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봤다. SK㈜의 경우 5년물 이상의 장기물 조달도 활발하게 해왔다. 올해 2월만 해도 3·5년물로 조달했으나 5월에는 3·5·7·10년물로 발행하는 등 만기구조를 장기화했다. 올해 1분기말 별도 기준 SK㈜ 미상환 채권 잔액은 6조9350억원이며 상환 일정이 5년 초과 10년 이하인 채권 잔액이 1조2000억원이다. 비중으로 치면 17% 정도다.
크레딧업계 관계자는 "암묵적으로 신용등급의 유효기간은 3년이라고 본다"며 "등급을 매년 다시 평가하지만 투자자들 입장에서 현재의 등급을 가지고 투자할 때 3년물보다는 7년물이나 10년물에 대한 부담이 크고 보수적으로 가격을 볼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SK하이닉스에 대한 우려도 SK㈜의 가격에 반영되어 있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SK하이닉스의 최대주주는 SK스퀘어(20.07%)이며 SK스퀘어의 최대주주는 SK㈜다. 지분율은 30.01%다. 즉 SK하이닉스는 SK㈜의 손자회사지만 그룹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앞선 관계자는 "SK그룹의 가장 큰 화두는 SK하이닉스 실적 저하에 따른 신용등급 하락 여부"라며 "국내에서는 상반기 적자에도 등급이나 전망이 조정되진 않았지만 해외에서는 이미 전망을 '부정적'으로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SK하이닉스의 등급이나 전망이 조정되면 SK㈜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