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의 일본 자회사 '라인(LINE Corporation)'은 2021년 소프트뱅크 산하의 Z홀딩스(야후재팬 운영사)와 경영통합을 완료했다. 일본 시장을 두고 경쟁했던 두 그룹이 손을 잡고 새로운 연합체를 만들었다.
그 이면에는 미국과 중국 등 세계적인 강대국을 등에 업고 글로벌 시장을 점령하던 IT 공룡들의 대대적인 공습이 있었다. 이들과 싸우기 위해 적과의 동침을 넘어 경영통합으로 아예 유기적인 결합을 선택했다. 아시아 시장을 석권하려는 IT 혈맹의 시작이다.
경영통합이 마무린 된 현재 라인과 야후재팬, Z홀딩스는 아예 한 몸이 되고자 한다. 라인과 야후재팬이 통합 후 2년간 기대만큼 시너지를 내지 못하자 회사를 합치는 것이다.
해당 콘텐트는 네이버 라인과 소프트뱅크 산하 야후재팬의 경영통합 과정을 시간순으로 정리했다.
2.2. 라인, 미·일 동시상장 쾌거펼쳐보기 접기
네이버는 2016년 7월 라인을 일본 도쿄와 미국 뉴욕 증시에 동시 상장했다. 상장 후 시가총액은 6000억엔(약 6조5000억원) 규모. 신주발행에 따른 총 조달액은 약 1000억엔(1조915억원)에 달했다. 상장주관사는 노무라증권, 골드만삭스, JP모건이 맡았다.
라인은 신주 발행방식으로 3500만주를 공모했다. 일본 투자자를 대상으로 1300만주, 일본 외 해외 투자자로부터 2200만주를 공모했다. 상장 예정가는 주당 2800엔(3만244원)으로 전체 공모액은 1조585억원이다. 상장 후 네이버의 라인 지분율은 100%에서 83%대까지 줄어들었다.
라인은 일본, 태국, 대만에서 국민 메신저로 자리매김했지만 북미 시장에선 아직 낯선 존재였다. 뉴욕 증시에 상장한 이유도 북미 시장 내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당시 글로벌 모바일 메신저 시장 1~2위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 계열이, 3위는 중국 위챗이다. 라인은 세계 4위에 해당됐다.
3.2. 이해진의 고민펼쳐보기 접기
이해진 GIO는 이전부터 구글과 유튜브 등 글로벌 IT 공룡의 무차별 공세를 홀로 막아내고 있는 네이버의 현 상황을 '삼별초'에 비유했다. 2019년 6월에 열린 컨퍼런스에서 그는 "시총이 1000조에 육박하는 미국 기업들이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최근 글로벌 인터넷 업계 상황을 '제국주의'라는 표현을 쓰고 싶다"면서 "네이버는 이 제국주의에 끝까지 저항했던 회사라는 평가를 받길 원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로 구글은 미국을 물론 유럽과 아시아 등을 넘어 전 세계 검색시장의 80%가량을 잡아먹었다. 그나마 내수시장을 수호하고 있는 곳은 한국과 일본 정도였다. 이 GIO가 일본 굴지의 IT기업 소프트뱅크 창업자인 손정의 회장과 손을 잡은 것도 홀로 싸우기 어려워 동맹을 찾은 결과다.
4.1. 핀테크 사업 출혈경쟁펼쳐보기 접기
라인은 확대되는 영향력을 바탕으로 핀테크사업에 진출했다. 2014년 12월 자회사 라인페이를 설립하고 간편결제·송금 서비스를 시작했다. 문제는 일본 간편결제 시장의 경쟁이 상당히 치열해 영업비용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당시 일본 간편결제 시장은 야후재팬의 '페이페이'와 일본 라쿠텐의 '라쿠텐페이', 라인페이가 3파전을 벌였다.
시장점유율도 3사가 엇비슷한 수준이라 방대한 마케팅비를 쏟아 붓는 출혈경쟁이 빈번했다. 라인페이의 적자 행진은 네이버에도 상당한 부담이었다. 네이버는 2019년 기준 라인 및 기타사업부문에서 5377억원의 영업적자가 발생했다. 주 요인은 라인페이였다.
4.3. 한국에서의 만남펼쳐보기 접기
2019년 7월 이해진 네이버 GIO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서울 모처에서 만났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이 자리에서 두 사람 간 협업 의지를 확인했을 것이란 게 업계 관측이다.
경영통합을 통해 이 GIO와 손 회장은 이용자 1억3000만명을 보유한 메가플랫폼을 탄생시킬 수 있다. 적어도 일본 내 기업들 중에선 경쟁자가 없고 전 세계로 넓혀보면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알리바바 등 글로벌 IT 공룡들에 대항하기 위한 생존 동맹이다.
5.2. 예상치 못한 코로나19펼쳐보기 접기
경영통합 작업은 생각보다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았다. 코로나19 팬데믹이란 대형 변수가 생겼다. 네이버와 소프트뱅크는 경쟁당국 심의 통과를 전제로 2020년 5월부터 10월까지 라인 주식을 공개매수를 진행하려 했다. 라인의 보통주, 미국예탁증권(ADR), 신주권리(스톡옵션) 등을 모두 취득하는 공개매수 작업이다.
공개매수 후 남은 주식은 병합 등의 과정을 거쳐 지분 100%를 확보한 뒤 라인을 합작법인으로 전환하고 상폐시킬 예정이었다. 그러나 두 회사가 사업을 영위 중인 나라 가운데 일부 국가의 경쟁당국 심사가 늦어졌다. 라인은 동남아시아와 대만, 일본, 한국 등을 걸쳐 사업을 영위하는 탓에 다수 국가들의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합병승인을 받아야 했다. 한곳이라도 불승인이 날 경우 통합 자체에 문제가 생길 수 있었다.
그 와중에 통합이슈는 주식시장에서 호재로 작용했다. 라인 주가는 상승세를 이어가 상장 이래 최고치인 5400엔(6만원)을 찍었다. 공개매수를 해야 할 입장에서는 갈수록 매수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이었다. 당시 일본에서도 코로나 사태로 언택트 비즈니스가 각광받고 있는 게 라인 주가를 계속 끌어올리고 있었다.
라인이 경영통합을 발표한 후 밝힌 공개매수 가격은 주당 5200엔이었으나 주가가 너무 오르는 바람에 결국 5380엔으로 높였다.
6.1. AHD 경영진 구성펼쳐보기 접기
2021년 3월 라인과 야후재팬의 경영통합 작업이 공식적으로 완료됐다. 이들은 2023년 매출 21조2000억원, 영업이익은 사상 최고액인 약 2조4000억원 달성을 목표로 설정했다. 신설 합작법인 AHD는 ZHD의 지분 65.3%를 보유하게 됐다.
이해진 GIO와 미야우치 켄 소프트뱅크 최고경영자(CEO)가 AHD의 공동대표로 기업을 이끌기로 했다. 이해진 GIO는 회장, 미야우치 켄 CEO는 사장을 각각 맡는 식이다. ZHD 그룹은 약 2만3000명의 임직원과 200개 이상의 서비스를 보유한 일본 최대 규모의 인터넷 서비스 기업이다. 일본 내 3억명 이상의 이용자와 1500만개 이상의 클라이언트를 확보, 일본 지방정부와 함께 3000건 이상의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6.2. 라인-Z홀딩스 사업제휴펼쳐보기 접기
Z홀딩스 그룹은 라인에서 친구에게 선물을 보낼 수 있는 '라인 기프트', 여러 친구와 함께 할인된 가격으로 물건을 구입할 수 있는 '공동 구매', 인플루언서의 상품 소개 영상을 시청하며 사람들과 교류하거나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라이브 커머스' 등을 출시키로 했다.
온·오프라인 매장의 상품 데이터를 연계함으로써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구매 수단을 선택할 수 있는 새로운 쇼핑 경험 '크로스 쇼핑'도 선보인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가변적 가격을 제공해 상품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마이 프라이스 이니셔티브' 서비스도 검토에 들어갔다.
특히 네이버의 이커머스 전문성을 접목한 '스마트스토어 프로젝트'를 론칭할 계획도 세웠다. 식당 및 숙박 예약 관련 서비스를 포함하는 로컬 및 버티컬 분야에서는 인공지능(AI)을 통한 기업의 디지털 전환을 지원하는 다양한 솔루션을 내놓으려 했다. '야후 맵스'와 '잇큐.com 레스토랑', '라인 플레이스' 등 여러 서비스의 예약 및 고객 유치에 AI를 다방면으로 활용한다.
또 음식배달 서비스 '데마에칸'이 보유한 일본 최대 규모의 배달 인프라 활용도 검토해 향후 ZHD 그룹이 전개할 서비스의 배송 편의성을 높이는데 반영할 계획이었다.
6.2.1. 광고와 핀테크 맞손펼쳐보기 접기
광고 분야에서는 '야후재팬'과 '라인', '페이페이(PayPay)'가 연계해 사업자에게 새로운 마케팅 솔루션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야후재팬과 라인 안의 광고를 통해 특정 상품을 구매한 사람에게 쿠폰을 제공함으로써 사용자의 재구매를 유도할 계획이다.
핀테크 분야도 강화한다. ZHD 그룹은 '구매, 예약, 결제'라는 사용자의 행동에 맞춰 대출, 투자상품, 보험 등 니즈에 맞는 최적의 금융상품을 제안하는 '시나리오 금융' 방안을 확충할 예정이다. 또한 페이페이와 라인페이의 가맹점 제휴를 통해 다음 달 말 이후 일본 전역에 300만개 이상 분포하는 페이페이 가맹점 중 MPM(Merchant Presented Mode, 가맹점 제시) 방식을 이용하는 가맹점에서 라인페이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오는 2022년 4월 라인페이의 QR 및 바코드 결제를 페이페이와 통합하기 위한 협의도 진행 중이다.
6.2.2. 헬스케어·AI 연맹펼쳐보기 접기
라인 헬스케어가 제공하는 '라인 닥터'를 기반으로 온라인 진료와 함께 온라인 복약지도부터 약품 배송까지의 서비스를 새롭게 전개한다. 올해 온라인 복약지도 서비스를 개시할 예정이며 '라인 닥터'를 일본 내 1위 서비스로 만든다는 방침이다.
한국에선 비대면 의료진료나 복약지도, 약품 배송 등이 기존 업권과 첨예한 대립 중이라 실현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다. 네이버는 라인을 통해 비대면 의료와 헬스케어 사업의 국내 규제를 우회해 일본에서 구현할 수 있었다.
ZHD 그룹은 각 사업 성장을 위한 핵심 역량으로 AI를 꼽았다. 향후 5년간 약 5조3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실시, 5년간 글로벌 및 일본에서 약 5000명의 AI 분야 엔지니어를 증원할 계획을 세웠다. AI 분야에서 네이버와 라인은 '클로바'를 공동 브랜드로 사용하고 있다. 네이버가 초거대 AI '하이퍼클로바'를 2021년 5월 공개한 이후 두 달 뒤에는 라인이 'AI 데이 2021' 행사를 개최해 일본어에 특화된 하이퍼클로바를 선보였다. 네이버는 한국어 기반으로, 라인은 일본어 기반으로 AI를 고도화하는 방향이다. 특히 일본어는 단어 수가 한국어보다 많기 때문에 언어학습에 많은 데이터가 필요하다.
7.1. 네이버 재무상 득과 실펼쳐보기 접기
네이버의 자회사 네이버제이허브가 차입을 끌어와 주식공개매수에 나서면서 네이버 연결재무제표에도 영향을 끼쳤다. 단기차입금이 1년 만에 두 배 이상 급증해 1조원을 돌파했다. 부채비율도 거의 처음으로 100%를 넘어섰다. 2~3년 전만 해도 부채비율이 50~66%였던 점을 감안하면 상승속도가 가팔라졌다.
다만 라인과 야후재팬의 경영통합이 완성되면서 라인은 네이버의 연결자회사가 아닌 관계사로 변했다. 지분법손익이 반영되면서 2021년 3월 말 기준 지분평가이익 15조원이 반영돼 당기순이익과 자기자본이 대폭 늘어 106%에 이르던 부채비율이 35.7%로 크게 개선됐다.
7.2. 예상보다 더딘 시너지펼쳐보기 접기
통합 후 1년이 지난 2022년 라인 서비스의 이용자 수가 성장 모멘텀을 찾지 못한 채 정체 상태에 머물러 있다. 월간활성사용자(MAU) 작년 12월말 1억9300만명으로 2억명에 근접한 상태. 1년 전 대비 거의 증가하지 않았다. 특히 라인 서비스를 쓰는 일본, 대만, 태국, 인도네시아 주요 4개국 이용자 수(1억7600만명)는 1년 전보다 200만명(1.1%)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일본 현지언론에 따르면 미야카와 준이치 소프트뱅크 CEO는 올 초 기자간담회에서 "다양한 사업을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흥분했지만 지난 2년간 진짜로 새로운 걸 내놓지는 못했다"며 "이것은 우리가 원한 게 아니었고 Z홀딩스에 좀 더 빠르게 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