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올해 안에 갚아야 할 빚이 4배 이상 급증했다. 장기로 빌린 돈의 잔존만기가 1년 내로 도래하면서 단기차입금으로 바뀐 탓이다. 대부분 라인과 야후재팬 경영통합을 위한 주식공개매수 목적으로 일본계 은행에서 빌린 차입금이다.
포쉬마크 인수로 대규모 자금지출을 감내해야 할 네이버로선 올해 자금흐름 운영의 묘를 발휘해야 하는 시기다. 보유 현금성자산이 4조7000억원에 달해 유동성 문제는 없지만 일부 투자자산 매각 등으로 실탄 마련에 나서고 있다.
◇조 단위 웃도는 단기차입금, 역대급 규모네이버의 지난해 단기차입금은 1조3814억원으로 전년(3426억원)대비 4배가량 늘었다. 최근 5년간 네이버는 단기차입금이 많아봤자 5000억원 미만으로 관리하고 있었는데 처음으로 조 단위를 넘었다. 지난 1년 동안 전체 차입금이 3조9614억원에서 4조1965억원으로 소폭 증가한 점에 비춰보면 신규 단기차입이 늘어난 것은 아니다.
원인은 장기차입금 중 상당액이 단기차입금으로 넘어간 데 있다. 장기차입금 가운데 잔존만기가 1년 미만으로 들어온 유동성장기부채가 지난해 초 1186억원에서 기말 1조1199억원으로 급증했다. 올해 안에 만기가 도래하는 빚이 대폭 늘었다는 뜻이다.
흥미로운 점은 단기차입으로 분류된 유동성장기부채 중애소 상당액이 외화대출이다. 미즈호뱅크나 미쓰이스미토모(SMBC) 등에서 빌린 엔화대출이다. 총 980억엔, 작년 말 환율기준으로 9343억원이다. 유동성장기부채의 83% 이상이 엔화대출이다.
별도재무제표 기준으로 보면 네이버의 엔화대출은 315억엔으로 3452억원 정도다. 단기차입금도 2362억원이다. 이 역시 전액 유동성장기부채다. 6000억원 넘는 대출이 연결자회사에 몰려있다는 뜻이다.
핵심은 종속회사 중 하나인 네이버제이허브(NAVER J.Hub)다. 2019년 일본 계열사 라인과 소프트뱅크 산하 야후재팬 간의 경영통합을 위한 주식공개매수를 목적으로 일본 현지에서 대규모 차입을 한 게 부채로 남아있다.
◇포쉬마크 인수로 현금유출·차입금 증가 전망당시 현지차입을 위해 네이버는 네이버제이허브에게 971억엔 규모의 채무보증을 제공했다. 네이버제이허브의 지난해 매출이 4억원 정도로 별다른 사업을 하지 않는 점을 감안하면 보유주식에서 나오는 배당수익이나 다른 재무적 활동을 통해 상환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고스란히 네이버의 부담으로 이어진다.
네이버의 연결기준 현금성자산은 4조6847억원으로 차입금 총액 4조1965억원을 약간 상회하는 순현금 상태다. 다만 별도기준으로는 현금성자산 1조3558억원, 총차입금 2조4275억원으로 순차입금 상태가 된다.
네이버 자회사 중에 가장 현금이 풍부한 네이버파이낸셜이 1조7000억원 정도를 들고 있는데 이는 네이버 커머스 플랫폼에 입점한 사업자들의 결제대금을 충당하는 용도라 함부로 꺼내 쓰기 어렵다.
이런 와중에 지난 1월 미국 커머스 업체 '포시마크(Poshmark)' 인수에 13억1000만달러(1조8751억원)을 투입했다. 자체 재원으로 조달한 금액은 약 4000억원 정도로 나머지는 차입 등에 의존했다.
작년 말 기준으로 네이버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은 연결기준 1조4533억원, 별도기준 1조4516억원이다. 차입금 총액 대비 영업현금흐름은 3배 정도, 부채비율은 50% 미만, 차입금의존도는 12.4% 수준이다.
아직은 부채규모가 크지 않고 현금창출력이 좋아 유동성에 큰 문제가 발생할 우려는 적다는 평이다. 다만 연내 갚아야 할 차입금이 조 단위를 넘고 있어 일부 투자자산 매각 등으로 실탄 마련에 나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