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삼성전자 재무이슈 점검

실탄 모으는 한국 본사, SDC로부터 12조 추가 차입

①해외법인 등 배당수익 22조…모자회사 거래, 연결재무 부담 없어

원충희 기자  2023-08-16 08:03:16

편집자주

곳간에 쌓인 현금만 100조원에 육박하는 삼성전자도 돈 걱정이 있다. 수년 간 이뤄진 대규모 배당과 시설투자, 인수합병 등의 지출로 본사 곳간이 바닥을 드러냈다. 이런 가운데 반도체 투자재원 마련을 위해 자회사와 해외법인으로부터 차입·배당 등으로 실탄을 끌어 모으는 중이다. 삼성전자를 둘러싼 각종 재무이슈들을 면밀히 살펴봤다.
삼성전자가 한국 본사로 실탄을 끌어 모으고 있다. 지난 1분기 자회사 삼성디스플레이(SDC)로부터 10조원을 차입한데 이어 2분기에 12조원을 추가로 빌렸다. 게다가 상반기 중 해외법인과 자회사 등으로부터 배당금 22조원을 끌어왔다. 이는 평택캠퍼스 등 반도체 시설투자(CAPEX)에 들어갈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조치다.

삼성전자는 100조원 육박하는 막대한 현금성자산을 보유하고 있지만 한국 본사보다 자회사 및 해외법인 등에 분산돼 있다. 배당, CAPEX 등으로 본사의 자금력이 크게 소진되면서 자회사들 돈을 끌어오고 있다. 이 같은 조달전략은 모자회사 간 돈거래라 연결재무제표 부담이 없는 게 장점이다.

◇삼성디플로부터 빌린 총차입 21.9조, 약정금액 넘었다

삼성전자는 자회사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지난 1분기 10조원을 무담보 차입으로 끌어온 데 이어 2분기 중에도 11조9900억원을 추가로 빌렸다. 이로써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빌린 총 차입규모는 21조9000억원이다.

삼성전자는 앞서 지난 3월 삼성디스플레이와 20조원 차입약정을 맺었다. 차입기간은 2년 2개월, 이자율은 연 4.6%다. 상환방식은 만기일시 상환이나 만기일 도래 전 차입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조기상환 가능하다는 조건이다.

빌린 돈은 이미 약정금액을 넘어섰다. 다만 삼성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가 지분 84.78%를 보유한 비상장 자회사인 만큼 별다른 절차부담 없이 차입을 끌어올 수 있다.


또 상반기 중 자회사와 해외법인 등으로부터 가져온 배당금 수익이 별도재무제표 기준 22조원에 이른다. 지난해 같은 기간 별도기준 배당금 수익(2298억원)과 비교할 경우 100배가량 늘어난 수준이다. 올 상반기 배당금 유출 규모가 4조9057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17조2543억원이 사내에 남았다.

연결재무제표에서 볼 수 없는 변화지만 별도재무제표에서는 수십조원 규모의 돈 거래가 이뤄진 셈이다. 자회사 및 해외법인들의 자금을 한국 본사로 끌어오고 있다는 의미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 말 연결기준 현금성자산이 108조1829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별도기준으로는 8조4155억원에 불과할 정도로 편차가 심하다. 본사 자금이 상당히 소진된 탓이다.

◇모자회사 간 돈거래…연결재무 부담 없어

2016년 말 삼성전자의 별도기준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은 33조9490억원이었는데 하만 인수에 들어간 80억달러(약 9조3300억원)를 본사 돈으로 지불했다. 게다가 2021년 특별배당 등으로 20조원 넘는 돈이 본사 곳간에서 빠져나갔다. 2020년 말 30조원 넘는 별도기준 현금성자산은 18조원으로 급감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2년간 20조~30조원 넘는 돈이 CAPEX로 소요됐다.

삼성전자의 올 6월 말 별도기준 영업활동현금흐름은 17조6427억원으로 순유입 규모가 전년 동기(21조2218억원)대비 줄었다. 반도체 업황 부진으로 메모리 사업부문의 적자가 생기면서 영업현금흐름이 여의치 않은 탓이다. 이에 반해 투자활동으로 순유출된 현금은 25조9345억원으로 영업현금흐름을 웃돈다. CAPEX로만 26조242억원이 나갔다. 90% 이상이 반도체 투자에 들어갔다.

2030년까지 총 6개 반도체 생산라인(P1~6) 계획을 세운 삼성전자는 현재 평택캠퍼스 3·4공장(P3·P4)을 건설 중이다. 투자현금흐름 유출은 대부분 여기에 들어간 돈이다. 본사 돈이 8조원 남짓한 수준이라 CAPEX를 자체 현금으로 감내하기 어렵다. 결국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20조원 넘는 돈을 차입하고 해외법인에서 배당금 명목으로 현금을 끌어와야 했다.

덕분에 삼성전자의 별도기준 현금성자산은 12조8924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소폭 늘었다. 배당금 수익과 추가 차입금으로 CAPEX를 감내하고도 돈이 남았다. 아울러 자회사들로부터 끌어온 돈이라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차입금 증가 부담 등이 드러나지 않아 레버리지 지표 등도 깔끔하게 유지되는 효과를 얻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