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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션 활용법 분석

롯데칠성, '옵션 균형'…미얀마 합작사 10년 동행 동력

파트너사 콜옵션·우선매수권 동등 확보, 펩시콜라 앞세운 시장공략 '한배'

이민호 기자  2023-08-04 17:23:16

편집자주

옵션은 판을 뒤집을 수 있는 카드다. 치열한 협상을 거쳐 일단 보유하면 콜옵션을 이용해 인수합병(M&A)이나 조인트벤처(JV)에서 지분을 추가로 확보하거나 풋옵션을 이용해 엑시트 통로를 마련하는 등 향후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다. 반면 옵션가치 변동에 따라 금융부채가 증가하면 재무건전성을 위협할 가능성도 있다. 더벨이 각 기업의 옵션 활용 전략과 이에 따른 재무적 영향을 살펴본다.
롯데칠성음료가 미얀마 시장에서 현지업체 MGS베버리지(Myanmar Golden Star Beverage)와 10년째 파트너십을 유지할 수 있는 배경에는 옵션을 비교적 균형있게 나눠가진 영향도 있다. 롯데칠성음료은 미얀마 시장 공략의 전초기지로, MGS베버리지는 신사업 진출의 기회로 합자회사에 대한 지배력 유지가 중요했다.

롯데칠성음료와 MGS베버리지는 상대방이 보유한 지분 중 일부에 대해 콜옵션과 우선매수권을 나눠가지면서 서로의 지배력을 보호했다. 이 밖에도 롯데칠성음료는 드래그얼롱(drag along) 조항을, MGS베버리지는 태그얼롱(tag along) 조항을 각각 보유해 파트너십을 공고히 했다.

◇펩시콜라로 미얀마 시장 공략…유통망 확보 MGS와 손잡은 롯데칠성

롯데칠성음료는 일찍이 미얀마 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했다. 롯데가 그룹 차원에서 신남방정책을 부르짖던 초기의 일이다. 롯데칠성음료는 2014년 2월 미얀마 음료 제조업체 MGS베버리지와 합자회사 형태로 롯데MGS베버리지(LOTTE MGS Beverage)를 출범시켰다. 롯데웰푸드(옛 롯데제과)가 미얀마 제과업체 메이슨(L&M Mayson Company) 경영권을 인수한 것이 2019년 1월인 점을 고려하면 롯데칠성음료의 미얀마 진출은 발빠른 것이었다.


롯데칠성음료는 미얀마 시장에서 펩시콜라를 포함한 펩시코(PepsiCo) 제품을 팔고자 했다. 그러려면 당시 미얀마 내 2개 공장과 17개 주요도시 지점을 가동해 생산시설과 유통망을 모두 확보하고 있는 MGS베버리지와 손을 잡는 것이 유리했다. 당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미얀마 현지에서 열린 롯데MGS베버리지 출범식에 직접 참석해 "미얀마는 앞으로 롯데 글로벌 사업의 전략적 요충지가 될 것"이라고 발언할 만큼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 현재도 롯데MGS베버리지는 미얀마 전역에서 펩시코 제품을 독점적으로 생산·판매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롯데MGS베버리지 지분 출자를 위해 총액 851억원을 투입, 싱가포르에 100% 자회사 형태의 특수목적법인(SPC·LOTTE Beverage Holdings)을 설립했다. 롯데칠성음료와 MGS베버리지는 애초 롯데MGS베버리지에 대한 지분율을 7대 3으로 약속했지만 최초 출자 이후 그 해 7월 유상증자에서 MGS베버리지가 증자대금을 납입하지 않으면서 롯데칠성음료가 SPC를 통해 지분 76.58%를 확보했다. MGS 지분은 23.42%가 됐다.

롯데MGS베버리지의 지배구조는 롯데그룹의 지주사 체제 전환과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맞물려 두 차례 바뀌었다. 롯데지주가 2017년 10월 롯데쇼핑, 롯데칠성음료, 롯데푸드에서 인적분할된 각 투자부문을 흡수합병하면서 롯데칠성음료가 보유하고 있던 SPC 지분 100%도 롯데지주로 옮겨갔다. 2020년 8월 롯데칠성음료는 롯데지주가 보유하고 있던 SPC 지분 100%를 5억원에 되사왔다.

◇균형잡힌 옵션 부여…상호간 지배력 보호 적극적


미얀마 시장 공략의 전초기지였던 만큼 롯데칠성음료로서는 지배력을 공고히 할 필요가 있었다. 이 때문에 2014년 2월 롯데MGS베버리지 출범과 동시에 MGS베버리지 보유지분 중 5%에 대한 콜옵션을 확보했다.

다만 옵션 행사시기는 5년 이후인 2019년 2월부터로 정했다.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고려한 결정이었다. 옵션 행사가격은 행사시점의 공정가치로 정했다. 변화된 기업가치대로 값을 치른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실적과 파트너십이 안정적으로 이어지면서 롯데칠성음료는 콜옵션 행사시점 도래에도 행사하지 않고 있었다.

이후 롯데칠성음료가 롯데MGS베버리지 지분율을 확대하면서 옵션계약도 큰 변화를 맞았다. 2021년 1월 롯데칠성음료가 SPC에 61억원(551만달러·55만1000주)을 출자하고 SPC가 롯데MGS베버리지 지분을 추가 취득하면서 지분율이 77.79%로 상승했다. 반면 MGS베버리지 지분율은 22.21%로 줄었다.


이때 옵션계약도 변경 갱신됐다. 롯데칠성음료가 MGS베버리지 보유지분 5%에 대한 콜옵션을 그대로 확보한 점은 같다. 다만 갱신을 통해 옵션 행사시기는 5년 이후인 2026년 1월부터로 미뤄졌다. 옵션 행사가격이 행사시점의 공정가치인 점도 유지됐다.

다만 롯데칠성음료 유상증자분과 일치하는 보유지분 55만1000주에 대해 MGS베버리지가 계약체결일로부터 2년 이내인 2023년 1월까지 롯데칠성음료가 투입한 같은 금액인 551만달러에 매수할 수 있는 콜옵션을 손에 쥐었다. 이는 롯데칠성음료가 당장 유상증자 자금을 부담했지만 MGS베버리지 지분율이 불가피하게 하락한 만큼 지배력에 대한 일종의 방어권을 넘겨준 결과로 보인다. 다만 MGS베버리지가 옵션 행사기한 내에 행사하지 않으면서 이 옵션은 삭제된 상태다.

이처럼 비교적 균형잡힌 권한을 보장하는 것이 롯데칠성음료와 MGS베버리지간 옵션계약의 큰 틀이다. 이런 경향은 인수합병(M&A) 가능성에 대한 옵션을 정하는 데서도 잘 드러난다. 롯데칠성음료와 MGS베버리지는 제3자로부터 보유주식의 매입 제안을 받을 경우 상대방에 우선매수권을 보장했다.

MGS베버리지가 보유지분에 대한 매수 의사를 제3자로부터 통보받을 경우 매수할 의사가 있는지 여부를 롯데칠성음료에 먼저 물어봐야 한다는 의미다. MGS베버리지는 롯데칠성음료가 매수를 거절할 때에만 제3자에 보유지분을 매도할 수 있다. 롯데칠성음료도 마찬가지다. 이 옵션은 서로의 지배력을 보호하는 효과가 있다.

이외에 엑시트 관련 옵션도 추가됐다. 지배주주인 롯데칠성음료는 드래그얼롱 조항을, 비지배주주인 MGS베버리지는 태그얼롱 조항을 나눠가졌다. 양사 중 한 곳이라도 이들 옵션을 행사할 경우 롯데MGS베버리지 원매자는 결국 지분 100%를 통째로 인수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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