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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버리지&커버리지 분석

화학HQ 우등생 롯데정밀, 부채비율 한자릿수대 목전

2분기 말 부채비율 10.2%…CAPEX 조기집행, 안정적 투자 관리

김동현 기자  2023-08-03 16:07:18

편집자주

기업의 재무건전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려면 레버리지 지표와 커버리지 지표를 함께 봐야 한다. 전자는 '빚의 규모와 질'을 보여준다. 자산에서 부채와 자본이 차지하는 비중을 비롯해 부채 내 차입금의 비중과 형태 등이 나타난다. 후자는 '빚을 갚을 능력'을 보여준다. 영업활동으로 창출한 현금을 통해 이자와 원금을 상환할 능력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THE CFO가 레버리지 지표와 커버리지 지표를 통해 기업의 재무 상황을 진단한다.
롯데그룹 화학HQ(헤드쿼터)의 알짜 기업으로 거듭난 롯데정밀화학이 부채비율 한자릿수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부채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매입채무가 암모니아 가격 하락으로 떨어진 결과다.

암모니아 계열이 전체 매출의 30%를 차지하는 만큼 전반적인 판가하락은 실적에도 영향을 미치지만 롯데정밀화학은 포트폴리오 다변화 시도로 오히려 선방했다는 평가다. 대규모 자본적지출(CAPEX) 집행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는 단계에 있는 만큼 보유 현금을 활용해 나머지 투자 계획을 차질없이 진행할 전망이다.

◇암모니아 가격 하락이 이끈 부채규모 축소

롯데정밀화학은 2016년 롯데그룹과 삼성그룹의 빅딜로 롯데그룹 화확HQ군의 일원이 됐다. 지금은 케미칼(염소·암모니아) 부문과 그린소재(산업용·식의약용 셀룰로스) 부문으로 사업군이 나뉘지만 롯데정밀화학의 모태는 암모니아를 원료로 한 비료 사업이다.

현재는 비료 사업을 하고 있지 않지만 롯데정밀화학은 국내 최대 규모의 암모니아 저장용량(9만톤)을 보유했을 정도로 암모니아 사업에 깊숙이 들어가 있고 지금도 전체 매출의 30%가량이 암모니아 계열에서 나온다. 그러다 보니 케미칼 부문의 실적은 암모니아 국제가에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암모니아 원료를 들여와 계열 제품을 만드는 특성상 부채의 30%를 차지하는 매입채무 역시 암모니아 국제가에 따라 올라가고 내려갔다. 매입채무란 기업이 재화·서비스 등을 구입하고 아직 돈을 지급하지 않은 외상으로 부채에 포함된다.


작년 말 기준 4156억원 수준에 이르던 롯데정밀화학의 총 부채 규모는 올 상반기 말 기준 2436억원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말 톤당 600달러를 웃돌던 암모니아 가격이 꾸준히 하락하며 톤당 400달러 수준(추정치)으로까지 내려오며 자연스럽게 원료 구입에 따른 매입채무 규모 역시 줄어든 것으로 해석된다.

부채는 줄었지만 자본금은 2조3000억원대 수준으로 동일한 규모를 유지하며 부채비율은 이 기간 18.1%에서 10.2%까지 떨어졌다. 2016년 롯데그룹 편입 이후 20% 내외에서 안정적으로 부채비율을 관리하던 롯데정밀화학은 올 상반기 그 수치를 더 끌어내리며 부채비율 한자릿수대를 목전에 뒀다.

◇차입 최소화, 충분한 투자 여력

다만 암모니아 가격 하락은 케미칼 사업부문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 원가를 판가에 반영하는 염소·암모니아 등 케미칼 사업 부문의 2분기 매출은 294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7% 줄었다. 매출의 68%를 차지하는 케미칼 사업 부문의 외형이 쪼그라들면서 전체 매출 역시 같은 기간 37% 감소한 4312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증권가 추정치인 5109억원보다 낮은 수치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고부가·그린소재 사업부문의 가능성에 주목하며 반등 시기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이미 산업용 메셀로스·헤셀로스 제품에 대한 증설 작업은 마무리가 됐고 올해 말 기계적 준공을 목표로 하는 TMAC(반도체 현상액 원료) 공장과 2025년 상반기 완료를 목표로 하는 식의약용 셀룰로스 증설 정도만이 남아 있다. 현재 이러한 투자 계획에 투입될 금액은 모두 합쳐 500억원 규모에 불과하다.

석유화학 업황 악화로 현금 및 현금성자산 규모가 지난해 말 5780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말 3165억원까지 크게 줄긴 했으나 앞으로 예정된 투자들이 단계적으로 진행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투자비 집행에는 무리가 없다는 평가다. 실제 최근 10년 사이 롯데정밀화학의 연간 CAPEX 집행 규모는 2020년(4603억원)을 제외하면 모두 1000억원대 내외를 오가는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롯데정밀화학이 롯데그룹으로 들어온 이후 보여준 차입 최소화 기조도 이러한 평가에 힘을 보탠다. 2016년 3000억원을 넘어섰던 롯데정밀화학의 총차입금은 이후 꾸준히 감소하며 지난해 말 연결기준 218억원까지 줄었다. 만기 1년 미만의 단기차입금은 14억원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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