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정보통신은 핵심 신사업으로 낙점한 전기차 충전사업을 육성하기 위해 재무적투자자(FI) 유치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FI 보유지분 일부에 대해 콜옵션을 가져와 향후 지분율 추가 확대를 도모했다.
반면 FI는 엑시트 통로를 확보했다. 기업공개(IPO) 조항을 삽입해 IPO 불발시 롯데정보통신에 보유지분 전부를 떠넘길 수 있는 풋옵션을 가져왔다. FI 보유지분에 대한 콜옵션과 풋옵션은 롯데정보통신 재무제표에 금융자산과 금융부채로 반영돼 재무건전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신사업 확장 승부수…경영권 인수에 FI까지 유치 롯데정보통신이 이브이시스(옛 중앙제어) 경영권을 인수한 것은 지난해 1월이다. 기존 최대주주 신상희 대표 보유 일부지분을 포함한 합산지분 71.14%를 690억원에 인수했다. 롯데그룹 IT 계열사로 전산장비 관리(System Management)와 시스템 통합(System Integration) 사업 중심인 롯데정보통신이 이브이시스 경영권을 인수한 것은 모빌리티 서비스 사업으로의 진출을 노렸기 때문이다.
롯데정보통신은 그룹 SI업체 특성상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1조477억원)의 65.8%(6890억원)를 롯데쇼핑을 포함한 특수관계자로부터 창출했기 때문에 인수합병(M&A) 전략을 이용해 신규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지난해 이브이시스 경영권 인수에 이어 올해 6월 메타버스 구축업체 칼리버스 지분 100% 인수에 190억원(유상증자 70억원 포함)을 투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브이시스는 전기차 충전업체로 모든 종류의 전기차 충전기를 자체 제조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롯데정보통신은 이브이시스 인수로 전기차 충전뿐 아니라 차세대 지능형 교통시스템(C-ITS)이나 단·다차로 하이패스 등 교통 인프라를 포함한 모빌리티 서비스 사업으로 확장할 계획을 내비쳤다.
롯데정보통신은 이브이시스 인수대금 총액 690억원을 보유현금 190억원과 차입금 500억원으로 조달했다. 차입금은 롯데정보통신 대출채권을 기초자산으로 특수목적회사(SPC·에스브라이트엘디씨)가 500억원 규모 자산유동화전자단기사채(ABSTB·신한은행 신용보강)를 발행하는 형태로 조달했다. 대출채권 만기는 5년(2026년 11월)이다.
롯데정보통신은 전기차 충전사업에 힘을 싣기 위해 이브이시스에 FI를 유치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이브이시스 경영권 인수 직후인 지난해 2월 스틱얼터너티브자산운용(스틱에이엘티글로벌제2호PEF)에 400억원 규모 전환우선주(CPS)를 발행했다. △신규공장 증설 △전기차 충전소 운영사업 진출 △연구개발(R&D) 및 신규인력 확충 등을 위한 결정이었다.
스틱얼터너티브자산운용이 CPS를 매수한 주당가격은 34만2500원으로 롯데정보통신이 보통주를 매수한 주당가격과 같다. 이에 따라 스틱얼터너티브자산운용은 이브이시스 지분 29.2%(우선주 11만6788주)를 확보했으며 롯데정보통신 지분율은 50.37%(보통주 20만1460주)로 하락했다.
◇스틱얼터너티브 IPO 기한 5년 제시…풋옵션 관련 금융부채 증가로 재무부담 이브이시스 FI 유치에서 눈여겨봐야할 부분은 롯데정보통신과 스틱얼터너티브자산운용 사이에 맺은 주주간계약(SPA) 내용이다. 스틱얼터너티브자산운용은 프리IPO 형식의 투자였던 만큼 이브이시스 IPO 기한을 거래종결일로부터 5년(2027년 2월 18일)으로 제시했다. FI가 프리IPO 투자를 집행할 때 추후 엑시트 통로 마련을 위해 IPO 기한을 명시해두는 경우는 일반적이다.
스틱얼터너티브자산운용은 이브이시스 IPO 기한까지 IPO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보유지분 전부 또는 일부를 롯데정보통신에 매각할 수 있는 풋옵션을 삽입했다.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해 IPO 때 구주매출하거나 상장 이후 장내매각할 수 있지만 IPO 불발시 보유지분을 롯데정보통신에 넘기고 엑시트하겠다는 의미다.
주목할 점은 롯데정보통신도 스틱얼터너티브자산운용 보유지분 일부를 매수할 수 있는 콜옵션을 가져간 점이다. 이는 추후 지분율 확대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롯데정보통신의 콜옵션은 스틱얼터너티브자산운용의 풋옵션과 달리 IPO 시기나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행사할 수 있다.
롯데정보통신의 투자금액만 봐도 이브이시스는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한 핵심 자회사다. 하지만 CPS 발행으로 롯데정보통신의 지분율은 50.37%로 절반을 겨우 넘길 만큼 줄었다. 현재 수준에서 지배력에 문제는 없지만 향후 IPO 때 신주를 모집하면 지분율이 절반 미만으로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 IPO 직전이라도 스틱얼터너티브자산운용의 CPS를 매수하면 지분율 방어가 가능하다.
롯데정보통신은 이브이시스 CPS에 체결된 콜옵션과 풋옵션의 가치를 재무제표상에 반영하고 있다. 올해 1분기말 별도 기준으로 콜옵션의 경우 금융자산상 당기손익-공정가치측정금융자산에 매매목적파생상품자산으로 63억원을 반영하고 있다. 지분 인수 직후인 지난해 2분기말 88억원보다 줄었다. 반면 풋옵션의 경우 금융부채상 당기손익-공정가치측정금융부채에 매매목적파생상품부채로 167억원을 반영하고 있다. 지난해 2분기말 90억원보다 늘었다.
옵션 관련 금융자산이 금융부채보다 적은 이유는 스틱얼터너티브자산운용이 보유지분 전량에 대한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반면 롯데정보통신은 스틱얼터너티브자산운용 보유지분 일부에 대해서만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어 각 옵션의 행사대상주수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옵션 관련 금융자산이 줄고 금융부채가 늘어난 것은 그 사이 이브이시스 기업가치가 하락한 결과다. 롯데정보통신은 콜옵션과 풋옵션의 행사가액을 명시하고 있지는 않다. 다만 현재 주당가치가 콜옵션 행사가액보다 여전히 높아 금융자산이 발생하기는 하지만 주당가치 하락으로 금융자산폭이 줄었으며 현재 주당가치가 풋옵션 행사가액보다는 여전히 낮아 금융부채가 발생하기는 하지만 주당가치 하락으로 금융부채폭이 늘어난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이브이시스 기업가치가 추가적으로 하락할 경우 롯데정보통신 금융부채가 확대돼 재무건전성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다만 올해 1분기말 롯데정보통신의 부채총계는 3119억원으로 이에 따른 부채비율은 70.8%로 우수한 편이다. 롯데정보통신이 2021년까지만 해도 순차입금이 마이너스(-)로 사실상 무차입경영을 이어온 덕분이다. 현재 풋옵션 관련 금융부채가 부채총계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높지 않다.
스틱얼터너티브자산운용의 풋옵션 행사시기가 2027년으로 아직 여유롭지만 향후 풋옵션이 행사된다면 롯데정보통신은 현금으로 CPS를 사들여야 한다. 풋옵션 행사에 따른 매수총액은 FI의 최초 매입금액인 400억원을 웃돌 가능성이 높다. 올해 1분기말 기준 롯데정보통신이 보유한 현금성자산은 622억원으로 안정권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