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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 풍향계

KT&G, 보유현금 웃도는 주주환원·출자계획

단기차입 한도 증액, AAA 신용등급 받아 조달 채비

김형락 기자  2023-08-04 17:08:16

편집자주

유동성은 기업 재무 전략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 중 하나다. 유동성 진단 없이 투자·조달·상환 전략을 설명할 수 없다. 재무 전략에 맞춰 현금 유출과 유입을 조절해 유동성을 늘리기도 하고, 줄이기도 한다. THE CFO가 유동성과 현금흐름을 중심으로 기업의 전략을 살펴본다.
KT&G가 보유 유동성을 상회하는 주주환원 정책과 투자계획을 내놨다. 비유동 금융자산이 대부분 당장 현금화가 어려운 장기예치금으로 구성돼 있어 장기자금 시재가 여유로운 편은 아니다. 차입한도를 증액하고 신용등급(AAA)을 평가받아 무차입 경영 기조에 변화를 예고해 둔 상태다.

KT&G 이사회는 지난 3일 주주환원과 계열사 출자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이사회가 승인한 주주환원과 출자총액은 7001억원이다. 각각 주주환원은 4279억원, 계열사 출자액은 2722억원이다.

주주환원은 중장기(2021~2023년) 정책을 이행 중이다. 오는 23일 중간배당으로 1395억원을 지급한다. 더불어 올 11월까지 2884억원 규모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한다. KT&G는 3년 동안 1조7500억원 규모 배당과 1조원 내외 자사주를 매입하기로 했다. 지난해까지 1조1573억원가량 배당을 지급하고, 7053억원 규모 자사주를 매입했다.

계열사 출자는 부동산 사업부문이 주를 이룬다. 오는 9월까지 청라의료복합타운을 개발하는 관계기업 '청라메디폴리스PFV' 유상증자에 840억원을 출자한다. 스타필드수원 복합쇼핑몰 개발을 위해 공동기업 '스타필드수원' 유상증자에도 1233억원(9월 1000억원, 내년 2~3월 233억원)을 납입한다. 종속기업 태아산업에는 슬러리 판상엽(담배 원료) 제조설비 증설자금 650억원을 출자해 준다.


◇유동성 웃도는 지출계획 수립, 수익성 목표는 작년보다 낮아

올해 현금흐름에서 빠져나갈 주주환원과 계열사 출자 집행액은 6769억원이다. 지난 2분기 말 KT&G가 별도기준으로 보유현금은 6664억원(유동 기타금융자산·당기손익-공정가치금융자산 포함)보다 큰 액수다. KT&G 이사회가 기존 유동성을 웃도는 주주환원, 투자계획을 승인한 셈이다.

KT&G의 현금창출력과 차입 여력을 고려해 자금 집행을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KT&G는 지난해 하반기에 별도기준으로 3578억원 규모 영업활동현금흐름을 창출했다. 지난 1분기 말 별도 기준 차입금 잔액은 없다.

올해 수익성 목표는 지난해보다 적게 잡아뒀다. 별도기준 목표 영업이익은 전년 실적(1조1203억원)보다 14% 낮은 9671억원이다. 올 상반기 영업이익(4741억원) 기준 달성률은 49%다. 같은 기간 영업활동현금흐름은 전년 동기대비 80% 줄어든 920억원이다.

올 하반기 별도기준으로 지난해 수준의 영업활동현금흐름(3578억원)을 창출해도 자금 소요에 대응하기엔 역부족이다. KT&G는 중장기 주주환원 계획에 따라 올해 배당금(중간배당, 결산배당 합산)으로 총 5900억원을 지급할 계획이다.

중간배당(1395억원) 이후 연말 결산배당으로 4505억원을 지급해야 목표 금액을 달성할 수 있다. 올 하반기 영업이익 목표인 4930억원(연간 가이던스에서 상반기 실적 차감) 수준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을 유입시켜야 자산유동화나 차입 부담을 덜 수 있다.


◇금융기관 대출·회사채 발행 등 조달 방안 검토

KT&G가 현금화할 수 있는 비유동 금융자산은 제한적이다. 비유동 금융자산은 대부분 미국 주정부에 예치한 장기예치금이다. 지난 1분기 말 별도기준 비유동 금융자산(2조15억원) 중 74%(1조4761억원)가 장기예치금이다. 2001년 56억원이던 장기예치금은 2021년부터 조 단위로 불어났다.

KT&G는 미국에 수출한 담배 판매금 중 일정액을 주정부에 예치한다. 미국 주정부는 담배기본정산협약(Tobacco Master Settlement Agreement)에 따라 에스크로 법령(Escrow Statute)을 제정했다. 예치금은 납부일로부터 25년이 지난 뒤 환급받을 수 있다. 다만 담배 판매자의 불법행위로 소비자 피해가 발생해 주정부의 의료재정이 사용됐을 경우, 예치금은 주정부의 의료재정에 편입된다.


장기예치금을 제외한 지난 1분기 말 비유동 금융자산은 5254억원이다. 각각 △특정금전신탁·수익증권 등으로 구성된 당기손익-공정가치금융자산(3193억원) △상장(오스코텍·신한금융지주)·비상장 지분인 기타포괄손익-공정가치 측정 금융자산(1603억원) △정기예금·회사채 등으로 나뉘는 기타금융자산(458억원)이다.

KT&G가 지난 4월 증액한 금융기관 차입한도(8000억원)를 이용해 유동성을 관리할 수도 있다. 지난 1분기 말까지 실행액은 1900만원이다. 지난해 농협은행에서 한도대출로 1900만원을 일으켰다가 1분기에 모두 상환했다. 올 6월에는 국내 신용평가사 3사로부터 신용등급을 'AAA(안정적)'으로 평가받았다.

KT&G는 지금껏 무차입 경영 기조를 유지했다. 현금창출력을 기반으로 보유 유동성 안에서 주주환원과 투자재원을 마련했다. 지난 1분기 말 연결기준 장·단기차입금 1623억원은 종속기업에서 일으킨 대출이다.

KT&G 관계자는 "향후 예정된 투자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재원 확보를 위해 다양한 자금 조달 방안을 활용하는 자본구조 개선을 검토하고 있다"며 "자금 조달에 대한 구체적인 사항이 정해지는 대로 투명하게 소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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