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온시스템이 최고재무책임자(CFO)인 나가수브라모니 라마찬드란 수석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키고 대표 집행임원에 임명한다. 기존 대표 집행임원이었던 성민석 사장이 일신상의 이유로 퇴사한 데 따른 후속 인사다. 한온시스템에서 대표 집행임원은 최고경영자(CEO)다.
성 전 사장은 전략 부문에서 경험이 많은 반면 라마찬드란 신임 사장은 CFO로만 4년 넘게 근무한 전형적인 '재무통'이다. 이번 인사가 한온시스템의 매각 임박을 의미하는 것인지 주목된다. 최대주주인 한앤컴퍼니는 한온시스템 매각 시점을 놓고 지속해서 고민해왔다.
라마찬드란 신임 사장은 내달 10일 열리는 이사회에서 대표 집행임원과 사장에 공식적으로 승진·임명된다. 다른 대표 집행임원인 너달 쿠추카야 사장과 공동 대표임원 체제(co-CEO)를 구축한다.
단 라마찬드란 신임 사장이 CEO를 하면서 CFO직을 유지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한온시스템 관계자는 "CFO 겸직 여부와 후속 인사 등은 이번 이사회 이후 확정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2018년 11월 CFO에 선임돼 올해 6년차를 맞은 라마찬드란 신임 사장은 주로 사업운영과 관리, 재무 등에서 경력을 쌓았다. 대학(인도 케랄라대)에서 기계공학을 공부한 까닭에 경영관리와 지원 부문에서 부족한 지식을 쌓는 데 관심이 많았다. 그는 CFO로 재직하는 동안 온라인으로 하버드비즈니스스쿨에서 재무 관련 과정을 이수했다.
앞으로 CEO로서 라마찬드란 신임 사장은 최대주주인 한앤컴퍼니와 소통하며 한온시스템의 원활한 매각에 집중할 것으로 관측된다. 한앤컴퍼니는 한온시스템 지분 50.5%를 보유하고 있다. 2대주주인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도 동반매도권(태그얼롱)을 보유하고 있어 실제 매각 지분 규모는 약 70%가 될 전망이다.
문제는 주가다. 2021년 6월 업계에서 한온시스템 매각이 알려진 뒤로 한온시스템 주가는 2만원대에서 현재(31일 종가기준) 8530원으로 절반 이상 떨어졌다. 한앤컴퍼니와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가 보유한 지분 가치도 7조원대에서 3조원대로 크게 감소했다.
2015년 한앤컴퍼니는 한온시스템 지분 50.5%를 인수할 때 약 2조7500억원을 투입했다. 현 주가에서 매각을 해도 수천억원의 시세차익을 도모할 수 있지만 2년 전 수조원대를 기대해볼 수 있을 때와 비교하면 크게 줄어든 수준이다. 한앤컴퍼니 입장에서는 최대한 주가를 올려 매각할 필요가 있는 셈이다.
주가 부양을 위해선 수주와 투자 측면에서 투자자들을 유인할 만한 결과물을 보여줘야 할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5월 한온시스템은 미국 조지아주 불럭카운티에 4000만달러(약 520억원)를 투자해 신규 공장을 짓는다고 발표했다. 현대차그룹이 같은 주(州)에 연산 30만대 규모로 건설 중인 전기차 전용 공장에 공조시스템 부품을 공급하기 위해서다.
단 이러한 발표 이후에도 주가는 오르지 않았다. 다른 완성차 업체와 자동차 부품사 등과 비교했을 때 투자 규모가 크지 않다고 투자자들은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온시스템 측은 최근 공시를 통해 "최대주주는 모건스탠리와 에버코어를 자문사로 선정해 잠재 매수인들과 지분 매각 등 다양한 방안에 대해 협의와 검토를 계속 진행하고 있다"면서도 "팬데믹으로 인한 실사 지연, 글로벌 공급망 이슈, 금리 인상 등으로 협의와 검토가 지연되고 있어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실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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