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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감사사항(KAM) 분석

'SK하이닉스 6조 투자' 키옥시아가 얼마짜리길래

투자 규모 크고 구조 복잡...감사인 삼일회계법인 3년간 'KAM' 꼽아

양도웅 기자  2023-07-31 15:15:18

편집자주

2017년 12월 금융감독원은 기업들이 매분기 작성해 공시하는 감사보고서에 핵심감사사항(Key Audit Matter, KAM)을 기술하도록 '핵심감사제도'를 도입했다. KAM은 감사를 맡은 회계법인이 중점적으로 검토한 사안이다. 투자자들은 기업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 꼼꼼히 봐야 할 재무 정보가 무엇인지 KAM을 통해 알 수 있다. 2020년 코넥스를 제외한 전체 상장사로 핵심감사제도가 확산됐지만 여전히 관심 밖에 있다. THE CFO가 각 기업별 KAM과 선정 배경을 살펴본다.
SK하이닉스가 6조원 가까이 투자한 키옥시아(KIOXIA)는 대체 얼마짜리일까. 이 물음은 지난 3년간 감사인이었던 삼일회계법인이 지속해서 던진 질문이다. 투자 구조의 복잡성, 투자 자산의 규모와 비중 등이 이러한 질문을 던지게 만든 이유로 지목된다. 여전히 키옥시아가 비상장사인 상황에서 이 질문에 답하는 건 현재로선 쉽지 않다.

키옥시아는 과거 일본 반도체기업인 도시바메모리코퍼레이션이 전신이다. 전원이 없는 상태에서도 메모리에 데이터가 계속 저장되는 플래쉬메모리의 일종인 낸드플래시가 주력 제품이다. 전 세계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 2위를 차지하고 있다.


◇5년간 5.8조 투자...당시 기준 역대 최대 투자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간 삼일회계법인은 SK하이닉스 핵심감사사항(KAM)으로 '키옥시아홀딩스코퍼레이션(키옥시아홀딩스) 투자 관련 금융자산의 공정가치 평가'를 꼽았다. 키옥시아홀딩스 가격의 적정성과 도출 과정의 합리성 등을 중점적으로 들여다봤다는 의미다.

키옥시아홀딩스는 반도체 제조사인 키옥시아코퍼레이션의 모회사다. 모자관계의 두 회사는 원래 도시바메모리코퍼레이션이었으나 원활한 매각과 관리를 위해 지주사인 키옥시아홀딩스와 자회사인 키옥시아코퍼레이션으로 분할했다. 2018년 SK하이닉스가 두 가지 형태로 투자한 곳은 키옥시아홀딩스다.

하나는 키옥시아홀딩스 지분 인수를 위해 설립된 특수목적회사인 BCPE Pangea Intermediate Holdings Cayman, L.P.(SPC 1)에 출자했다. 다른 하나는 마찬가지로 키옥시아홀딩스 지분 인수를 위해 설립된 또다른 특수목적회사인 BCPE Pangea Cayman2 Limited(SPC 2)가 발행한 전환사채를 취득했다.

2018년 SPC1 출자와 SPC 2 지분 인수에 투입한 자금은 총 3조9159억원이다. 2017년 말 SK하이닉스가 보유한 연결기준 현금및현금성자산이 2조9499억원이었으니, 회사 전체 현금및현금성자산을 웃도는 돈을 키옥시아홀딩스 투자에 사용했다. 훗날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부 인수로 바뀌었지만 당시 기준으로 SK하이닉스 사상 역대 최대 규모의 투자였다.


최초 투자 이후에도 SK하이닉스는 지속해서 SPC1과 SPC2에 투자했다. 2019년부터 2022년까지 4년간 SPC1과 SPC2에 각각 9397억원, 9433억원을 추가 투자했다. 최초 투자 때와 동일하게 SPC1에는 출자 형식으로, SPC2에는 전환사채 인수 형식으로 돈을 더 넣은 것으로 보인다. 총합하면 도시바메모리코퍼레이션 인수를 위해 SK하이닉스는 5년간 총 5조7989억원을 썼다.

하지만 단지 투자 규모가 크다는 이유만으로 감사인이 주목하지 않는다. 2020년 감사인 첫해에 키옥시아를 핵심감사사항(KAM)으로 선정하면서 삼일회계법인은 "해당 금융자산의 장부금액이 재무제표에 중요하고 공정가치 측정에 영향을 미치는 각종 가정과 투입변수의 추정에 회사 경영진의 판단이 개입되므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외부전문가에 맡긴 몸값 측정...지난해 1조 평가손실 밝혀

이러한 입장은 2022년까지 동일하게 지속됐다. 삼일회계법인의 설명대로 2022년 말 SK하이닉스 전체 자산 103조원에서 키옥시아홀딩스 투자 관련 자산(장부가액 5조2860억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5%가 넘는다. 같은 시기 투자 자산 가운데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곳이 키옥시아홀딩스다.

더욱이 SPC1과 SPC2를 설립한 주체는 SK하이닉스가 아니다. 미국의 사모펀드운용사인 베인캐피탈 등 해외 기업이다. 그런데 SK하이닉스는 SPC1에는 출자로, SPC2에는 전환사채 인수로 투자했다. 또한 투자 대상인 키옥시아홀딩스는 비상장사다. 상장사라면 주가를 활용할 수 있지만 비상장사이기 때문에 별도의 가치 측정 절차를 밟아야 한다.

투자 구조의 복잡성과 투자 대상이 비상장사라는 점 때문에 SK하이닉스도 키옥시아홀딩스 투자 자산에 대한 가치 측정을 직접하지 않는다. 회사 측은 "평가를 위해 외부전문가를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외부전문가를 SK하이닉스가 선정하기 때문에 회사 측에 유리한 평가가 이뤄지는 건 아닌지 감사인 측에서 예의주시하는 것이다.


지난해 말 기준 키옥시아홀딩스 투자 자산 가격은 5조2860억원이다. 지난 5년간 총투자액인 5조7899억원보다 약 500억원 낮다. 지난해부터 시작한 낸드플래시를 포함한 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전 세계적으로 떨어지는 점을 반영해 값을 매긴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지난해 SK하이닉스는 약 1조원의 평가손실이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감사인으로부터 키옥시아홀딩스 투자 자산의 가격에 대한 질문을 받지 않는 방법은 하나다. 최초 투자 당시 기대대로 키옥시아홀딩스를 상장시키는 것이다. 주식시장에서 형성된 가격이 곧 장부가액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하지만 2020년부터 상장을 저울질하던 키옥시아홀딩스는 반도체 업황 악화를 이유로 지난해 말 상장 준비를 공식적으로 멈췄다.

현재 변수는 미국의 반도체 회사인 웨스턴디지털과의 합병이다. 웨스턴디지털은 플래시메모리 사업 부문을 분할해 키옥시아와 합친 뒤 나스닥과 일본 도쿄증시 등에 상장하는 방안을 양사가 논의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단 이렇게 되더라도 상장이 실제 이뤄지기 전까지 키옥시아 투자 자산에 대한 가격 측정은 여전히 쉽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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