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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DB운용 엿보기

"고맙다 한국증권" 송원산업 뭉칫돈, 탄탄한 방어

2년전 OCIO 운용 도입, 실적배당형 투자 '성과'

이돈섭 기자  2023-07-21 16:23:16

편집자주

기업의 확정급여형(DB) 퇴직연금 운용 성과는 회사 부채 관리의 문제를 넘어 근로자들의 안정적인 노후 자금 확보와 맞닿아있다. 따라서 DB 사외적립금 투자 내용과 성과는 자금을 관리하는 CFO 뿐만 아니라 직원들의 관심이 높을수 밖에 없다. 더벨은 상장기업들의 DB운용 현황을 자세히 들여다본다.
정밀 화학기업 송원산업의 확정급여형(DB) 적립금을 운용하는 한국투자증권이 지난해 탄탄한 방어력을 기록했다. 올해로 2년째를 맞는 송원산업 DB 적립금 운용은 지난해 마이너스 수익률을 냈지만, 국내외 시장 낙폭에 비해서는 상당히 선방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선 DB 적립금 운용에 OCIO 솔루션을 선도입한 송원산업에 주목하고 있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021년 7월 DB 적립금을 한국증권에 위탁한 송원산업은 현재까지 자산배분 포트폴리오에 기반해 운용하고 있다. 한국증권은 송원산업의 단독 운용관리기관으로 복수의 자산관리기관과 함께 지난해 말 현재 961억원 규모 DB 적립금 운용을 총괄하고 있다.

한국증권에 적립금을 위탁하기 전까지 송원산업 주력 DB 운용 비히클은 은행 예·적금이었다. 2020년 초 송원산업은 666억원을 예·적금으로 운용한 결과 13억원 수준의 이자수익을 기록했다. 단순 계산을 통해 산정한 연이율은 1.9%. 여기에 신규 적립금을 더하고 지급액을 빼 2020년 말 적립금은 755억원으로 불어났다.

적립금 규모 자체는 1년 전 같은 기간과 비교해 13% 이상 증가해 적립비율이 77.7%에서 96.8%로 높아졌지만, 운용성과가 우수하다고 결론내리기는 힘들다는 게 업계 관계자 설명이다. 2020년 한 해 DB 적립금을 저금리 원리금보장형 상품으로 굴린 결과 운용성과가 그해 임금상승률 3.8%의 절반 수준에 그쳤기 때문이다.

송원산업은 운용방식에 변화를 꾀하기 위해 2021년 7월 한국증권을 신규 퇴직연금 사업자로 선정, 적립금의 95%인 760억여원를 실적배당형 상품에 투입하는 초강수를 뒀다. 특정 펀드에 집중 투자하기보다 한투증권이 꾸린 자산배분 포트폴리오에 맞춰 연 4% 수익률을 목표로 삼는 OCIO 방식으로의 전환이었다.

시장에선 자산관리에 적극적인 외국계 금융회사 출신 임원이 CFO직을 맡고 있는 데서 송원산업의 퇴직연금 적립금 운용방식 변화 배경을 찾는다. 송원산업의 CFO는 한스피터 웨스트(Hans-Peter Wuest) 이사다. 한스피터 이사는 스위스 금융회사에서 재무와 회계 방면에서 커리어를 쌓다가 2017년 송원그룹에 합류했다.

여기에 과거 공적 연기금 OCIO 운용 분야에서 성과를 쌓아온 한국증권이 사업자로 추가되면서 양호한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말 한국증권의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약 10조7900억원. DB 적립금이 6조5500억원으로 전체의 60.7% 비중을 차지, DC 적립금보다 빠른 비중으로 확대됐다.

송원산업 매암공장 전경 [이미지=송원산업 홈페이지]

2021년 한해 송원산업의 DB 적립금 수익은 약 13억원. 과거 원리금보장형 상품을 통해 적립금을 운용했던 당시와 수익 규모 자체는 크게 차이가 나진 않았지만 질적 변화를 꾀한 결과로 시장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매 분기 퇴직연금 사업자에 운용보고를 요구하는 등 연기금과 유사한 운용방식을 취하면서 호평도 받아왔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상시근로자 300인 이상 DB 제도 운영 사업자는 적립금 운용위원회를 설치하고 운용계획서를 작성해야 하는데, 법제화되기 전 선제적으로 적립금 운용 시스템 전반을 돌아본 점이 인상적"이라며 "사업자가 자산배분 포트폴리오를 짜 실질적인 OCIO 형태를 취하고 있는 점도 눈에 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2021년과 달리 지난해의 경우 국내외 시장이 매크로 환경 급변 여파에 충격을 받으면서 송원산업 적립금 운용 성과도 상당폭 빠졌다. 작년 한해 한국증권이 806억원 수준의 적립금을 운용, 소폭의 마이너스 수익률을 내면서 2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단순 계산으로는 1% 미만 소수점 자리의 마이너스 수익률을 낸 셈이다.

다만 지난해 국내외 증시가 크게 하락한 것에 빗대면 상대적으로 선방했다는 평가다. 국내외 자산배분 효과가 하방을 지탱한 것이 주효했다는 설명이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연초 이후 대체자산 이외 포트폴리오가 지난해 마이너스 수익률을 대부분 만회했다"고 말했다. 2021년 말 적립비율은 100%를 초과해 지난해 말 146.4%를 기록했다.

1965년 설립된 송원산업은 석유화학제품 생산 제조와 PVC 가공에 주력하고 있는 기업이다. 현재는 미국과 유럽, 중국, 인도, 일본 등 해외 시장에도 진출해 있다. 작년 한해 연결 매출은 1조3295억원으로 1년 전 대비 33.2% 증가했다. 같은기간 영업이익은 1851억원으로 최근 3년간 성장 곡선을 꾸준히 그리며 성장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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