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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사 DB운용 엿보기

삼성전자, 공격 운용 한발앞으로…원리금보장서 '탈피'

삼성·KB운용 채권펀드에 7500억 투자…사업자는 삼성생명

이돈섭 기자  2023-02-13 15:48:16

편집자주

기업의 확정급여형(DB) 퇴직연금 운용 성과는 회사 부채 관리의 문제를 넘어 근로자들의 안정적인 노후 자금 확보와 맞닿아있다. 따라서 DB 사외적립금 투자 내용과 성과는 자금을 관리하는 CFO 뿐만 아니라 직원들의 관심이 높을수 밖에 없다. 더벨은 상장기업들의 DB운용 현황을 자세히 들여다본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말 국공채 등 우량 채권 자산에 투자하는 펀드에 확정급여형(DB) 적립금 7500억원을 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퇴직연금 제도가 대대적으로 개편된 이후 DB 적립금 운용방식을 처음으로 다변화한 것이다. 원리금보장형 상품 위주에서 탈피한 만큼, 향후 적립금 운용 수익률에 시장 이목이 쏠린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DB 적립금 중 7500억원을 실적배당형 상품에 투입했다. 삼성전자가 DB 적립금을 실적배당형 상품에 투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전자는 그간 DB 적립금의 90% 이상을 보험사 이율보증형(GIC) 상품 등 원리금보장형 상품으로 운용해왔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복수의 자산운용사에 DB 적립금 운용을 위한 실적배당형 상품 제안을 요청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 운용사들은 삼성전자 측에 연초 이후 금리인상 기조를 감안, 만기매칭 채권형 펀드를 사모 형태로 제안했고 수개월에 걸친 검토 끝에 지난해 말 실제 투자가 집행됐다.

해당 DB 적립금은 삼성전자의 DB 사업자인 삼성생명을 통해 삼성자산운용과 KB자산운용 사모펀드로 유입됐다. 삼성전자는 실적배당형 상품으로 운용키로 한 DB 적립금 7500억원 중 4500억원을 삼성운용의 '삼성우량채권 1호'에 투자했고, 나머지 3000억원을 KB운용의 'KB리더스장기채 1호'에 태웠다.

이들 펀드들은 국공채 등 우량 채권 자산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모두 추가형·개방형으로 설정됐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운용사 1대 1 미팅을 통해 상품을 제안받아 투자를 진행했다"며 "목표 수익률은 연 5% 이상 달성이 유력한데, 시장 상황과 운용 성과에 따라 투자 확대 축소 모두 가능하다"고 말했다.

2021년 말 현재 삼성전자 DB 적립금은 개별기준 13조5000억원. 삼성전자는 2021년 한해 원리금보장형 상품으로 적립금을 운용해 연 3.8% 수익률을 달성하며 3400억원 수준의 이자수익을 취득한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이는 인플레이션 효과를 포함한 임금상승률 가정치 5.3%에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이미지=삼성전자 홈페이지]

당시 삼성전자는 이듬해 신규 DB 적립금 추정치로 1조3270억원을 제시했는데, 이를 그대로 적립했다고 가정할 경우 지난해 말 기준 DB 적립금은 14조8300억원에 육박한다. 이 경우 전체 DB 적립금의 5%가량을 실적배당형 상품에 투자한 셈으로 비중은 비교적 크지 않다는 의견이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IPS 도입 등 DB 적립금 시장을 둘러싸고 있는 제도가 크게 개편되면서 삼성전자도 DB 적립금 운용방식 다변화를 적극 고민한 결과"라며 "올해 증시 상황이 개선될 경우 DB 제도를 도입하고 있는 중대형 사업장들도 적립금 운용방식을 다변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른 관계자는 "국내 대표기업으로 꼽히는 삼성전자가 DB 적립금 운용방식을 다변화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시장 분위기를 감안해 채권형 상품으로 적립금을 운용키로 했지만, 퇴직연금 사업자 입장에서는 OCIO 방식이라든지 운용 전략을 다변화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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