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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사 자본재분배 성적표

지주사 전환 3년, 배당기여 높이는 미국 자회사

[솔브레인홀딩스]①미국 체외진단 자회사 '아크' 지분전량 확보…배당기여 점증

이민호 기자  2023-07-19 17:23:16

편집자주

지주사의 주요 역할 중 하나가 그룹 각 계열사에 대한 자본재분배다. 지주사는 재무건전성 우위 계열사로부터 배당수익과 상표권사용수익 등을 수취해 이를 재원으로 유상증자나 사채인수 등 방법으로 열위 계열사를 지원한다. 하지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 무리한 자본재분배는 우위 계열사까지 망가뜨리고 지주사의 재무건전성도 악화시킬 위험이 있다. THE CFO가 각 그룹 지주사의 자본재분배 형태와 이에 따른 재무지표상 변화를 점검해본다.
솔브레인그룹 지주사 솔브레인홀딩스는 매년 230억원 안팎의 영업수익을 벌어들이고 있다. 가장 기여도가 높은 것이 매년 190억원 안팎의 배당금수익이다.

지난해부터 배당기여도를 늘리고 있는 자회사가 미국 체외진단업체 아크다이어그노스틱스(ARK Diagnostics)다. 우수한 현금창출력과 재무건전성이 바탕이 된 데다 솔브레인홀딩스가 2020년 이 회사 지분 100%를 확보하면서 배당수익원으로서의 활용도를 높인 상태다.

◇지주사 체제 전환 3년…그룹 곳간 책임지는 지주사 CFO

솔브레인그룹의 지주사인 솔브레인홀딩스의 모태는 그룹 모태인 솔브레인이다. 2020년 7월 솔브레인에서 제조사업부문을 인적분할해 솔브레인을 신설하고 투자사업부문은 존속시켜 솔브레인홀딩스로 탈바꿈시켰다. 솔브레인홀딩스가 지주사 행위제한 요건 등 공정거래법 기준 충족으로 지주사로 전환한 것은 2021년 1월이지만 실질적으로 지주사 역할을 수행하기 시작한 것은 분할기일인 2020년 7월부터다.


분할전 솔브레인은 정지완 솔브레인홀딩스 이사회의장 회장이 1986년 설립한 테크노무역이 시초다. 정 회장은 현재도 솔브레인홀딩스 지분 55.89%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에천트(etchant)와 컬러필터(color filter) 등 디스플레이 재료사업을 시작으로 식각액과 세정액 등 반도체 재료사업, 태양광발전 셀(cell) 식각액과 세정액 등 전자 재료사업, 리튬이온 2차전지 전해액 등 2차전지 재료사업, 진단시약 등 바이오헬스케어 사업으로 확장했다.

지난해 솔브레인홀딩스 연결 기준 매출액은 5651억원으로 2차전지 재료 사업부문이 47.4%(2681억원)를 차지했고 디스플레이 재료 사업부문이 20.5%(1160억원)로 뒤를 이었다. 바이오헬스케어 사업부문은 11.4%(644억원)였다. 제조사업부문이 떨어져 나가면서 솔브레인홀딩스의 별도 기준 영업수익원은 배당금수익, 서비스수익, 임대수익으로 한정됐다. 지주사 영업수익은 그룹 내 자본재분배의 경상적인 재원이 되는 만큼 한정된 수익원에서 현금흐름을 효과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솔브레인홀딩스에서 이런 살림을 책임지는 인물이 최고재무책임자(CFO) 역할의 변순형 재경실장 상무다. 솔브레인홀딩스는 정현석 대표이사 사장 산하에 전략기획실, HR실, 감사실, 법무실 등 지주사 운영에 필요한 실(室) 단위 조직을 두고 있으며 재경실도 그 중 하나다. 변 상무는 2006년부터 솔브레인홀딩스에서 근무했으며 주로 재무 전문가로 경력을 쌓았다. 지난해 조직개편으로 재무본부장을 맡고있던 김봉석 전무가 전략기획실장으로 이동하면서 회계실장이었던 변 상무가 재무본부 격인 재경실의 실장으로 부임했다.

솔브레인홀딩스 CFO는 지주사뿐 아니라 그룹 전반적인 재무업무를 책임지는 자리다. 주력 자회사인 솔브레인이 별도로 CFO를 두지 않은 것에서 알 수 있듯 솔브레인홀딩스 CFO가 그룹 재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면서 사업부문별로 실무진이 재무업무를 처리하는 형태라는 것이 솔브레인홀딩스 측 설명이다.

◇미국 체외진단 자회사 배당기여 점증…핵심 자회사 솔브레인 배당 꾸준

솔브레인홀딩스의 영업수익원 비중은 자산 구성을 통해 가늠할 수 있다. 인적분할 당시 자산 중 종속·관계·공동기업 투자지분 대부분을 솔브레인홀딩스가 가져왔다. 지주사로서 자회사 지배력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로 솔브레인홀딩스는 자회사로부터 배당금수익을 벌어들일 수 있다. 올해 1분기말 별도 기준 솔브레인홀딩스 자산총계는 1조1079억원으로 이중 종속·관계·공동기업 투자지분의 비중이 85.5%(9469억원)에 이른다.


솔브레인홀딩스는 매년 230억원 안팎의 영업수익을 벌어들이고 있다. 지난해 242억원이었고 지주사로 전환한 이래로 3년(2020~2022년) 평균은 218억원으로 매년 격차가 크지는 않다. 영업수익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 것은 배당금수익이다. 지난해에는 184억원으로 전체 영업수익의 76.1%를 책임졌다. 지난해 결산배당이 반영된 올해 1분기로 보면 배당금수익이 246억원으로 증가하면서 영업수익도 261억원으로 늘었다.

2020년부터 올해 1분기까지 배당기여도가 꾸준히 높았던 자회사로는 솔브레인을 꼽을 수 있다. 솔브레인은 출범 다음해인 2021년과 지난해 각각 47억원을 책임졌다. 올해 1분기도 비슷한 48억원이었다. 솔브레인은 투자지분(5500억원)이 올해 1분기말 기준 솔브레인홀딩스 전체 종속·관계·공동기업 투자지분(9469억원)의 58.1%를 차지할 만큼 핵심 자회사다.

하지만 솔브레인홀딩스로서는 솔브레인이 지급하는 배당금을 온전히 수취할 수 없는 단점이 있다. 솔브레인홀딩스는 솔브레인에 대한 지분율이 31%에 그쳐 관계기업으로 분류한다. 솔브레인홀딩스가 솔브레인을 분할할 때 인적분할 형태를 취했고 이후 지주사 행위제한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공개매수 방식의 현물출자 유상증자로 지분을 추가 확보했기 때문이다.


최근 배당기여도를 크게 늘리고 있는 자회사는 바이오헬스케어 사업부문의 미국 체외진단업체 아크다이어그노스틱스다. 항암제, 뇌전증 등 치료약물의 체내 농도검사와 소변을 이용한 약물검사 제품을 개발해 상용화한 회사다. 그동안 배당금을 지급하지 않다가 지난해 43억원, 올해 1분기에는 126억원을 지급했다. 2020년부터 수취한 누적 배당금이 170억원으로 솔브레인(142억원)보다 많다.

이 회사의 배당기여도가 높은 것은 우수한 재무건전성과 현금창출력 덕분이다. 이 회사의 지난해말 자산총계는 1367억원으로 이중 자본총계가 1260억원에 이르러 부채비율 8.5%의 우수한 재무건전성을 보이고 있다. 당기순이익이 2021년 186억원, 지난해 257억원으로 현금창출력도 우수하다.

솔브레인홀딩스가 2003년 3월 설립된 이 회사에 처음 투자한 것은 2018년 8월로 202억원을 출자해 지분 40%를 확보했다. 나머지 60%는 머티리얼즈파크가 304억원을 투자했다. 머티리얼즈파크는 정 회장의 장남인 고(故) 정석호 전 이사가 59.39%, 정 회장의 장녀인 정문주 솔브레인홀딩스 전략기획부실장 전무가 40.61%로 설립한 가족회사로 2020년 정 이사의 작고 이후 장녀인 2013년생 정호경 씨가 지분을 물려받았다.

솔브레인홀딩스는 2020년 12월 머티리얼즈파크가 보유하고 있던 아크다이어그노스틱스 잔여지분 60%를 405억원에 사들이면서 완전자회사화했다. 지분율이 100%로 확대되면서 이 회사가 지급하는 배당금을 솔브레인홀딩스가 온전히 내재화할 수 있게 됐다. 솔브레인홀딩스는 올해 1분기말 이 회사 투자지분 장부금액을 607억원으로 평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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