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이 총 3000억원을 투입하는 하반기 정책펀드 출자사업의 닻을 올렸다. 최근 수년간 이뤄진 하반기 출자사업과 비교하면 시기, 출자 계획 등이 크게 달라진 점이 눈에 띈다. 특히 펀드 결성 규모가 1000억~4000억원으로 제한되면서 중견급 하우스가 대거 경쟁에 뛰어들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18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전날부터 정책지원펀드 위탁운용사 접수를 시작했다. 접수기한은 내달 10일까지로 최종 선정 결과 발표는 9월 말 진행될 예정이다.
산업은행은 9곳의 위탁운용사에 모두 3000억원을 출자, 총 1조원 규모의 정책지원펀드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지원 분야는 세컨더리, M&A, 글로벌 선도 등 세 분야로 나뉘어졌다. 세컨더리 분야에서 3곳, M&A 분야에서 2곳, 글로벌 선도 분야에서 4곳의 운용사가 선정된다.
산업은행은 최근 수년간 상반기 출자사업 이후 6개월 정도의 기간을 두고 하반기 출자사업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올해는 지난달 말 상반기 혁신성장펀드 출자사업 결과를 발표한 지 약 3주만에 이번 하반기 출자사업 공고를 냈다.
지원 분야도 그동안 소재·장비·부품(소부장)이나 ESG 등 투자 테마를 한정한 것과 달리 세컨더리 분야처럼 투자 형태를 지정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여기에 펀드별 최대 결성 규모를 최소 결성 목표의 200% 이내로 제한한 것도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이에 따르면 각 분야의 펀드별 최대 결성 규모는 대형 4000억원, 중형 2000억원, 소형 1000억원이 된다. 조단위 대규모 펀드를 조성하는 라지캡 하우스는 참여 자체가 제한돼 있어 다수의 중견급 이하 하우스들이 이번 출자사업에 도전장을 낼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산업은행 상반기 출자사업에서 탈락했던 중견급 운용사들이 이번 출자사업에 대거 모습을 드러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상반기 출자사업 위탁운용사는 이번 하반기 출자사업에 참여할 수 없기 때문에 경쟁강도가 다소 낮아진다는 점을 노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산업은행 상반기 출자사업 결과를 살펴보면 소형분야에서는 스톤브릿지벤처스, LX인베스트먼트-IBK기업은행, 케이투인베스트먼트파트너스, 파트너스인베스트먼트, 한국투자파트너스-IBK캐피탈 등 5곳이 선정됐다. 중형분야에 낙점된 하우스는 bnw인베스트먼트,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스틱인베스트먼트 등 3곳이고 대형분야는 어펄마캐피탈과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등 2곳이다.
다만 경쟁강도를 높일 변수로는 작년 산업은행으로부터 출자를 받았던 하우스들이 이번 하반기 출자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 거론되고 있다. 이들은 이미 산업은행으로부터 경쟁력을 한 번 인정받은 만큼 이번 출자사업에 등장할 경우 강력한 후보로 부상할 전망이다.
산업은행은 이번 출자사업에서 펀딩 종결성을 가장 중요한 평가기준으로 활용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펀드를 연내 조기 결성할 경우 자신들에게 배분될 초과수익의 10%를 운용사에게 지급하겠다는 인센티브 조항을 내건 것도 이와 관련이 깊은 것으로 풀이된다.
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어려운 펀딩 환경에서 중소형 하우스가 다수 뛰어들 가능성이 크다 보니 이 같은 인센티브 조항이 나온 것 같다”며 “펀딩 종결성을 강조하기 위해서는 출자확약서(LOC)를 다수 확보하는 것이 어느 출자사업보다 중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