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풍랑 헤치는 롯데

어깨가 무거워도 너무 무거운 '소방수' 롯데케미칼

⑤자체 투자·재무구조 유지에 계열지원까지…뼈아픈 시황 악화

박기수 기자  2023-07-17 08:18:16

편집자주

롯데의 2023년 분위기는 개운치 않다. 작년 말 터졌던 건설 유동성 이슈를 힘겹게 막았더니 케미칼 시황이 살아나지 않아 결국 그룹 신용등급이 일제히 하락했다. 그간 상징처럼 여겨왔던 '재계 Top 5' 자리도 올해 내줬다. 작년부터 올해에 걸쳐 일어나고 있는 부정적 이슈들의 근원지는 어디일까. THE CFO는 롯데의 기업가치와 깊이 연관돼 있는 재무적 현주소를 비롯해 향후 과제와 거버넌스 이슈까지 살펴본다.
지난 달 말 이뤄진 롯데그룹 계열사들의 신용등급 하락은 그룹 내에서 롯데케미칼의 비중이 얼마나 큰지 알려주는 대목이었다. 시황 악화로 현금창출력이 하락하고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인수로 재무구조에 경고등이 들어오면서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은 AA+(부정적)에서 AA0(안정적)로 하락했고, 기타 계열사들은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 하락에 따른 계열 통합신용도 하락에 영향을 받았다.

단적으로 NICE신용평가는 롯데렌탈의 신용등급을 AA-(부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낮췄다. 롯데렌탈은 작년 영업이익 3084억원을 기록하는 등 견조한 실적을 낸 계열사였음에도 롯데케미칼 신용도 하락에 따른 계열의 지원능력이 약화했다는 점 때문에 신용등급이 하락했다.

이처럼 롯데케미칼은 그룹에서 위기가 생겼을 때 가장 먼저 나설 수 있는 '소방수'와 같은 상징성을 부여 받은 곳이다. 실제로 최근 THE CFO가 진행한 강종원 롯데케미칼 최고재무책임자(CFO)와의 인터뷰에서 강 CFO는 "계열사 지원능력에는 문제가 없으며 계열사의 재무구조 건전성을 위해 함께 노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미 전례는 많다. 2014년 설립한 합성고무 자회사 '롯데베르살리스엘라스토머'에 이미 3000억원 이상의 현금뭉치가 수혈됐다. 올해 3월 말 기준 롯데케미칼은 자본잠식 중인 베르살리스 법인에 대해 1480억원 규모의 자금보충약정을 맺고 있다.

이외 작년 말 건설시장 유동성 경색에 '급전'이 필요했던 롯데건설에 5000억원을 대여금으로 내줬던 전례도 있다. 이후 롯데건설은 대여금을 조기상환한 뒤 25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했는데 이 역시 롯데케미칼이 지급보증을 서줬다.


계열지원은 양날의 검으로 불린다. 그룹 차원에서는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부족한 계열사들을 롯데케미칼이라는 신용 우산 아래 배치해 시장에서 보다 나은 대우를 받을 수 있다. 유사시 모기업 혹은 계열사의 지원이 가능하다는 점이 입증되면 신용평가사 등 시장에서도 계열의 통합신용도를 통해 기업을 재평가한다.

반면 계열지원은 개별 주주의 이해관계와 배치된다. 주주가 롯데케미칼에 투자할 때는 롯데케미칼의 사업성과 비전을 보고 투자하지 보유 자금이 계열사로 흐르는 것을 기대하지는 않는다. 시장 관계자는 "계열 지원 주체로 나선다는 점 자체가 롯데케미칼로의 위험 전이 가능성을 내포한다"고 말했다.

롯데케미칼은 작년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인수 과정에서 자체 보유 자금과 외부 차입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사전 밝혔던 바 있다. 그러다 롯데건설 이슈가 터졌고 5000억억원이라는 유동성이 단번에 빠졌다. 이후 롯데케미칼은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계열지원이 재원 조달 계획을 바꾸고 주주 가치에 영향을 준 사례가 된 셈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자회사 롯데건설은 올해 초 메리츠증권으로부터 금융지원을 받았지만 유동성 이슈가 종결된 것은 아니라는 평가가 짙다. 이외 롯데그룹의 어느 지점에서 유동성 문제가 생기면 가장 먼저 언급되는 곳은 롯데케미칼일 가능성이 크다. 이번에 인수한 기업이자 대규모 투자가 예고돼 있는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도 유동성 문제가 불거질 시 가장 먼저 의존할 곳으로는 모회사 롯데케미칼이 꼽힌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의 재무 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사의 자금 조달 전략과 자사의 재무구조 관리"라고 말했다.

롯데케미칼의 현금창출력과 재무구조는 2021년 말에 비해 최근 부담이 커진 상태다. 2021년 말 기준 -0.3배 였던 순차입금/EBITDA는 작년 말 14.1배까지 상승했다. EBITDA/금융비용은 2021년 말 기준 27배로 여유로웠으나 작년 말 1.2배로 급감했다. 올해 1분기 말에는 3.1배로 소폭 상승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