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젠이 기술수출을 통한 선순환 구조를 확립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BD 업무를 담당하는 해외 자회사를 확장한 데 이어 글로벌 제약사(빅파마) 출신 사업 개발(BD) 책임자를 영입했다.
기술수출 가능성이 가장 높게 점쳐지는 건 자체 개발 항암 바이러스 파이프라인이다. 현재 초기 전임상을 마무리한 단계로, 후기 전임상을 마치는 대로 기술수출을 타진할 계획이다. 동일한 기술 뿌리를 보유한 플랫폼이 빅파마에 기술수출한 선례가 있어 조기 기술수출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머크서 기업 전략·기술이전 담당, 신라젠 BD 담당 예정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신라젠은 최근 키시나 칼리차란 박사를 BD 책임자로 영입했다. 칼리차란 박사는 연구개발(R&D) 조직 내에서 기술이전이나 빅파마와 협력 강화 등 업무를 맡을 예정이다.
그는 해외 여러 바이오텍에서 대표직을 역임하며 다수 기술이전 및 인수합병(M&A)을 주도한 사업 BD 인력이다. 캐나다 웨스턴 대학에서 바이러스학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미국 존스홉킨즈 대학에서 경영학 석사(MBA) 및 바이러스학 박사후 과정을 수료했다. 머크(MSD)에서 글로벌 백신 전략·제휴 리더로 재직하면서 기업 전략과 기술이전 등을 담당하기도 했다.
BD 업무 관련 인프라도 확충했다. 최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자회사 신라젠바이오테라퓨틱스가 확장 이전했다. 해당 자회사는 미국 내 임상, 미국 식품의약국(FDA) 등 규제 당국 대응, BD, 협력사와 네트워킹 등을 업무를 진행하는 곳이다. 신라젠 측은 "미국 임상과 BD 인력이 늘면서 확장 이전이 필요한 상황이었다"고 했다.
신라젠이 더욱 공격적으로 기술수출을 추진하기 위해 관련 조직과 인프라를 강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파이프라인을 늘리고 매출 구조를 다각화해 지속적인 성장 체제를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단일 파이프라인이었던 펙사벡의 임상 3상이 무산되면서 존폐 위기까지 겪은 경험이 있어서다. 또 주요 파이프라인 임상이 진척 중이지만, 대규모 임상을 독자적으로 끌고 가기엔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기술수출에 활발하게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
◇SJ-600 기술수출 속도…"후기 전임상 마치는 대로 타진" 신라젠이 기술수출 후보군으로 가장 관심을 두는 파이프라인은 항암 바이러스 플랫폼 'SJ-600' 시리즈다. 펙사벡과 같은 기전으로, 신라젠이 자체 개발했다. 대부분 항암 바이러스 후보물질이 종양에 직접 주사하는 방식으로 개발되는 것과 달리, 정맥주사 방식으로 개발하고 있다는 게 특징이다.
항암 바이러스는 정맥 투여 시 몸속에서 면역 반응을 일으키는 단백질(보체)의 공격을 받아 약효가 거의 사라지는 단점이 있었다. 신라젠은 유전자 조작을 통해 이를 극복했다. 보체 조절 단백질(CD55)을 바이러스 표면에 발현시키면 항암 바이러스를 정맥 투여해도 혈액 내에서 안정적으로 살아남는다는 설명이다.
신라젠에 따르면 SJ-600은 최근 초기 전임상을 마쳤다. 초기 전임상 결과 CD55가 항암 바이러스 외피막에 선택적으로 발현하는 걸 확인했다. 혈청 내 항암 바이러스 안정성은 500% 이상 개선됐다. 해당 연구 결과를 미국면역항암학회(SITC) 공식 학술지 '암 면역요법 저널'(JITC)에도 공개했다. JITC는 공신력 있는 최상위 저널로 꼽힌다.
후기 전임상을 마치는 대로 조기 기술수출을 적극 타진한다는 계획이다. 신라젠 관계자는 "SJ-600는 독성 시험 등 임상 1상 진입을 위한 후기 전임상 연구를 하고 있다"면서 "후속 전임상 결과 기반으로 빅파마에 기술수출 관련 접촉을 시도할 것"이라고 했다.
◇콘셉트 유사 플랫폼 기술수출 선례…SJ-600 기대감↑ 업계에서는 SJ-600의 조기 기술수출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보는 분위기다. 항암 바이러스의 경우 2015년 이후 총 13건의 기술이전 계약이 체결됐는데, 그중 8건이 전임상 단계에서 이뤄진 계약이었다. 이에 따라 항암 바이러스인 SJ-6000도 전임상 단계에서 기술수출할 수 있을 것이란 시각이다.
SJ-6000와 비슷한 컨셉을 가진 플랫폼이 성공적으로 빅파마에 기술수출한 사례가 있다는 점도 기대를 키우는 요소다. 미국 항암제 개발 기업 칼리비르는 2020년 자체 개발한 항암 바이러스 플랫폼을 일본 아스텔라스에 최대 6억3400만달러(약 7800억원) 규모로 기술수출했다. 이어 지난해 스위스 로슈와도 기술수출 계약을 맺었다.
칼리비르의 항암 바이러스 플랫폼은 SJ-6000와 동일하게 백시니아 바이러스를 기반으로 한다. 특히 칼리비르는 초기 신라젠 핵심 인력 가운데 최고사업책임자(CBO), 의료총괄책임자(CMO), 최고제조책임자(CMO), 규제 및 품질담당 수석부사장 등 4명이 설립한 기업이다. 이들은 펙사벡 개발에도 직접적으로 참여했던 인물들이다.
여기에 신라젠은 SJ-6000가 상업화에 유리하기 때문에 기존 항암 바이러스 플랫폼보다 기술수출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다는 입장이다. 신라젠 관계자는 "종양에 직접 주사하는 항암 바이러스 약물은 종양이 주사하기 어려운 곳에 있을 땐 사용이 어렵다"면서도 "정맥 주사 방식은 적응증 확대는 물론 환자 편의성 측면에서도 강점을 지녀 기술도입 수요가 더욱 많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