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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온의 반격

'조달 청구서'에도 환한 미소...배경은

③모회사 지배력 이슈에 큰 문제 없어...추가적인 유상증자도 무방할 듯

이호준 기자  2023-06-15 17:07:19
자본 시장에서 볼 수 있는 관전 포인트 중 하나가 바로 '조달'이다. 돈을 끌어오려는 자와 빌려주는 자 사이에 고도의 심리전, 수 싸움이 펼쳐진다. 그리고 이 결과와 동시에 늘 주목되는 것이 바로 그 어떤 상황에서도 대가없는 조달은 없다는 사실이다.

SK온은 반년 만에 무려 8조원을 조달했다. 지난해 초 기업공개(IPO)를 통해 상장한 LG에너지솔루션이 챙긴 현금(10조2000억원)에 비견되는 수준이다. 하지만 중요한 건 역시 '청구서'다. SK온은 현재 프리IPO와 차입, 채권 발행 등 다양한 경로로 돈을 끌어왔다.

시장에서는 위 금액 모두에 꼬리표가 달린 것으로로 보고 향후 SK온에 주어질 '손익계산서'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나 이중 프리IPO를 통한 조달에 관심이 크다. 프리IPO란 IPO 전에 미리 일정 지분을 투자자에게 내주고 자금을 유치하는 방식이다.

시선이 쏠리는 이유는 기업에겐 민감한 '지분'이 오가기 때문이다. 예컨대 SK온이 반년새 조달한 8조원 중 약 5조원이 프리IPO를 통해 들어왔다. 이중 외부 조달처로는 한투PE(1조2000억원), MBK컨소시엄(1조2460억원), 힐하우스캐피탈(5300억원) 등이 있다.

단기간에 수조원을 끌어모으게 해 줬지만 대신에 주식을 내줬다. 쉽게 말해 SK온은 프리IPO에서 신주를 발행하는 조건으로 3조원의 현금을 쥔 상황이다. 바꿔 말하면 SK온 자본총계에서 단순계산으로 약 3조원 정도가 타인 소유가 되는 셈이다.

SK이노 유상증자(2조원) 금액 프리IPO에 포함

통상의 프리IPO에서는 새 주주들, 혹은 모회사가 향후 해당 기업이 IPO에 나설 때 지분율 희석을 우려해 신주 규모를 제한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미 SK이노베이션의 지분율은 한투PE로부터 1조2000억원 조달받은 후 100%에서 95.24%로 낮아진 상황이다.

다만 SK온의 경우 이러한 관점에서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SK온의 IPO는 2026년 전후로 추정된다. 다만 대다수 FI들의 참여 목적이 단순한 차익 실현으로 알려져 있는 데다 모회사 지분율은 여전히 95%라는 막강한 숫자를 자랑하고 있다.

신주를 얼마나 발행할지 등 SK온이 향후 IPO에 어떻게 나설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지금으로서는 큰 걸림돌이 없어 IPO로 조 단위 금액을 모을 만한 여력이 충분하다. SK온의 기업가치가 더 오를 것으로 평가된다는 점에서 프리IPO를 더 진행할 수도 있다.

자본시장 관계자는 "한 FI가 가장 많이 했던 언급이 SK온의 몸값은 적어도 60조원까지 오를 거라는 말"이었다며 "조달엔 분명히 청구서가 있기 마련인데 당장은 추가적인 프리IPO를 더 진행할 수 있을 정도로 리스크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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