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삼립이 공시한 2023년 기업지배구조보고서의 핵심 지표 준수율이 2022년 60%에서 33%로 떨어졌다. 배당 예측 가능성, 이사회 단일성(性) 등 새롭게 등장한 지표를 충족하지 못했다. 기존에 준수해 오던 배당 계획 고지 및 내부감사부서 독립성 항목 등의 심사 기준까지 강화되면서 발목이 잡혔다.
다만 향후 배당 관련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정관 변경 추진, 내부감사부서 책임자의 임면권에 대한 동의권 등의 정책을 검토하고 있는 만큼 향후에는 핵심 지표 준수율이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신규 2개 지표 모두 달성 '실패' SPC삼립이 올해 공시한 2023년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 따르면 핵심 지표 준수율은 33.3%다.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공시하기 시작한 2021년부터 줄곧 60%의 준수율을 유지해 왔지만 2023년 들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15건의 핵심 지표 중 5건의 지표만을 준수했다.
우선 한국거래소가 제시한 기업지배구조보고서 가이드라인이 변경되면서 생긴 신규 지표 2건을 충족시키지 못한 영향이 컸다. 신규 지표는 △현금 배당관련 예측가능성 제공 △이사회 구성원 모두 단일성(性) 아님 두 가지로 구성된다.
SPC삼립은 매년 결산 배당을 진행하기는 하지만 배당 성향 등을 명문화하진 않았고 배당 기준일(2023년 12월 31일)보다 배당결정일(2024년 3월 12일)이 늦어 ‘배당관련 예측가능성 준수’ 항목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추후 SPC삼립은 배당 기준일 이전 배당을 결정하여 배당 여부를 보고 투자자가 투자 결정을 할 수 있도록 정관상 배당 관련 조항을 개정하도록 적극 검토하여 실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SPC삼립의 이사회는 사내이사 4명, 사외이사 3명으로 구성된다. 다만 7명 모두 남성으로 구성되면서 ‘이사회 구성원 모두 단일성(性) 아님’ 항목도 준수하는 데에 실패했다. SPC삼립 측은 "여성 이사 선임과 관련된 정책은 별도로 마련하고 있지 않다"며 "이사회 내 성별의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한 정책에 대해서는 향후 검토 후 필요에 따라 마련할 계획"이라며 판단을 유보했다.
◇거래소 심사 기준 강화, 기존 지표 준수 여부 'O→X' SPC삼립은 기존에는 준수하고 있던 △배당정책 및 배당실시 계획을 연 1회 이상 주주에게 통지 △독립적인 내부감사부서의 설치 항목도 2023년에는 달성에 실패했다. 2021년과 2022년과 비교했을 때 SPC삼립 측의 운영이 바뀐 점은 없었지만 거래소의 심사 기준이 다소 엄격해진 영향이 컸다.
SPC삼립은 별다른 배당 성향을 정해놓지는 않은 채 경영환경 등을 고려해 적정수준의 결산 배당을 진행하고 결산이사회 이후 배당결의 시 해당 내용을 공시해 왔다. 2022년까지 거래소 측은 이를 연 1회 이상 주주에게 통지하는 것으로 고려했지만 2023년부터는 해당 조건을 미충족으로 간주했다.
여기에 더해 그동안 지켜왔던 '독립적인 내부감사부서의 설치'도 달성하지 못했다. SPC삼립은 2018년부터 감사위원회의 업무를 지원하는 '정도경영팀'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배구조보고서를 공시하기 시작한 2021년부터 해당 지표를 준수하고 있었다.
정도경영팀 운영에는 변화가 없었지만 2023년 지배구조보고서에는 해당 지표 준수 여부가 '미준수'로 표기됐다. 금융위원회는 내부감사부서가 구성원에 대한 인사권을 보유해야 독립성을 갖췄다고 판단한다. 정도경영팀장이 구성원에 대한 인사권을 갖고 있긴 하지만 대표이사 등의 최종 결재권자가 따로 있다는 점에서 거래소 측은 독립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보기엔 미흡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에 SPC삼립은 추후 정도경영팀 책임자의 임면권에 대한 동의권을 감사위원회가 갖도록 해 내부감사부서의 독립성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SPC삼립 관계자는 "정도경영팀과 배당 정책 관련해서 기존과 비교할 때 변화한 지점은 없다"며 "한국증권거래소 공시 담당 부서와 협의하는 과정에서 판단 여부가 바뀌게 되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