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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등급 낮아진 여천NCC, 사모채 발행전략 이어간다

한신평, A+서 A0로 하향 조정…지난해 공모채 전량 미매각 후 조달전략 변화

이정완 기자  2023-06-08 15:38:16
여천NCC가 지난해부터 시작한 사모채 발행 기조를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 초 여수공장 폭발 사고 직후 진행한 공모채 수요예측에서 전량 미매각이 발생한 탓에 시장성 조달을 망설이는 상황이다.

연내 회사채 만기가 추가로 도래하지만 당분간 공모채 발행은 어려울 전망이다. 석유화학 업황 부진으로 실적 악화까지 겹치면서 신용도가 낮아졌기 때문이다. 여천NCC 입장에선 실적 개선이 공모채 시장 복귀를 위한 선결조건이다.

◇여수공장 폭발사고 후 P-CBO 택했다

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여천NCC는 최근 P-CBO(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 발행을 통해 350억원을 조달했다. 만기는 3년으로 조달 금리는 연 4.608%다. 발행 주관사는 KB증권이 맡았다.

여천NCC는 지난해부터 회사채 발행 시 공모채 대신 사모 방식을 택했다. P-CBO를 활용해 신용도를 보강해왔다. 지난해 8월에도 이 같은 방법으로 700억원을 마련했다. 당시 주관사는 IBK투자증권이었다.


P-CBO는 신용도가 낮아 채권 시장에서 회사채를 직접 발행하기 어려운 기업이 신용보증기금 등의 지원을 받아 발행하는 일종의 증권이다. 통상 신용등급 BB- 이상 기업이 활용하던 수단이었으나 코로나19 이후 대기업도 조달 대안으로 삼고 있다. 정부에서 내년까지 5조원 규모 P-CBO 프로그램을 가동하기로 하면서 P-CBO 발행이 활발하다.

여천NCC는 지난해 초 회사를 둘러싼 조달 환경이 달라지면서 P-CBO를 택하게 됐다. 지난해 2월 전남 여수 국가산업단지 내 제3공장에서 발생한 폭발사고로 인해 8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여천NCC는 사고에도 불구하고 2000억원 규모 공모채 수요예측을 강행했는데 전량 미매각이란 결과를 받았다.

ESG 리스크로 인해 기관투자자가 모두 투자를 피하면서 대표주관사와 인수단이 모집액을 모두 떠안아야 했다. 결국 여천NCC는 1200억원으로 발행액을 축소했다.

◇'설상가상' 6분기 연속 적자…공모채 복귀 '언제쯤'

폭발사고 외에도 공모채 발행을 고심하게 만드는 요인이 있다. 2021년 말부터 시작된 실적 악화다. 이 탓에 지난달 한국신용평가는 여천NCC의 회사채 신용등급과 전망을 기존 'A+, 부정적'에서 'A0, 안정적'으로 낮췄다. 한국기업평가는 'A+'등급을 유지하고 있으나 '부정적' 전망을 달고 있어 마찬가지로 등급 하락 가능성이 있다.

여천NCC는 원유 정제 과정에서 나오는 나프타를 분해해 석유화학제품의 기초 원료인 에틸렌 등을 생산한다. 다만 2021년 하반기부터 유가 상승에 따른 원가 부담이 가중되며 수익성이 저하되기 시작했다.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원재료 가격 상승은 이어졌는데 중국이 봉쇄정책을 펼친 탓에 수급 환경은 더욱 나빠졌다.


지난해 4분기 626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한 여천NCC는 지난해 매분기 적자를 나타냈다. 올해 1분기에도 458억원의 영업적자를 보였다. 6분기 연속으로 적자를 기록한 모습이다. 지난해 말부터 중국의 방역 조치가 완화됐지만 당분간 수요가 회복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석유화학 업황에 반전이 생겨야 여천NCC도 공모채 복귀 결단을 내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1700억원 규모 공모채 만기가 도래했던 여천NCC는 오는 9월에도 600억원 공모채 상환을 앞두고 있다. 이 역시 P-CBO나 금융기관 차입 등을 통해 갚을 전망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부정적인 이슈를 비롯해 석유화학 업황 부진으로 실적 악화를 겪고 있어 수익성이 개선되어야만 본격적인 공모채 발행 고민을 시작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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