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그룹 건설기계 부문 중간지주사인 HD현대사이트솔루션은 그룹 내 차기 배당주자로 꼽힌다. 중간지주사 아래 있는 계열사들이 실적 성장을 이루며 배당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사이트솔루션이 차입 부담을 덜어낼 재무 체력만 갖춘다면 지주사인 HD현대로 배당을 올려줄 수 있다.
현대사이트솔루션은 자회사에서 거두는 배당 수익이 늘어났다. 올해 배당금 수익은 전년 대비 1.5배 증가한 272억원이다. 지난달 지난해 결산 배당 몫으로 HD현대인프라코어에서 158억원, HD현대건설기계에서 114억원이 들어왔다.
현대사이트솔루션은 HD현대그룹 건설기계 부문을 총괄하는 중간지주사다. 현대인프라코어 지분 33.29%, 현대건설기계 지분 33.12% 등을 보유하고 있다. 현대인프라코어와 현대건설기계는 굴착기, 휠로더 등 건설기계를 제조해 글로벌 시장에 판매하고 있다. HD현대는 현대사이트솔루션 지분 100%를 보유한 그룹 최상위 지배기업이다.
지난해 현대인프라코어와 현대건설기계가 호실적을 거두며 현대사이트솔루션으로 배당을 지급했다. 2021년부터 결산 배당을 재개한 현대건설기계는 지난해 배당금을 증액하고, 2008년 이후 결산 배당을 지급하지 않았던 현대인프라코어는 지난해부터 배당을 재개했다.
◇ 지난해까지 결손금 누적된 현대사이트솔루션, 이자비용 부담으로 순손실 지속 현대사이트솔루션 소속 계열사들이 수익성을 개선하면서 지주사인 HD 현대로 배당 온기가 이어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신용평가사들은 올해 HD현대 신용등급을 'A-(긍적적)'에서 'A(안정적)'로 상향하면서 중장기적으로 현대사이트솔루션의 배당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현대사이트솔루션이 자회사로부터 수령하는 배당금이 늘더라도 지주사로 배당을 개시할 재무 여건을 갖추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2021년 두산인프라코어(현 HD현대인프라코어)를 인수하면서 늘린 차입금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배당보다 차입금 상환이 우선순위로 풀어야 할 재무 과제다.
지난해까지 현대사이트솔루션은 별도 기준으로 결손금 326억원이 쌓여 있다. 지난해 영업이익(322억원)을 내며 흑자로 전환했지만, 금융비용(559억원) 등 영업외비용 때문에 당기순손실(76억원)을 지속했다. 설립 첫해인 2021년 당기순손실 규모는 253억원이었다.
이자비용이 발목을 잡았다. 지난해 별도 기준 이자보상배율은 0.9배다. 영업이익(322억원)보다 이자비용(359억원)이 더 컸다. 순차입금은 8798억원, 순차입금의존도는 47%다. 총차입금(9053억원) 중 단기차입금 비중은 4%(360억원) 수준이지만, 이자비용을 줄이기 위해선 장기차입금 상환자금을 비축해 둬야 한다. 지난해 말 보유 중인 현금성 자산은 254억원이다.
◇ 현대건설기계·현대인프라코어 증익 목표 제시, 배당 흐름 지속 전망 현대사이트솔루션은 순수 지주사인 HD현대와 달리 자체 사업을 보유한 중간지주사다. 양산부품사업, 물류·유통·하역 등에 쓰이는 산업용차량사업을 중간지주사에서 육성하고 있다. 2021년과 지난해 사업 재편 과정에서 중간지주사로 일부 사업을 이관했다. 지난해 별도 기준으로 매출은 7004억원 규모다. 이 중 자회사에서 수령한 배당금은 78억원(2021년 현대건설기계 결산 배당)이다.
HD현대그룹은 두산인프라코어를 인수하기 전까지 현대건설기계를 중심으로 건설기계사업을 전개했다. 2021년 HD현대가 현대사이트솔루션으로 두산인프라코어 인수자금을 출자하고, 현대건설기계 지분까지 현물출자하면서 건설기계 부문을 전담하는 중간지주사를 신설했다.
HD현대그룹은 2017년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뒤 4년 만에 사업 재편을 진행했다. 조선(HD한국조선해양)·에너지(HD현대오일뱅크)·건설기계(현대사이트솔루션)를 중심으로 3대 사업 축을 형성해 사업 안정성을 강화하려 했다. 현대건설기계와 두산인프라코어를 현대사이트솔루션 아래 묶어 글로벌 시장점유율을 늘려가는 성장 전략을 짰다.
HD현대는 현대사이트솔루션을 100% 자회사로 두고, 사업 재편에 필요한 실탄을 내려보냈다. HD현대는 2021년 설립 출자 이후 유상증자로 총 4499억원을 현대사이트솔루션으로 출자했다.
현대사이트솔루션은 출자금을 가지고 지분 투자와 영업 양수를 진행했다. 두산인프라코어 인수자금(매매대금 기준 6908억원)을 만들기 위해 만기 7년짜리 1회차 사모 전환사채(4000억원)도 발행했다. 투자자는 KDB인베스트먼트 제2호 유한회사다. 인수·합병(M&A) 뒤에도 현대사이트솔루션이 현대인프라코어에 추가로 2467억원을 출자했다.
현대사이트솔루션은 올해도 자회사 실적이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대건설기계는 올해 연결 기준 매출 목표를 전년 대비 10% 성장한 3조8783억원, 영업이익 목표를 전년 대비 18% 성장한 2012억원으로 잡았다.
현대인프라코어도 올해 연결 기준 매출은 전년 대비 9% 성장한 5조1608억원,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6% 성장한 3844억원으로 전망치를 제시했다. 실적 목표를 달성한다면 현대사이트솔루션으로 지급하는 이익 배당 규모가 늘어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