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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카카오벤처스에 다시 힘 싣나

500억원 유동성 지원, 대여 아닌 출자 방식…신규 펀드 참여도 앞둬

황선중 기자  2023-05-16 09:28:16
카카오가 자회사 카카오벤처스에 현금을 지원하는 방법이 1년 전과 달라졌다. 대여 아닌 출자 방식을 택한 것이다. 지난해는 단순히 단기대여금 형태로 자금을 빌려줬다면, 올해는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형태로 자금을 내려보냈다. 신규 펀드를 조성하고 있는 카카오벤처스에 적극적으로 힘을 보태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카카오벤처스에 500억원 '대여' 아닌 '출자'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카카오는 오는 18일 자회사 카카오벤처스가 진행하는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현금 500억원을 출자한다. 운영자금을 지원하기 위한 목적이다. 카카오벤처스는 카카오의 100% 자회사다. 그만큼 유상증자 이후에도 카카오벤처스에 대한 카카오의 지배력은 변함없이 100%다.

카카오벤처스에 대한 운영자금 지원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카카오는 지난해 5월에도 카카오벤처스에 유동성을 공급했다. 눈에 띄는 부분은 자금을 전달하는 방식이 올해와는 달랐다는 점이다. 당시에는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식의 출자가 아니라 500억원 한도의 단기대여금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빌려줬다.

대여는 출자에 비해 소극적인 자금 지원책에 가깝다. 카카오벤처스 입장에서 카카오가 건넨 단기대여금은 일종의 단기차입금과 같다. 연이자율 4.6%의 이자가 존재할뿐더러, 대여만기일이 도래하면 자금을 다시 돌려줘야 한다. 하지만 주주배정 유상증자로 자금을 조달할 경우 이자부담 및 상환부담이 모두 없다.

그만큼 카카오가 올해 대여가 아닌 출자 방식으로 카카오벤처스에 자금을 내려보내는 것은 의미가 남다르다는 평가다. 지난해는 카카오벤처스에 단순히 500억원을 빌려준 것이라면, 올해는 500억원을 투자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카카오가 향후 카카오벤처스 성장 가능성에 베팅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카카오, 카카오벤처스 신규 펀드에도 200억원 출자

카카오벤처스는 최근 '카카오 코파일럿 2호 펀드'를 결성하고 있다. 이달 중으로 펀드가 결성되면, 카카오는 해당 펀드에 최대 200억원 추가 출자하기로 약정했다. 이번에 카카오가 지원하는 500억원 역시 해당 펀드 조성에 쓰일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는 사실상 이달에만 카카오벤처스에 700억원을 직·간접적 투자하는 모습이다.

카카오는 2021년 12월 카카오벤처스가 결성했던 '카카오 코파일럿 1호 펀드'에도 최대 200억원 출자를 약정했다. 올해 1분기까지 도합 160억원을 투입한 상태다. 1호 펀드 최대주주(61.9%) 자리에 올라 있다. 1호 펀드의 특징은 오직 카카오 계열사 자금으로만 결성됐다는 점이다. 이번에 결성되는 2호 펀드도 비슷한 구조일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벤처스의 모태는 벤처투자사(VC) 케이큐브벤처스다. 2012년 카카오 창업주인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설립한 곳이다. 2015년 카카오가 김 센터장이 보유한 지분 100%를 인수하면서 카카오 자회사로 편입됐다. 그때 이후로 사명도 카카오벤처스로 변경하며 기업형 벤처캐피탈(CVC)로 거듭나고 있다.

앞서 카카오는 카카오벤처스의 '케이큐브 1호 벤처투자조합'에 50억원을 투자해 유의미한 성과를 거뒀다. 2012년 116억원 규모로 결성된 이 펀드는 비트코인 광풍이 발생하기 전에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에 선제적으로 투자했는데, 2021년 청산하면서 약 100배의 수익을 거둔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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