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들은 택시, 승차공유 등을 넘어 화물운송, 배달대행, 자율주행 등 다양한 분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대형업체의 경우 플랫폼으로는 나가기 어려운 해외시장 공략도 준비 중이다. 엔데믹 이후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지각변동이 일어나는 모빌리티 플랫폼 업계를 조명해 봤다.
아이엠(i.M) 택시를 운영하는 진모빌리티와 타다 운영사 브이씨엔씨(VCNC)의 합병은 카카오모빌리티에 대항하기 위한 덩치 키우기 목적이 크다. 일반호출과 택시가맹에서 카카오모빌리티의 국내 위상이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들의 합병이 카카오모빌리티에 위협이 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카카오모빌리티 일각에선 오히려 쌍수를 드는 기색도 있다고 한다. 독점이슈와 정책 리스크 앞에서 홀로 고군분투하는 카카오모빌리티로선 사이즈가 있는 동종업체가 있는 게 낫다는 해석이다.
◇카카오, 일반호출 94%·택시가맹 73%…압도적 1강 체제
현재 택시 모빌리티 시장은 크게 일반호출과 택시가맹 등으로 나눠진다. 카카오모빌리티가 두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막강하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일반호출 시장에서 중개건수 기준으로 카카오모빌리티의 점유율은 2019년 92.99%, 2021년 94.46% 정도다.
택시가맹 서비스 시장의 경우 카카오T블루의 가맹택시 점유율은 2019년 14.2%에서 2021년 73.7%로 급증했다. 브랜드 가맹택시를 운영하는 8개 사업자 가운데 올 2월 영업을 중단한 마카통 택시를 제외하고 7개 사업자 중에서도 압도적이다.
한 달에 한번 이상 쓴 월간활성사용자(MAU) 기준으로도 2021년 12월 카카오T는 1136만3774명을 기록, 우티(51만6109명)와 티머니(15만9433명) 등 2~3위 사업자와 격차가 크다. 진모빌리티와 브이씨엔씨가 합병을 모색하는 것도 이런 영향이 있다. 경쟁할 위치에 서려면 볼륨을 어느 정도 키워야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다만 두 회사의 합병이 카카오모빌리티를 위협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MAU 기준으로 브이씨엔씨가 13만9688명, 진모빌리티가 9만1263명으로 둘을 합쳐도 카카오모빌리티와의 격차가 너무 크다. 이를 극복하려면 카카오T 플랫폼에 대적할 만한 편의성과 브랜드, 서비스 대응력을 갖출 필요가 있다. 여기에는 자본력도 포함된다.
모빌리티 업계 관계자는 "브이씨엔씨와 진모빌리티의 합병이 모빌리티 플랫폼 업체들의 합종연횡을 촉발할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다만 카카오모빌리티의 압도적 위상과 경쟁하기 위해선 획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은 모두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 과징금 등 각종 견제·압력에 고군분투
카카오모빌리티 일각에선 이 같은 지각변동에 대해 환영의 목소리도 감지된다. 강력한 경쟁자가 생길 수 있는 변화임에도 이런 반응이 나오는 것은 그만큼 카카오모빌리티가 사회 각계에서 받는 압박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공정위가 카카오모빌리티에 카카오T 블루로 승객 호출(콜)을 몰아줬다며 시정명령과 함께 257억원의 과징금을 물린 게 대표적이다. 기존 택시업계의 견제에서 촉발된 이번 제재에 대해 카카오모빌리티는 행정소송을 강구하고 있다. 앞서 스마트호출 요금제를 변경했다가 사실상 요금인상으로 알려지면서 사회적 압력에 결국 한발 물러선 적도 있다. 정치권이나 정부, 택시업계의 뭇매를 맞는 이유는 방대한 점유율로 인한 독점이슈가 계속 불거지고 있어서다.
또 다른 모빌리티 업계 관계자는 "정치권 및 정부 방침이 카카오모빌리티를 겨냥하는 경우가 있다 보니 이를 개별업체로 대응하기 힘들 수 있다"며 "어느 정도 사이즈가 있는 동종업체들이 있으면 단체로, 또는 협회로 대응할 수 있는 데 지금은 카카오모빌리티가 너무 압도적이라 뭇매도 혼자서 맞고 있는 격"이라고 설명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최근 과징금 사태로 주춤하는 사이 경쟁사들은 각종 이벤트를 열며 가입자 유치에 나서고 있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이들이 카카오모빌리티의 아성에 도전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들이 보유한 택시 수 자체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2021년 말 가맹택시 수를 기준으로 카카오T블루는 전체 중형 가맹택시 4만9000대 중 3만6000대(73.7%)를 차지하고 있다.
아무리 할인쿠폰 등을 준다 해도 결국 이용자에게 실시간으로 택시를 배차하지 못하면 가입자는 금방 이탈할 수밖에 없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여러 논란에도 압도적 시장점유율을 유지하는 이유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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