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근당홀딩스의 지분 투자 기조가 계열사 중심에서 타법인 출자로 바뀌고 있다. 바이오사업을 넘어 이종산업으로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회사의 최고재무책임자(CFO) 역할을 맡고 있는 이기성 경영관리실장 합류 후 가속화되고 있다.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타법인에 대한 지분 투자는 종근당홀딩스의 자산총액을 늘리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도 있다. 향후 대규모 투자를 위한 회사채 발행 등을 진행할 경우 자산이 증가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종근당홀딩스의 자산규모는 2022년 말 기준 4303억원이다. 공정거래법상 지주사로 존속하기 위해서는 오는 2027년 6월까지 자산을 5000억원까지 늘려야한다. 타법인 등에 대한 출자가 현재처럼 지속될 경우 요건 충족은 물론 지주사의 역할 중 하나인 투자 기능도 강화될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물산 등 '20곳 신규 투자' 단행
종근당홀딩스의 지분투자는 과거 종근당과 종근당건강, 종근당산업 등의 계열사가 주를 이뤘다. 지주사 전환 후 자회사 등에 대한 행위제한 규제를 해소하는 동시에 그룹 내 계열사를 대상으로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같은 투자 기조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지난 2014년부터다. 그룹 외부 기업에 대한 투자가 이뤄지기 시작했고 투자 방향은 주로 제약바이오에 집중됐다. 2021년부터는 이종산업에 대한 지분투자를 늘리며 투자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기도 했다.
특히 2022년은 이종산업에 대한 투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시기다. 지난해에만 20개 기업의 지분을 신규로 확보했다. 종근당홀딩스의 경우 기초 또는 기말 기준으로 지분율이 5%를 넘거나 장부가액이 1억원을 초과하는 기업만을 공개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투자처는 더 많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투자 규모 자체는 크지 않지만 제약바이오가 아닌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투자를 늘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는 게 업계 평가다. 특정 업종에 집중되기보다는 반도체와 방산, 유통 등으로 폭넓게 이뤄진 부분도 눈에 띄는 특징 중 하나다. 세부적으로는 삼성물산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IG넥스원, 호텔신라, LG생활건강 등이다. 이중 삼성물산에 10억원이 투입돼 투자 규모로는 가장 컸다.
종근당홀딩스의 이종산업 투자는 외부 인사인 이기성 경영관리실장 전무 합류 후 가속화됐다. 그는 종근당홀딩스에서 CFO 역할을 맡고 있는 인물로 2022년 7월 종근당홀딩스와 인연을 맺었다. 그의 선임 배경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재무와 회계 부문의 역량과 더불어 투자와 전략기획 부문의 전문성까지 갖춘 부분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투자·전략' 전문가 이기성 전무
1968년생인 이 전무는 오랫동안 재무와 회계, 투자 부문의 영역에서 활약한 인사다. 성균관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위스콘신 경영대학원에서 MBA 과정을 마쳤다. 이후 한국무역협회와 한국은행, LG CNS, 한화인베스트먼트, 안국약품 등에서 근무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와 한국은행, LG CNS 등에서는 투자분석과 전략수립, 컨설팅 등의 업무를 주로 담당했다. 2007년 이후부터는 한화그룹과 각 계열사에서 전반적인 전략과 인수·합병(M&A), 신사업 추진 등의 업무를 맡았다. 한화인베스트먼트 재직 시절에는 투자3본부장과 경영지원실장으로 지내며 창조경제혁신 펀드 결성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2016년 안국약품 전략기획실장 재직 당시에는 M&A 업무를 주로 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안국약품이 성장 전략 중 하나로 M&A를 설정하고 있었던 만큼 관련 부문의 전문가인 이 전무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안국약품은 2014년에 한화 계열사 드림파마 인수전에 참여했고 2015년에는 국내 뷰티 관련 바이오벤처 인수를 물밑에서 추진하기도 했다.
이 전무가 투자와 전략 부문에 전문가라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종근당홀딩스의 타법인 지분 투자 등은 더욱 활발해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회사채 발행과 같은 자금 조달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는 게 업계 평가다. 지난 2021년 운영자금 확보를 위해 공모채 시장을 찾았을 당시 나쁘지 않은 성적을 기록한 만큼 투자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발행시장을 다시 찾을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종근당홀딩스는 2021년 7월 지주사 전환 이후 처음으로 500억원 규모의 공모채(3년물)를 발행했다. 당시에 받은 신용등급은 A+다. 초도 발행과 제약업종 리스크라는 변수를 극복한 결과로 수요예측에서는 모집액의 4배에 달하는 1920억원의 수요를 모으기도 했다.
재무건전성 측면에서도 외부자금 조달에 대한 부담은 낮은 상황이다. 2022년 말 개별기준 종근당홀딩스의 부채비율은 18.3%다. 회사채를 발행한 2021년 대비로는 1.6%포인트 줄어든 수치다. 같은 기간 차입금 의존도 역시 15.1%에서 0.9%포인트 하락한 14.2%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