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근당홀딩스의 이사회에 종근당 최고재무책임자(CFO)가 기타비상무이사로 참여하는 특이한 구조가 해제된다. 해당 인력이 빠진 자리는 사외이사가 채운다. 재계 트렌드인 과반 사외이사 전열을 만들진 못했지만 내부 인력 중심에서 상당부분 균형을 이뤘다는 점이 주목된다.
종근당홀딩스는 다음달 22일 열리는 정기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 2인을 신규선임한다. 나승용 전 미래에셋자산운용 사장과 조정희 법무법인 디코드 대표변호사를 후보로 추천했다. 임기는 3년으로 오는 2026년 3월까지다.
주총에서 선임 안건이 통과되면 종근당홀딩스의 이사회 전열은 바뀌게 된다. 가장 큰 변화는 지난 5년여간 기타비상무이사로 이사회에 참여하던 종근당 임원이 제외된다는 점이다. 구자민 종근당 CFO 상무가 3월 임기를 끝으로 만료되지만 재선임되지 않는다.
2018년부터 종근당홀딩스의 이사회에는 종근당 임원이 기타비상무이사로 참여했다. 전문경영인이 종근당홀딩스와 종근당의 핵심 업무를 겸직하던 관행이 해제된 시기와 맞물린다. CFO 외 인사담당 임원이 기타비상무이사로 참여하기도 했다.
지주사 임원이 자회사 및 계열사 이사회에 기타비상무이사로 참여하는 일반적인 관행과는 반대되는 행보였다. 지주사 체계가 마련된 후 재무 및 인사 등 주요 기능을 양사가 공유했던 게 배경이었다.
기타비상무이사가 빠지면서 남은 자리는 사외이사가 채웠다. 대표이사인 김태영 부사장과 최창원 지속가능경영실장이 사내이사로 참여하고 나 후보와 조 후보가 사외이사로 참여하는 2대2 전열을 갖추게 됐다.
기타비상무이사도 궁극적으로는 내부인력인 만큼 과거 각각 3대 1의 구도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나름의 균형을 이뤘다는 평가다. 다만 과반 사외이사 구도를 요구하는 재계 트렌드를 고려하면 아직 과제는 많다.
종근당홀딩스의 이 같은 변화는 아직은 미약하지만 ESG 노력에 발맞춘 행보로 분석된다. 별도기준 자산규모가 4300억원에 불과해 2조원 이상 상장사에게 요구하는 정도의 진화된 이사회 구조는 갖출 필요가 없지만 서서히 보조를 맞춰나가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종근당그룹은 전사적인 ESG 경영을 위해 계열사를 아우르는 ESG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종근당홀딩스를 이끄는 김 부사장이 위원장이고 종근당 등 주요 계열사 4곳의 대표이사가 구성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종근당홀딩스가 인재개발·사회공헌실의 명칭을 지속가능경영실로 바꾼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평가한 종근당홀딩스의 ESG등급은 B+다. 환경이 B+, 사회가 A, 지배구조가 가장 낮은 B등급이다. 지배구조는 이사회의 균형 및 다양성, 전문성 등을 평가한다.
종근당그룹 관계자는 "지주사 체계로 전환한 후 임원 수가 많지 않기 때문에 지주사와 종근당이 함께 공유하며 겸직 체계가 만들어졌다"고 말했다.